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공적 금융, 화석연료 투자에서 ‘세계 3대 큰손’ 오명

김기범 기자 2022. 11. 2.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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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운동단체 ‘멸종저항’ 활동가들이 지난해 11월3일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제26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 회의장 앞에서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한국수출입은행과 무역보험공사 등 국내 공적금융기관들이 여전히 화석연료 산업에 막대한 금액을 투자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기후위기로 인해 화석연료 산업에 대한 투자를 중단하라는 국제적 압박이 점점 거세지는 상황에서도 한국 공적금융기관들은 71억달러(8조1000억원가량)를 투자해 ‘세계 3대 큰손’으로 꼽혔다.

미국 환경단체 오일체인지인터내셔널(OCI)과 지구의벗 미국 지부가 지난 1일(현지시각) 발간한 G20(주요 20개국) 국가 공적금융기관의 에너지 부문 투자 분석 보고서를 보면 한국 공적금융은 2019~2021년 사이 해외 화석연료 사업에 연평균 71억달러를 투자했다. 일본, 캐나다에 이어 전 세계에서 3번째로 큰 금액이다. 사단법인 기후솔루션에 따르면 한국의 화석연료별 투자 규모는 석유·가스 투자액이 연평균 60억달러(6조9000억원가량), 석탄 투자액은 12억달러(1조4000억원가량)다.

수출입은행과 무역보험공사가 투자를 승인한 호주 바로사 가스전은 연간 1000만t 이상의 온실가스를 배출할 것으로 추산된다. 바로사 가스전에 이들 기관이 투자하는 금액은 6억6000만달러(약 8000억원)에 달한다.

OCI는 보고서에서 한국의 지난해 해외 직접 화석연료 투자액은 2018~2020년 평균에 비해 30% 정도 낮아진 것이지만 이는 2021년 자료의 불투명성에서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한국의 투자 내역에서 일부 빠진 수치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OCI는 한국의 실제 해외 화석연료 투자는 보고서에 잡힌 통계보다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경상남도 하동에 있는 하동화력발전소 전경. 경향신문 자료사진

보고서에 따르면 G20 국가들과 주요 다자개발은행은 2019~2021년 사이 신규 화석연료 사업에 연간 평균 550억달러(63조원가량)을 지원했다. 반면 재생에너지 사업에 투자한 금액은 연평균 290억달러(33조원)로 화석연료 산업 투자금액의 절반 정도에 그쳤다. 재생 에너지 부문 투자액은 2016~2018년 대비 2조3000억원(20억달러) 증가했다.

환경단체들은 지난해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39개국이 서명한 ‘글래스고 선언’에 한국 정부도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글래스고 선언의 골자는 2022년까지 저감 대책이 없는 해외 화석연료 부문에 직접 투자를 끝내고, 청정한 에너지 전환으로의 지원을 최우선 순위로 두도록 하는 것이다. 이 선언에 참여한 영국, 덴마크, 프랑스, 벨기에, 핀란드 등은 이미 신규 화석연료에 대한 공공 금융 지원을 제한하는 정책을 세웠다.

2019~2021년 G20 국가 가운데 상위 15개국의 연평균 재생에너지 투자 대비 화석연료 투자금액. 녹색은 재생에너지, 황토색과 검은색은 화석연료 투자금액. 기후솔루션 제공.

올해 공적금융의 화석연료 투자액에서 1위를 차지한 일본도 지난 5월 G7 정상회의에서 이 선언과 유사한 수준의 화석연료 금융 지원 중단을 선언하면서 국제적인 흐름에 합류한 바 있다. 그러나 한국은 아직 공적금융 부문의 구체적인 투자 배제 정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오동재 기후솔루션 연구원은 “기후위기로 인해 화석연료 사업의 위험이 나날이 증가하고 있음에도 한국은 신규 석유·천연가스 산업에 대규모 투자를 검토 중”이라며 “한국도 더 늦기 전에 글래스고 선언에 합류하고, 재생에너지 투자를 빠르게 늘려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지언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국장은 “한국은 점점 기후 선진국으로부터 멀어지고 있다”면서 “오는 6일부터 이집트에서 열리는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를 계기로 화석연료와 잘못된 해결책들로부터 결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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