“압사 우려” 112신고 공개에 경찰 책임론 확산… 경찰 지휘부 책임 피하기 힘들 듯

이학준 기자 2022. 11. 2.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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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출동’에 해당하는 ‘코드1′ 신고 7번 들어왔지만 한 번도 출동 안해
사전 대책 마련도 소홀… 경력 137명 배치에 그쳐
“죄송하다” 고개 숙였지만, 與野서는 경질 요구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경찰의 부실 대응 정황이 확인되면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윤희근 경찰청장의 거취가 주목된다. 사고 발생 전 112에 인파 위험 관련 신고가 11건이나 접수됐는데도 경찰이 제때 경력을 투입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국가애도기간이 끝난 뒤 이 장관과 윤 청장이 책임을 지고 사퇴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윤희근 경찰청장이 1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브리핑룸에서 이태원 사고와 관련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뉴스1

경찰은 지난 1일 참사 당일 접수된 112 신고 11건의 녹취록을 공개했다. 최초 신고는 10월 29일 오후 6시 34분에 접수됐다. 참사 발생 시간인 오후 10시 15분보다 약 4시간 이른 시간이었다. 당시 신고자는 “이태원 메인스트리트 들어가는 해밀톤 호텔 골목에서 사람들이 내려올 수 없는데 계속 밀려와 압사당할 것 같다”며 “사람들이 쏟아져서 다니고 있는데 아무도 통제하지 않는다. 경찰이 통제해서 인구를 분산시켜줘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후로도 112신고는 잇따라 접수돼 모두 11건을 기록했다. ‘압사’라는 단어도 총 13회 등장했지만 경찰은 단 4번만 현장으로 출동했다. 특히 경찰은 11건의 신고 중 8건을 ‘우선 출동’에 해당하는 ‘코드1′과 ‘최단시간 내 출동’인 ‘코드0′으로 분류했지만, 실제로는 8건 중 ‘코드0′ 신고 당시 단 한 번만 출동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자체적으로 현장이 위험하다고 판단한 ‘코드1′ 상황에서는 ‘전화 상담 후 종결’ 처리를 한 뒤 아예 출동하지 않았던 것이다. 경찰 자체 규정에 따르면 코드0과 코드1으로 분류된 신고가 접수되면 현장에 출동해야 한다.

경찰은 ‘코드2′로 분류된 첫 번째와 두 번째 신고 때는 현장으로 출동해 인파만 해산한 후 상황을 종결했다. 이후 오후 9시 이전에 접수된 세 번째와 네 번째 신고는 코드1으로 분류됐지만 경찰은 현장을 찾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오후 9시와 9시 2분에 접수된 다섯 번째와 여섯 번째 신고는 각각 ‘코드0′(최단시간 내 출동)과 코드2로 분류됐으며, 당시에는 경찰이 출동했다. 그러나 경찰은 오후 9시 7분 이후 신고는 모두 코드1 판단을 내리고도 출동하지 않았다.

윤 청장은 1일 브리핑을 통해 경찰 조치의 미흡함을 인정했다. 그는 “사전에 위험성을 알리는 112신고를 받고 제대로 조치했는지에 대해 사실관계를 철저히 확인하고 예외 없이 강도 높은 감찰과 수사를 신속하고 엄밀하게 진행하겠다“며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고 경찰에게 맡겨진 책무를 완수하기 위해 제 살을 도려내는 읍참마속의 각오로 임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청은 2일 오후 서울경찰청·용산경찰서·용산구청 등에 대해 압수수색에 착수했으며, 이임재 용산경찰서장을 대기발령 조처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뉴스1

경찰이 사전 대책 마련에 소홀했다는 지적은 계속되고 있다. 이태원 참사 3일 전인 지난달 26일 경찰은 용산구와 이태원관광특구연합회, 이태원역장 등과 4자 간담회를 열었지만, 범죄 예방과 차량 소통 등에 대해서만 대책을 내놨을 뿐 인파에 대한 대비는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27일 용산경찰서가 발표한 ‘핼러윈데이 치안 대책’ 자료에는 “범죄·무질서 취약장소를 분석해 핼러윈 주말 200여명을 이태원 현장에 배치할 것”이라고 적혀있었으며, 그마저도 실제 투입 인원은 137명에 그쳤다.

당초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경찰 지휘부가 책임질 일은 아니라는 전망이 많았다. 하지만 112신고 내역 공개 이후 이 장관과 윤 청장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여론이 커지고 있다. 야당은 축소·은폐 의혹을 제기하면서 이 장관과 윤 청장을 파면하라며 연일 공세를 펼치고 있다. 당초 ‘주최자가 없는 행사에서는 경찰의 안전조치 의무가 없다’며 경질론에 선을 그었던 여당 내부에서도 책임론이 확산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통령실 내부에서도 윤 청장에 대해서는 옷을 벗어야 한다는 게 중론으로 알려졌다.

이 장관은 부적절한 발언으로 물의를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그는 지난달 31일 브리핑에서 사전 대비가 미흡했다는 질문을 받고 “경찰과 소방을 미리 배치한다고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던 것으로 파악된다”며 경찰 배치에는 문제가 없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이후 경찰의 대응이 미흡했다는 지적이 계속되자 결국 이 장관은 국회 상임위에 참석해 고개를 숙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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