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코스프레’ 무시해 현장통제 어려웠다”는데… 온라인선 ‘불법 제복 판매’ 버젓이

참사 현장서 경찰 통제 이뤄지는데도 일부 행인 ‘코스프레 같다’며 지나쳐
경찰 복장·장비 착용, 현행법 상 별도 법령서 지정한 경우 외에는 전부 처벌 대상

지난달 29일 서울 이태원 참사 현장에서 사망자 발생 직후 인파 한가운데에서 통행을 통제하는 경찰관(노란색 원). MBC 캡처

 
핼러윈을 앞둔 지난달 29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에서 발생한 대규모 압사 참사와 관련해 사고 원인 분석이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당시 경찰관이 교통 통제에 나섰음에도 많은 이들이 ‘코스프레 경찰’로 오해해 조치에 제대로 따르지 않았다는 증언이 나왔다.

2일 YTN에 따르면 이태원 파출소에 근무 중이라고 밝힌 경찰관 A씨는 전날 밤 경찰 내부망 ‘폴넷’에 이 같은 정황을 전했다.

A씨에 따르면 사고 당일 현장 통제에 나선 경찰관들을 ‘핼러윈 코스튬(복장)’을 한 것으로 오인한 일부 업주와 시민들이 “별 거 아닌 일에 유난 떨지 마라”, “경찰 코스프레 아니냐”는 등 무시해 어려움이 많았다고 토로했다.

앞서 현장 목격자들도 A씨와 같은 증언을 내놨다.

지난달 30일(한국시간) 미국 매체 CNN과 인터뷰한 한국인 A씨는 “경찰들이 소리쳤지만 다들 ‘코스튬 복장’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진짜 경찰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며 “사람들은 서로 ‘저 경찰 진짜냐’고 묻고 있었다”고 회상했다.

한국 거주 6년 차라고 밝힌 스페인 국적자 B씨 역시 같은날 미국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핼러윈을 맞이해 많은 사람들이 경찰로 분장했기 때문에 혼란이 컸다”며 실제 경찰 분장을 한 사람들이 있었음을 증언했다.

이날 SBS와 인터뷰한 한국인 C씨는 “구조대원 2명이 지나갔지만 사람들은 ‘저것도 분장인 것 같다’고 말했다”며 “경찰이 왔어도 전부 핼러윈 복장으로 생각해 비켜서지도 않았다”고 전했다.

현행법상 경찰 신분이 아닌 사람이 경찰 제복·장비를 착용한 채 외부 활동을 할 경우 명백한 처벌 대상이다.

경찰제복 및 경찰장비의 규제에 관한 법률 제9조 1항에서는 ‘경찰공무원이 아닌 자는 경찰제복 또는 경찰장비를 착용하거나 사용 또는 휴대하여서는 아니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같은조 2항과 3항에서도 유사 경찰제복이나 관련 장비를 착용해 실제 경찰 공무원과의 식별을 곤란하게 해서는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아울러 같은 법률 제8조에서는 경찰제복 등의 제조·판매 등도 금지하고 있다. 

만약 이를 위반할 경우 6개월 이하의 징역이나 300만원 이하의 벌금·구류 또는 과태료에 처해진다(위 법률 제12조).

다만 대통령령을 비롯해 다른 법령에 의해 정해진 경우는 예외로 둔다(같은 법률 8조 3항).

하지만 이같은 법률에도 불구하고 경찰관과 유사한 외형을 갖출 수 있는 복장이나 완구류 등은 여전히 판매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달 2일 네이버 인터넷 쇼핑몰에서 ‘경찰 코스프레’를 검색한 결과 2만5213개의 상품이 검색됐다. 

경찰 관계자는 “경찰복을 입은 시민을 경찰로 오해해 대응이 늦어질 수도 있다”며 “공익광고 촬영 등 공적 목적 이외에는 (경찰복 착용이) 위법이니 자제해달라”고 당부했다.

정재우 온라인 뉴스 기자 wampc@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