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시리즈 성장한 키움…영화 같은 이야기[KSX스토리]
영화 장르 중 하나로 ‘성장 영화’가 있다. 주로 어리거나 젊은 주인공이 온갖 역경을 뚫고 한 단계 성장하는 내용의 영화다. 프로야구 한국시리즈를 치르고 있는 키움의 야구를 보고 있으면 자연스레 성장 영화가 떠오른다.
영화는 남쪽의 한 섬에서 시작한다. 아직 겨울바람이 가시지 않은 지난 2월 키움은 전남 고흥 거금도에서 스프링캠프 훈련을 시작했다. 논밭으로 둘러싸인 인적이 드문 거금야구장에 취재진이 몰렸다. 외인 야시엘 푸이그가 훈련에 합류하는 날이었다. 어색한 표정의 푸이그였지만, 특유의 천진함으로 팀에 녹아들었다.
시즌 개막 전 키움이 5위 안에 들어 가을야구를 할 것으로 예상한 이들은 많지 않았다. 팀의 중심이자 주포 박병호가 빠졌고, 마무리 투수 조상우도 군에 입대했다. 미국 빅리그로 떠났다 음주운전으로 퇴출당한 강정호를 영입한다는 소식에 그나마 남아 있던 팬들도 일부 등을 돌렸다. 개막한 지 한 달도 되지 않았을 때 팀의 주전 포수 박동원도 KIA로 보냈다.
시즌 절반을 치른 지난 7월 키움의 성적은 리그 2위였다. 빠른 공을 가지고 있긴 했지만 아직 10승도 올린 적이 없던 안우진이 팀의 에이스뿐 아니라 리그 최고 투수로 거듭났고, 팀의 간판이자 중심 이정후도 역대급 성적을 이어갔다.
시즌 후반기가 시작되자 키움은 내리막을 걸었다. 불펜이 무너지며 연패에 빠졌고, 4위까지 추락했다. 그나마 위안 삼을 건 전반기 기대에 못 미쳤던 푸이그가 조금씩 KBO리그에 적응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시즌 막판까지 KT와 치열한 3·4위 경쟁을 벌인 끝 시즌 최종전에서 KT가 LG에 역전패하며 3위로 시즌을 마감했다.
3위 키움은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KIA를 누르고 올라온 KT와 준플레이오프를 치렀다. 외부의 시선은 KT가 이길 것으로 봤다. 팀의 주장 이용규는 “3위로 올라왔지만 준플레이오프 때부터 도전자라는 생각으로 경기했다”고 말했다. 엎치락뒤치락 5차전까지 간 키움은 물집과 짧은 휴식에도 마운드에서 투혼을 불사른 안우진의 활약과 각 포지션에서 제 몫을 다한 팀워크를 앞세워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키움 선수들은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획득했다.
팀 역대 최다승에 막강한 전력을 보유한 LG와의 플레이오프. 져도 잃을 게 없는 시리즈였다. 1차전 직전 더그아웃에서 만난 선수들은 의욕이 넘쳐 보였다. 결국 이는 경기까지 이어져 기록된 실책만 4개로 자멸했다. 스스로 실수해 진 것이지, 실력에 밀려 진 건 아니라는 생각으로 2차전에 임했다. 키움은 4차전까지 내리 3연승을 거두며 ‘꿈의 무대’ 한국시리즈에 올랐다.
지난 1일 SSG와의 한국시리즈 1차전 경기 직전 더그아웃에서 만난 선수들은 침착해 보였다. 지난 플레이오프 1차전 들뜬 분위기로 경기를 망친 데 따른 학습효과였다. 매번 시리즈를 치르며 한 단계씩 성장한 키움은 SSG와 KBO리그 포스트시즌 역대 최고 명승부 중 하나로 꼽힐만한 경기를 펼쳤다.
선발 투수 안우진이 ‘혈투’를 펼쳤고 2선발 에릭 요키시를 구원 등판시키는 등 총력전을 펼친 키움은 연장 10회까지 간 끝에 7-6으로 역전승했다. 2014년 11월8일 목동 삼성전 이후 2915일(만 7년11개월23일) 만에 거둔 한국시리즈 승리였다.
한국시리즈 1차전 경기 전 더그아웃에서 만난 이용규는 영화 같은 한 해를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마지막에 우승해야 시나리오가 완성된다”고 말했다.
이용규의 말은 틀렸다. 남은 한국시리즈 경기 결과와 상관없이 그들의 성장 영화는 지난 한국시리즈 1차전 승리로 이미 완성됐다. 남은 경기는 ‘쿠키 영상(영화가 끝난 뒤 나오는 뒷이야기)’으로도 충분해 보인다.
인천 | 김경학 기자 gomgo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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