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금융위 핵심 중간 간부 사표…산은 직원들도 캐피탈·중고거래 사이트로 이동
금융위원회 핵심 중간 간부가 최근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동안 금융 관료의 민간 진출이 없진 않았지만 주요 보직을 두루 거친 인사라는 점에서 내부 충격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국책은행인 한국산업은행도 본점의 부산 이전이 추진되면서 캐피탈사, 중고거래 업체 등으로 이직하는 직원이 늘고 있다.
2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금융위 부이사관 A씨(49·행시 44회)는 최근 사의를 표명했다. A씨는 수개월 전부터 공직을 그만하고 싶다는 의사를 일부 동료에게 나타낸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일자로 단행된 과장급 인사에서 후임자로 교체됐고 새 보직은 받지 않았다.
A씨는 금융위 내에서 인정받는 행시 44회 출신 중에서도 선두 주자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엘리트 코스’의 출발점으로 꼽히는 금융정책과 주무서기관을 비롯해 장관(위원장) 비서관, 산업금융과장, 행정인사과장 등을 지냈다.
뒤늦게 A씨의 사의 표명 소식을 접한 금융위 관계자들은 ‘뜻밖’이라는 반응이 많았다고 한다. 올 초 부이사관으로 승진한 데다가 차기 금융정책과장 후보 1순위로 거론되기도 했기 때문이다. 전례에 비춰보면 고위공무원으로 승진한 후 유관기관장으로 갈 가능성이 컸다.
금융권에서는 A씨가 대형 생명보험사나 증권사와 보험사를 보유한 한 대형금융지주에 입사할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A씨는 이날 연락이 닿지 않았다.
최근 3년간 민간 금융사로 이동한 서기관급 이상 전직 금융위 공무원은 김선문 삼성화재 상무(49·46회), 이한샘 한화생명 상무(42·48회), 이한진 김앤장 변호사(51·43회) 등이 있다.
산업은행도 새 정부가 본점의 부산 이전을 추진하면서 올해 직원들의 퇴사가 잇따르고 있다. 경향신문 취재 결과 지난달까지 대형 회계법인과 증권사, 인터넷전문은행 등으로 직원들이 자리를 옮겼고 대형 금융지주 계열 캐피탈사, 중고거래 업체 등으로 이직한 경우도 있었다.
한 금융사 관계자는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산은 직원이 금융그룹 소속 계열사로 이동하는 일은 상상하기 어려웠다”면서 “산은 본점이 실제로 부산으로 이전하면 퇴직하는 직원은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윤영덕 의원이 산은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올해 산은의 퇴직자는 9월 말까지 의원면직자는 71명이었다. 지난해(43명)와 2020년(41명)보다 약 30명 많은 수준이다.
금융권에서는 공무원이나 공공기관 직원의 민간 금융사 취업을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는 시각도 있다. 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유능한 공무원이 떠나는 게 아쉽긴 하지만 공직 경험자가 관료조직보다 상대적으로 창의성이 더 요구되는 민간 영역에서 능력을 발휘한다면 개인이나 사회에 바람직할 수 있고 공무원 사회도 달라지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희곤 기자 hul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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