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분향소 설치 ‘시 ·도별 1곳’ 통제…비난 쇄도에 뒤늦게 방침 뒤집어[이태원 핼러윈 참사]

강현석·김원진 기자 2022. 11. 2. 15:05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지역 기초자치단체장들, 도청까지 원정 분향
일부 지역선 시민들 자체 분향소 설치
행안부, 뒤늦게 “시·군·구도 자율적 가능”
2일 전남도청 만남의광장에 마련된 이태원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에 분향소를 설치하지 못한 인근 지방자치단체장의 조화가 놓여있다. 강현석 기자.

정부가 지방자치단체에 ‘이태원 핼러윈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를 ‘시·도별 1곳 설치가 원칙’이라는 지침을 통보한 것으로 드러났다. 광역시·도마다 분향소가 1곳만 마련되면서 시장·군수까지 출장을 내고 분향소를 방문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정부는 비난 여론이 커지자 뒤늦게 ‘시·군·구도 자율적으로 분향소를 설치할 수 있다’고 방침을 바꿨다.

2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행정안전부는 이태원 참사 다음 날인 지난달 30일 오후 지방자치단체에 ‘이태원 사고 관련 지자체 협조 사항’을 전달했다. 해당 문건을 보면 행안부는 ‘지방자치단체 조치사항 안내’에 국가 애도 기간에 조기를 게양하고 시·도별 합동분향소를 설치하도록 했다.

행안부는 합동분향소를 지난달 31일부터 별도종료시점까지 운영하도록 하면서 ‘시·도별 1곳 (설치)원칙’ 이라고 밝혔다. 설치장소도 ‘시·도 청사 원칙’ 방침을 밝히면서 불가피한 경우 인근 공공기관을 활용하도록 했다.

정부의 이같은 지침에 희생자 합동분향소는 지난 1일까지 서울과 경기를 제외한 전국 15개 시·도에 1곳씩만 설치돼 운영됐다. 특히 권역이 넓은 도 단위의 경우 기초자치단체장과 공무원들이 출장까지 내며 도청에 마련된 분향소를 찾고 있다.

지난달 30일 정부가 각 시도에 통보한 ‘합동분향소 설치 지침’. 시도별로 1곳만 설치하는 것을 원칙으로 제시했다.

전남 무안군 삼향읍 전남도청 만남의광장에 마련된 합동분향소에는 지난달 31일부터 이날 오전까지 해남군수와 진도군수, 무안군수, 신안군수, 강진군수, 보성군수, 목포시장, 염암군수 등이 조문했다. 30분∼1시간 거리의 도청 분향소를 찾기 위해 시장·군수와 수행 공무원들을 출장을 냈다.

목포시의회와 장흥군의회, 보성군의회, 함평군의회 의원들도 의회차량을 이용해 분향소를 찾았다. 동행한 3∼4명의 공무원들도 출장을 냈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지자체 자율에 맡기면 될 텐데 정부가 왜 ‘시·도 1곳 설치’를 원칙으로 제시했는지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에는 광역과 기초 등 전국 대부분의 지자체에 희생자 분향소가 설치됐다. 광주광역시와 전남도 등은 이 분향소를 참사 이후 3년 넘게 자체 운영하기도 했다.

참다못해 시민들이 나서 분향소를 만들기도 했다. 전남도청까지 자동차로 1시간 넘게 걸리는 순천시에서는 ‘순천대학교 대학로 상인회’가 지난 1일 순천대 정문 건너편에 이태원 참사 희생자를 기리는 분향소를 설치했다. 민간단체가 만든 분향소에는 순천시의회 의원들이 단체로 조문했다.

기우식 참여자치 21 사무처장은 “정부의 ‘시·도별 분향소 1곳’ 지침은 독재적인 발상으로 국민적인 추모 열기를 막으려는 의도가 분명하다”면서 “말도 안 되는 정부 방침을 그대로 수용해 분양소를 설치하지 않은 지자체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행안부 관계자는 “분향소를 1곳만 설치하라는 게 아니라 최소한의 기준을 설정한 것이었다”면서 “어제 오후 지자체에 업무연락을 통해 각 시·군·구에서도 자율적으로 설치하라고 했다”고 밝혔다.

행안부가 보낸 업무연락은 “시·군·구도 자율적으로 설치할 수 있음을 안내한다”는 내용으로 지자체가 반드시 분향소를 설치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이 업무연락은 대부분의 기초자치단체에 이날 오전에서야 전달됐다.

강현석 기자 kaja@kyunghyang.com, 김원진 기자 onejin@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