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가 빚어낸 뒤틀린 욕망과 비극…연극 '틴에이지 딕'

연극 '틴에이지 '딕'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서 11월 17일부터 20일까지

리처드 역 하지성, 벅 역 조우리(왼쪽부터) 국립극장 제공

국립극장은 연극 '틴에이지 딕'(Teenage Dick)을 오는 17일부터 20일까지 달오름극장에서 국내 초연한다.

'틴에이지 딕'은 셰익스피어의 '리처드 3세'를 뇌성마비 고등학생 이야기로 각색한 극작가 마이크 루의 동명 희곡이 원작이다.

'리처드 3세'는 셰익스피어가 실존 인물을 바탕으로 쓴 비극으로, 기형적 신체에서 비롯된 열등감을 권력욕으로 채우려는 한 인간의 악행과 파멸의 과정을 다룬다.

마이크 루는 인물의 성격과 사건의 흐름 등 원작의 뼈대를 가져오되, 배경을 현대 미국 고등학교로 옮겨 동시대 관객이 공감할 이야기로 새롭게 풀어냈다.

작품은 장애 때문에 친구들에게 괴롭힘을 당하지만, 뛰어난 책략가이자 야심가의 면모를 지닌 리처드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자신을 괴롭히는 무리에게 복수하고자 차기 학생회장이 되려는 리처드가 본인의 약점까지 이용하며 꾸미는 음모와 갈등, 예상치 못한 혼란과 선택의 순간 등을 총 9장에 걸쳐 그린다.

2018년 미국에서 초연한 이 작품은 소외된 인물을 다루는 작품에서 전형적으로 보이는 극복과 치유의 서사, 평면적 인물의 틀을 깨고 장애인을 입체적 인간으로 생생하게 그려 관객과 평단을 사로잡았다.

국립극장 측은 "자신의 욕망을 가감 없이 표출하는 리처드와 그를 둘러싼 인물의 모습을 통해 장애인에 대한 선입견을 깨는 동시에 '다름'을 마주하고, 받아들이는 사회 전반의 인식과 태도에 물음을 던진다"고 전했다.

연출은 고전을 현대적 시각으로 풀어내는 데 탁월한 신재훈이 맡았다. 신 연출은 "욕망을 위해 투쟁하는 것은 인간의 본성이지만, 주변의 시선과 고정관념 등으로 빚어진 뒤틀린 욕망이 어떤 불행을 초래하는지 그렸다"고 밝혔다.

음악감독 이승호는 교향곡과 오페라 아리아 등을 힙합 리듬이나 밴드 선율로 편곡, 리처드의 뒤틀린 마음을 풍자적으로 담아낸다.  

지난 7월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6명의 배우가 각자의 욕망을 위해 사투를 벌이는 인물을 그려낸다. 극을 이끄는 리처드 글로스터 역과 그의 친구 바바라 벅 버킹엄 역은 뇌병변 장애인 하지성‧조우리 배우가 각각 맡았다. 휠체어를 타는 두 배우는 장애로 생겨난 몸의 습성을 연기에 녹여내 장애인 배우만이 보여줄 수 있는 독특한 리듬과 움직임으로 자신의 색을 입힌 캐릭터를 완성한다.

연극배우 김가린‧김연수‧김소정‧강해리가 출연해 신랄한 풍자와 웃음으로 버무려낸 블랙 코미디를 완성한다.

이번 공연은 무장애 공연(배리어프리·Barrier-free)으로 진행된다. 시각장애 관객에게 FM수신기로 폐쇄형 음성 해설을 제공하고, 수어 통역사를 배우와 일대일로 배치한다. 장애인 관객 접근성 향상을 위해 국립극장 홈페이지와 유튜브에서 수어 통역과 음성 해설, 자막이 포함된 공연 소개와 예매 안내 영상도 제공한다.

국립극장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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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문수경 기자 moon034@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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