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뿐인 딸 이태원서 숨져…"러시아 이송비용만 700만원" 발동동

정세진 기자 2022. 11. 2.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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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인 3세인 박 아르투르씨는 이태원 참사에서 하나뿐인 딸을 잃었다.

박씨는 오는 4일 강원 동해시 동해항에서 출발하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행 페리선에 율리아나씨를 태워 어머니가 있는 러시아 항구 도시 나홋카로 보낼 계획이다.

박씨는 지난 29일 이태원 참사에서 딸이 사망했다는 소식을 들은 뒤에도 슬픔에 잠겨 있을 수 없었다.

2년만에 보는 딸을 주검으로 마주해야 하는 아내를 생각한 박씨는 딸에게 수의를 입히고 관을 구입하면서 200만원 가까운 비용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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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로 세상을 떠난 박 율리아나씨(25) 사진이 지난 1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참사 현장에 놓여있다. /사진=박 율리아나씨 유족 제공

"내일 필요 없어…오늘 필요해요. 5000달러(한화 약 709만원) 정도…"

고려인 3세인 박 아르투르씨는 이태원 참사에서 하나뿐인 딸을 잃었다. 슬픔이 채 가시기도 전에 박씨는 미화 약 5000달러 가량의 돈을 마련해야 한다. 이 돈은 참사 당일 사망한 딸 박 율리아나씨(25) 시신을 운구하는데 필요하다. 율리아나씨 시신은 어머니가 기다리는 고향 러시아로 가기 위해 현재 시신방부처리(embalming) 후 수도권 한 병원에 안치 돼 있다.

박씨는 오는 4일 강원 동해시 동해항에서 출발하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행 페리선에 율리아나씨를 태워 어머니가 있는 러시아 항구 도시 나홋카로 보낼 계획이다. 4일 출발하는 페리선을 놓치면 다시 일주일을 기다려야 한다. 러시아에는 있는 율리아나씨 어머니가 이미 장례식 준비를 마친 터라 운구 일정을 지체하기 어렵다.

이날 서울 용산구는 이태원 참사 외국인 사망자 26명 유가족에게 생활안정금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내국인과 동일하게 장례비 최대 1500만원, 구호금 2000만원을 지급할 예정이지만 지원금이 나올 때까지 기다릴 수 없어 사비로라도 딸을 운구할 계획이다.

한국에 남은 율리아나씨의 가족은 아버지뿐이다. 러시아 사할린 출신 박씨는 한국어가 서툴다. 나이가 들면서 양로원에서 일을 하고 있고 큰돈을 모으진 못했다.

박씨는 지난 29일 이태원 참사에서 딸이 사망했다는 소식을 들은 뒤에도 슬픔에 잠겨 있을 수 없었다. 시신 운구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지인들에게 돈을 빌려야했다.

2년만에 보는 딸을 주검으로 마주해야 하는 아내를 생각한 박씨는 딸에게 수의를 입히고 관을 구입하면서 200만원 가까운 비용을 썼다. 여기에 시체 검안서발급에 25만원을 지출했고 추가로 병원 안치실에서 동해항까지 구급차로 시신을 이송하는 비용도 50만원 이상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씨는 율리아나씨 친구 따찌아나씨와 고려인지원 시민단체 도움을 받아 시신 운구를 준비하고 있다. 따찌아나씨는 "오전 2시 30분 뉴스를 보고 이태원에서 사고가 났다는 걸 알았다"며 "율리아나가 전화를 받지 않아 너무 불안했는데 아침에 아버지한테 친구가 죽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병원으로 향했다"고 했다. 친구를 잃은 슬픔이 느껴질 새도 없이 따찌아나씨 역시 시신운구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백방으로 돌아다니며 아버지를 도왔다.

박 아르투르씨는 머니투데이와 통화에서 서툰 한국어로 "오늘 저녁에 시신방부처리 업체에서 필요한 정확한 금액을 말해준다고 했다"며 "대략 5000달러가 들어가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러시안 커뮤니티협회가 만든 율리아나씨 가족을 위한 모금 포스터./사진= 러시안 커뮤니티협회 제공

안타까운 소식을 접한 재한 러시아인들도 박씨 가족을 돕기 위해 나섰다. 타찌아나 프리마코바 러시안 커뮤니티협회 회장은 "율리아나 시신 운구를 위해 모금운동을 하고 있다"며 "아직 200만원도 채 모으지 못했다"고 했다.

러시안 커뮤니티협회가 만든 율리아나씨 아버지를 위한 모금 포스터에는 러시아어로 '우리가 모두 너를 기억하겠다. 넌 우리 마음속에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라는 내용과 '모두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문구가 적혀 있다.

박씨는 외교부 전담 공무원을 통해 용산구로부터 장례비를 앞당겨 지원받고 시신을 운구할 수 있도록 문의한 상태지만 아직 답을 받지 못하고 있다.

한편 고려인지원시민단체 너머인천고려인문화원은 오는 3일 오후 5시, 인천 연수구 함박안로 함박마을경로당에서 율리아나씨 추도식을 거행한다. 손정진 너머인천고려인문화원 공동대표는 "율리아나씨의 러시아 장례식에 참석하지 못하는 지인들을 위해 고인을 기리는 자리를 마련했다"며 "조문은 이날 정오부터 24시까지 받는다"고 했다.

정세진 기자 seji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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