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책임규명 더 절실해진 이태원 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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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이태원 핼러윈 참사가 당국의 안전불감증에서 비롯된 인재라는 정황이 드러나면서 책임론이 들끓고 있다.
경찰은 첫 압사자가 나오기 전까지 4시간가량 시민들로부터 11건의 신고를 받고도 현장통제 조치에 나서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사고 발생 전 서울교통공사에 이태원역 무정차를 요청했으나 거부당했다고 주장하지만, 공사 측은 참사 1시간 뒤에야 무정차 통과가 가능한지 경찰의 문의를 받았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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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서울 이태원 핼러윈 참사가 당국의 안전불감증에서 비롯된 인재라는 정황이 드러나면서 책임론이 들끓고 있다. 경찰은 첫 압사자가 나오기 전까지 4시간가량 시민들로부터 11건의 신고를 받고도 현장통제 조치에 나서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청이 공개한 이태원 압사 관련 112 신고 녹취록을 보면 사고 4분 전 접수된 마지막 신고에는 시민들의 비명까지 담겼다. 압사 위험을 알리는 시민들의 호소를 단순한 '불편신고'로 처리했고, 신고 11건 중 현장 출동으로 이어진 것은 초반 4건이었다. 현장에 나갔다면 맨눈으로 상황이 위험하다는 걸 직감했을 텐데 왜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았는지 의문이다. 참사 발생 직전까지 수수방관한 경찰의 무사안일주의가 사태를 키웠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게 됐다.
참사 책임을 두고 제기되는 의문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경찰은 사고 발생 전 서울교통공사에 이태원역 무정차를 요청했으나 거부당했다고 주장하지만, 공사 측은 참사 1시간 뒤에야 무정차 통과가 가능한지 경찰의 문의를 받았다고 반박했다. 경찰이 사고 당일 밤 출동 요청 11건을 접수한 사실을 참사 직후에 충분히 파악했을 텐데 어떤 근거로 당국자들이 책임 회피성 발언을 했는지도 논란이다. 사고 발생 다음 날인 10월 30일 주무부처 장관인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경찰·소방 인력을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라고 경찰을 두둔한 데 이어 31일에는 "경찰의 사고 원인 발표가 나오기 전까지 선동성 정치적 주장을 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경찰이 자신들의 무능과 책임을 감추려고 이 장관에게 허위, 축소 보고를 한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
의문이 커지자 경찰은 대규모 특별수사본부를 가동해 대대적인 감찰 및 내부 조사에 착수했다. 특수본은 본부장이 상급자 지휘·감독을 받지 않는 독립기구로, 실무자부터 지휘관까지 관계자 전원을 상대로 조사를 벌이기로 했다. 특수본은 2일 서울경찰청과 용산경찰서, 용산구청 등 8곳에 대한 압수수색을 시작으로 강제수사에 착수했다. 그러나 말단 지구대부터 윤희근 경찰청장까지 경찰 전 조직의 신뢰성에 흠집이 난 터라 '독립수사'가 제대로 이뤄진다고 해도 그 결과를 국민이 곧이곧대로 믿을지 회의감이 든다. 경찰이 사고수습과 내부 감찰에 온 힘을 쏟아도 모자랄 판에 정국 전망과 대응 방향을 자세히 적은 여론동향 문건이라는 걸 만들어 관계부처에 배포했다는 사실도 오해를 부를 만 하다.
112 녹취록 공개를 계기로 여권의 기류도 급변하고 있다. 대통령실은 '선(先) 수습' 원칙을 강조하면서도 내부적으로는 인사 조처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직접적 지휘 책임자인 윤 경찰청장은 물론이고 윤석열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통하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도 문책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분위기라고 한다. 여권 내에서는 책임 회피성 발언으로 국민적 분노를 키운 국민의힘 소속인 박희영 용산구청장의 자진사퇴를 바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번 사고와 관련해 책임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엄중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점을 다시 강조한다. 다만 정치권의 '정쟁 자제' 기조가 사라지는 듯한 기류는 우려스럽다. 사고 수습에 초당적 협력을 약속한 야당도 정치 공세를 자제하면서 정부의 수습 노력에 협조하는 게 슬픔에 잠긴 국민을 진정 위로하는 길임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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