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쌍한 아가, 어디 가…" 광주·전남 참사 희생자 발인 엄수(종합)
기사내용 요약
이태원 참사 희생자 이틀째 발인 엄수…장례 마무리
[광주=뉴시스] 변재훈 이영주 김혜인 기자 = "오매 불쌍한 내 아가 어딜 간다냐." "아빠보다 먼저 떠나다니…"
이태원 참사로 유명을 달리한 광주·전남 희생자들의 발인식이 이틀에 걸쳐 엄수됐다. 곳곳에 차려진 빈소에선 이루 말할 수 없는 비통함에 잠긴 유족·친구들이 통곡과 오열로 고인을 떠나보냈다.
2일 오후 광주 북구 용전동 한 장례식장에서는 이태원 참사로 숨진 A(28·여)씨의 발인식이 치러졌다.
유족·친구들은 발인식 직후 A씨의 관 위에 국화 한 송이를 놓으며 저마다 작별 인사를 건넸다. 북받치는 감정을 억누르던 친구들은 친구의 관 앞에서 기어이 눈물을 터뜨렸다.
하루 아침에 맏딸을 보내야 하는 어머니는 관을 부둥켜 안고 주저앉아 서럽게 울었다. 간신히 장례지도사와 가족의 부축을 받고 나서야 자리에서 일어났다.
고모는 "아가, 아가 어디가냐. 오매 오매 불쌍한 내 새끼 어디가냐"를 연신 외치며 비통함을 감추지 못했다.
A씨는 간호 보조 일을 하며 직접 모은 학비로 대학에 뒤늦게 입학해 학업을 마쳤다. 2년 전에는 서울 유명 대학 병원에 취업, 비로소 간호사의 꿈을 이뤘다. 어머니에게는 타향살이에도 안부 전화는 꼬박꼬박 잊지 않았던 의젓한 맏딸이었다.
앞선 오전 8시 30분 동구 모 장례식장에서도 친구들을 만나러 갔다가 참변을 당한 B(29)씨의 발인이 진행됐다.
함께 이태원을 찾았던 고교 동창들이 관을 나눠 짊어지며 친구의 마지막 길을 지켰다. B씨 부모는 운구차에 실린 관을 어루만지며 "사랑하는 내 ○○아"하고 아들 이름을 목 놓아 불렀다. 유족과 친구들은 차오르는 눈물을 쏟아냈다.
광주에서 대학 학업까지 마친 B씨는 지난 2020년 토목기사 자격증을 취득, 취업 준비 2년 만인 지난 8월 꿈에 그리던 서울 소재 한 기업에 입사했다.
B씨는 취업 기념으로 친구 6명과 이태원을 찾았다가 안타까운 참변을 당했다.
이날 서구 모 장례식장에서도 희생자 C(26)씨가 가족 곁을 떠나 영면에 들었다.
상주를 맡은 맏형은 운구차를 향해 마지막 묵념을 하는 자리에서 끝내 참았던 눈물을 터뜨렸다. 아버지는 떠나는 관을 차마 쳐다보지 못하고 고개를 돌렸다.
C씨는 생전 가족에게 웃음을 주고 유난히 정이 많던 막내였다. 올해 초 제조업체에 인턴으로 입사해 여윳돈이 생겼다며 맏형과 둘째 누나의 해외여행 경비를 보태기도 했다.
광산구 모 장례식장에서는 금융 공기업 소속 변호사 D(43)씨도 장지로 향했다.
D씨는 생전 '세상을 뜬 쌍둥이 형 몫까지 효도하겠다'며 로스쿨 졸업 이후 취업해 알뜰하게 모은 돈으로 부모님 집 장만까지 한 효자였다. 어머니는 "속 썩인 적 한 번 없는 막둥이를 잃고 어찌 사느냐"며 망연자실했다.
전날 오후에는 초·중·고 동창 단짝 친구 2명의 발인이 1시간 여 간격을 두고 치러지기도 했다.
E(24·여), F(24·여)씨는 각자의 정규직 전환·승진을 축하하고자 이태원을 찾았다가 숨졌다. E씨는 다니던 은행의 정규직 전환 필기 시험에 합격한 이튿날 꽃다운 삶을 마감했다. 영정 곁에는 정규직 사령장이 안타까움을 더했다.
서울 모 백화점에서 다니던 F씨도 승진 소식을 전한 지 3주 만에 허망하게 가족 곁을 떠났다.
같은 날 오전 지역 유일 10대 희생자인 G(19·여)씨도 전남 장성 모 장례식장에서 발인했다.
아버지는 흰머리 염색까지 직접 챙겼던 막내 딸을 쉽사리 보내지 못했다. 그는 영정을 연신 쓰다듬으며 "아이고 먼저 가서 이 아빠를 울리냐"며 통탄했다.
6개월 전 서울 한 미용실에 취업한 G씨는 사고 당일 직장 동료 7명과 함께 이태원을 찾았다가 세상을 등졌다.
목포 출신 희생자 H(26·여)씨의 발인도 고향에서 유족들의 눈물 바다 속에 엄수됐다. 환하게 웃는 영정을 앞세운 관을 운구차에 옮기자 유족 행렬 사이로 울음 소리가 새어 나왔다.
취업과 함께 인천에서 살던 H씨는 주검이 돼서야 가족의 품으로 3년 만에 돌아왔다.
이로써 광주·전남에 빈소가 마련된 이태원 참사 희생자 8명의 장례 절차는 마무리됐다.
나머지 희생자 2명은 광주와 목포에 주소 등록을 뒀지만 유족 의사에 따라 각각 대전과 부산에서 장례가 치러진다.
한편 지난달 29일 오후 10시 15분 서울 이태원역 1번 출구 주변 좁은 골목에서 사람들이 엉키면서 156명이 숨지고 157명이 다쳤다. 대규모 압사 사고가 발생한 이태원에는 야외 마스크 해제 뒤 맞이하는 첫 핼러윈을 앞두고 10만 명이 몰린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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