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들 밥 한 끼 먹여야지” 경찰관 울린 그 상인···“다 내 잘못 같아, 어른들이 죄인”[이태원 핼러윈 참사]
“우리가 다 죄인인데, 누구 탓할 거 없습니다. 어른들이 다 잘못한 거니까.”
지난달 31일 ‘이태원 핼러윈 참사’가 발생한 골목에 한 상인이 제사상을 차리고 엎드려 통곡했다. 그를 저지하던 경찰관들도 이내 상인의 옆에 주저앉아 눈물을 흘렸다. 외신 카메라에도 담긴 이 모습은 1일 방영된 MBC 시사프로그램을 통해 소개되며 또 한 번 화제가 됐다.
제사상을 차린 이는 참사가 발생한 서울 용산구 해밀턴 호텔 옆 골목에서 10년 넘게 옷가게 ‘밀라노컬렉션’을 운영 중인 남인석씨(80)다. 남씨는 2일 통화에서 “가슴이 터질 것 같다. 너무 죄를 지은 것 같아서”라며 제사상을 차린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죄를 짓는 기분이라 어쩔 줄 몰라서 그랬다. 그냥 아주 미안해서”라고 했다.
제사상을 차렸던 상황에 대해선 “경찰관들이 처음에는 대여섯명이 와서 ‘이러시면 안 된다’고 해서 대판 실랑이를 벌였다”며 “그러다가 다 같이 울었다. 경찰들이 ‘저희도 어쩔 수가 없다’ 하면서 울더라”라고 했다.
그는 자신이 차린 제사상이 화제가 된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했다. 현재 남씨가 운영 중인 가게 블로그 방명록에는 ‘희생자들이 떠나는 길에 밥을 대접해줘서 고맙다’는 시민들의 감사 인사가 이어지고 있다.
남씨는 참사 당시를 회상하며 “애들을 살리지 못한 것이 그냥 다 내 죄 같고, 다 내가 잘못한 것 같다”고 했다. 그는 “당시 가게 문을 닫고 쉬고 있는데 밖에서 ‘사람 엎어졌다’ ‘살려달라’ 비명이 들리더라”며 “그래서 문을 열었더니 신발이 벗겨진 애들이 가게로 쏟아졌다”고 했다.
그러면서 “애들을 내가 다 빼낼 수도 없고, 경찰이랑 소방관들이 밑에서 올라오길래 ‘뒤로 가서 빼라’ 소리를 질렀다. 이래선 안 된다고. 그러니까 뒤로 돌아가느라 한참 시간이 걸리고 안타까워서 죽겠는거라”라고 말했다.
인터뷰 중간 울음이 터진 남씨는 “어린 애들이 죽어가는데 어른이 할 수 있는 게 없어서”라며 한참 말을 잇지 못했다. 그러면서 “경찰들도 고생했다. 그 사람들 원망하면 뭐하나. 다 지나갔는데 네 탓 내 탓 하지 말고 우리 전체가 죄인인데 누구 탓할 거 없다. 어른들이 잘못한 거다”라고 말했다.
이유진 기자 yjle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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