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맘과 분노유발 남편…과하게 비관적인 시각 '첫번째 아이' [시네마 프리뷰]
(서울=뉴스1) 장아름 기자 = 최근까지도 여성 중심의 이야기를 전하는 콘텐츠가 주목받았다. tvN '산후조리원'은 여성의 임신과 출산으로, 카카오 TV '며느라기'는 시월드에서 겪게 되는 며느리의 전통적인 역할과 충돌하는 이야기로 공감을 얻었다. 영화 '82년생 김지영'은 남녀를 편협하게 그렸다는 지적으로 일부의 반감을 샀지만, 대중 역시도 콘텐츠에 담긴 어떤 목소리를 들으려는 시도를 꾸준히 해왔다.
오는 10일 개봉을 앞둔 '첫번째 아이'도 그런 흐름 속에서 눈길이 가는 영화다.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의도는 의미가 있지만, 뒤늦게 개봉해서인지 일부 지점들은 현재보다 퇴행돼 있다는 느낌을 준다. 여성이 주인공인 영화이긴 하지만, 남녀에 대한 적절한 균형을 갖추지 못했다는 점도 영화의 본래 의도를 퇴색하게 만든다. 결과적으로 비혼 장려 영화가 됐다.
'첫번째 아이'는 시장에서 갑작스럽게 쓰러지는 정아(박하선 분) 어머니의 모습으로 시작된다. 이를 계기로 정아는 남편 우석(오동민 분)과 딸을 누가 돌보게 될 것인지 갈등하기 시작한다. 정아는 복직한 지 나흘밖에 안 됐다며 "다시 일하니까 제자리로 돌아온 느낌"이라 말하고는 보모를 쓰자 제안하지만, 우석은 "사람 써서 월급 주면 당신이 쉬는 것과 뭐가 다르냐"며 대립한다.
결국 이들 부부는 보모를 쓰기로 한다. 소개소에 한국인 보모를 부탁했지만 중국동포 화자(오민애 분)가 찾아오고, 정아는 자신의 딸을 세심하게 챙기는 모습에 그에게 아이를 맡기기로 한다. 다시 일상의 안정을 되찾는가 싶었지만 우석이 잠시 집에 들른 사이 화자와 딸이 사라진 것을 알게 되고, 정아는 근무 중에 아이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화자는 갑작스럽게 집을 비운 이유를 말해주지 않고, 정아는 이에 화가나 화자를 해고한다.
정아는 돌아온 회사에서도 입지에 대한 불안감을 느끼기 시작한다. 그가 자리를 비운 사이 들어왔던 20대 사회초년생 지현(공성하 분)은 묘하게 정아의 신경을 긁는다. 자신은 정아와 달리, 비혼주의자라며 하고 싶은 것 다 하고 친구도 만나며 사는 지금이 좋다고 말한다. 또 지현은 "행복하세요?"라며 당돌한 질문도 던진다. 그런 지현에게도 계약직이라는 현실과 언제 해고될지 모르는 고용 불안이라는 고민이 존재했다.
영화는 20대, 30대, 그리고 중년의 세 여성의 이야기로 영화가 전하고자 하는 '소셜 딜레마'를 보여준다. 미혼으로 비교적 자유롭지만 고용 불안에 놓인 20대, 기혼으로 육아를 전적으로 책임지며 자신만의 삶과 커리어를 위해 고민하는 30대, 자신의 아이도 키우며 사회적 편견을 극복하며 살아가야 하는 중년 여성의 고민이 각각 그려지고 밀접한 관계로 얽히면서 복합적인 사회 문제를 드러낸다.
영화는 3년 전에 촬영됐지만, 시간이 흐른 현재까지도 여성들이 안고 있는 다수 고민들이 해결책을 찾지 못했다는 점에서 육아, 돌봄 문제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한다. 다만 영화가 자아내는 지나치게 어둡고 냉소적인 분위기가 워킹맘의 문제들을 필요 이상으로 극적으로 조명한다는 인상도 준다. 정아는 내내 어둡고, 자신의 문제들을 지나치게 무겁게 받아들이는 인물로도 다가온다.
정아의 불행이 더욱 극적으로 느껴지는 데는 남편 우석의 캐릭터도 한몫한다. 우석은 육아를 남편과 아내의 공동의 몫으로 생각지 않는 인물로 묘사됐다. 아이에 대한 문제부터 해결까지 모두 정아의 몫으로 떠넘기는 인물로, 늘 회사 일을 핑계 대며 아내의 희생을 당연시한다. 정아는 돌봄 문제에 대한 고민을 홀로 해결해야 하고, 결국 극 중 우석의 뻔뻔하고 무책임한 행태가 돌봄에 대한 국가의 미비한 시스템보다 더 큰 분노로 다가오게 만든다.
우석부터 정아의 직장 상사 송팀장(임형국 분)까지, 영화 속 남성들은 육아가 공동의 몫이라는 데 동의하지 않는 인물들로 등장한다. 우석 또한 나름의 고충을 이야기하지만 그 이면에 그의 인간적인 고민이 부각되지 않아 여성들과는 이분법적으로 대립되는 캐릭터로 소비됐다는 인상을 주기도 한다. 성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이 깨진 남성들도 많아진 것을 반영하지 못한 점 및 연출자가 남성 감독임에도 남성 캐릭터를 세심하고 입체적으로 보여주지 못했다는 점이 아쉽다.
사회적 공론화가 더 필요한 '돌봄' 문제와 성 역할의 고정관념에 대해 화두를 던진 것은 주목할 만하지만, 지나치게 우울하고 비관적인 시각은 일부 반감도 준다. 여성은 육아만 할 것이 아니라 반드시 일을 해야만 제자리로 돌아가는 것이고, 가치 있는 노동을 하게 되는 것인지 반문도 든다. 지현의 대사에도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은 여성이 자유로운 미혼 여성에게 열등감을 느낄 수 있다는 전제가 깔렸다. 과한 대사와 지나치게 대립하는 관계 설정을 덜어냈다면 보다 세련되고 담백한 영화로 여운을 남겼을 것 같다. 오는 10일 개봉.
aluemchan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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