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솔리다임 인수 부담…어떻게 극복할까

이인준 2022. 11. 2.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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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낸드 경쟁력 강화가 실적 악화 '부메랑'으로
당장 반등 어렵지만 '치킨게임' 이후 이득 더 커질 수 있어

[서울=뉴시스] 이인준 기자 = 메모리 반도체 세계 2위인 SK하이닉스 실적이 맥없이 무너져 시장에 충격을 주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최근 수 년간 낸드 경쟁력을 끌어올리며 시장의 '다크호스'로 부상했지만 급작스러운 시황 반전에 고스란히 노출되며 실적이 악화됐다. 일부에선 SK하이닉스의 솔리다임 인수가 오히려 부담이 될 수 있다는 분석까지 들린다.

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2003년 유럽 반도체 기업 ST마이크로와 제휴를 통해 낸드 시장에 첫발을 내디뎠다. 하지만 수 년 전까지만 해도 시장 점유율을 넓히는 데 애를 먹었다. 삼성전자나 키옥시아(옛 도시바)에 비해 시장 진출 시기가 6~7년 늦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낸드 분야에서 시장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것은 SK하이닉스의 오랜 숙제였다. SK하이닉스는 선두와의 격차를 좁히기 위해 2017년 도시바 인수전에 참여했으나, 도시바의 낸드 사업 합작사인 미국 웨스턴디지털의 반대와 핵심 반도체 기술 유출을 우려한 일본 정부의 반대에 부딪쳤다. 이에 한·미·일 컨소시엄에 전략적 투자자(SI)로 참여하는 데 그쳤다.

그러다 지난해 말 극적인 상황 반전에 성공했다. 지난해 말 인텔 낸드사업부 인수에 성공하며 괄목할 성장세가 나타난 것이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 2분기(4~6월) 기준 SK하이닉스의 낸드 시장 점유율은 19.9%로, 같은 기간 키옥시아(15.6%), 웨스턴디지털(13.2%)를 제쳤다. 전년 같은 분기 점유율 12.3% 대비 7.6%포인트 증가했다. 업계 순위도 4위에서 2위로 두 단계 도약했다. 특히 SK하이닉스는 인텔 낸드사업부 인수를 통해 고부가 시장으로 평가 받는 차세대 저장장치로 불리는 'SSD(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 시장에서 경쟁력을 끌어올렸다.

SK하이닉스의 성장은 삼성전자가 홀로 주도해온 한국 반도체 산업에도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 D램뿐 아니라 낸드까지 두 회사가 시장 점유율 절반 이상을 차지하며 한국 반도체 기업의 위상을 높인 것이다. 회사 차원에서도 D램 매출이 3분기 기준 지난해 71%에서 올해 64%로 낮아지며, D램에 편중된 사업 구조가 다각화되는 결과를 낳았다. 업계에서는 SK하이닉스가 그동안 넘지 못했던 '낸드 콤플렉스'를 완벽히 극복했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메모리 불황이 닥친 지금은 상황이 정반대로 치닫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3분기 낸드 사업에서 수익을 올리는 데 큰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오는 4분기에는 적자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솔리다임도 상황이 좋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솔리다임은 비상장회사로 별도의 재무제표는 공개하지 않는다. 다만 노종원 SK하이닉스 사업담당 사장은 솔리다임의 3분기 실적과 관련해 "올 초 GAAP(미국 기업회계기준) 기준으로 일정 정도 적자를 예상하고 있었지만 시황이 연초 예상 대비 굉장히 좋지 않은 상황이고 그에 따라 솔리다임 실적도 나빠지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 환경도 나빠지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인텔 낸드사업부와 함께 중국 다롄공장을 함께 인수했는데, 최근 반도체 패권 확보에 나선 미국이 중국의 메모리 기업 때리기에 나서며 지정학적 리스크에 고스란히 노출된 상태다. 지난달 인텔 출신인 로버트 크룩 최고경영자(CEO)가 후임자가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갑자기 퇴사하는 일도 있었다.

낸드 사업은 IT 수요 부진 영향으로 당분간 시황 반전이 힘들 전망이다. 특히 회사 자금 사정이 당분간 어려울 수 있다.

SK하이닉스는 솔리다임 인수를 2단계에 걸쳐 추진 중인데, 현재 1차로 총 계약금액 90억달러 중 70억 달러를 인텔에 지급했으며 오는 2025년 3월께 남은 20억 달러(2조8000억원)를 2차로 지급해야 한다.

이런 가운데 SK하이닉스의 차입금은 3분기 22조원으로, 2분기 말 대비 3조원 또 늘었다. SK하이닉스는 올 상반기 분당사옥을 매각하는 등 현금 확보에 나서는 한편 청주 공장 투자까지 연기했다. 내년에는 생산투자를 절반 이상 줄일 계획이다.

노종원 사장은 적어도 내년 하반기까지는 낸드 시황 부진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며 '치킨 게임' 이후에 대한 기대감을 언급했다.

노 사장은 “내년 하반기에는 어느 정도 시장이 안정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거시경제 상황이나 지정학적 이슈가 해결되지 않는 상황에서 그보다 더 다운턴이 길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낸드 경쟁 지형을 살펴볼 때 추가 조정이 있어야 하는 것이 맞다"며 "향후 1~2년 내에 통합 작업이 완성되면 향후 경쟁 지형에서 전략적 이득이 현재의 어려움보다 클 것으로 예상한다"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ijoino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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