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드러난 '부실 대응'…'이태원 참사' 특별감찰팀, 3가지 의혹 집중

송상현 기자 2022. 11. 2.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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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만명 인파 예상에 137명 투입 오판…증원 이뤄지지 않은 책임 밝혀야
사고 전 11건 신고 접수, 4건 출동…지휘체계 붕괴 이유도 조사해야
윤희근 경찰청장이 1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브리핑룸에서 이태원 사고와 관련한 입장표명을 마친 뒤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2022.11.1/뉴스1

(서울=뉴스1) 송상현 기자 = 경찰이 이태원 참사 발생 당시 시민들의 112신고에 제대로 대응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면서 경찰 책임론이 거세지고 있다. 이에 따라 경찰청의 특별감찰은 일선 파출소와 용산경찰서, 서울지방청 등 전방위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2일 경찰에 따르면 경찰청은 경찰의 초동 대응 부실 의혹을 점검하기 위해 15명으로 특별감찰팀을 구성해 전날부터 용산경찰서와 서울경찰청 등에 대해 감찰을 시작했다.

감찰팀이 들여다볼 부분은 크게 3가지로 요약된다. 먼저 이태원에 핼러윈을 맞아 10만명 이상의 인파가 모일 것으로 알면서도 경찰력 137명만을 투입한 '오판'의 책임은 가장 먼저 따져야 할 부분이다.

또한 사고 약 4시간 전부터 '압사' 등 11건의 관련 신고 접수해 사고 징후를 뚜렷하게 파악할 수 있었음에도 제대로 된 대응하지 못한 이유도 밝혀야 한다.

이태원 참사 상황이 최초 신고 접수 후 1시간47분 뒤에 경찰청에 보고되는 등 관할경찰서→시도경찰청→경찰청으로 이어지는 지휘 체계가 무너진 이유도 들여다볼 부분이다.

29일 밤 서울 용산구 이태원 한복판에서 심정지 환자가 대규모로 발생했다. 2022.10.30/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10만명 모인다" 예상하고도 137명 투입…기동대 배치 안 한 이유는

국민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부분은 경찰이 참사 당시 핼러윈을 맞아 10만명이 넘는 인파가 몰릴 것을 알고도 제대로 된 사전 대비를 왜 하지 못했냐로 요약된다.

용산경찰서가 지난 27일 배포한 보도자료에는 "일일 약 10만명 가까운 인원이 이태원 관광특구 중심으로 제한적인 공간에 모인다"고 돼 있다. 여기에 경찰은 지난 26일에는 이태원 일대 상인단체 관계자, 서울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장 등 관련자들과 간담회를 하고도 안전사고 문제에 대해 별다른 논의를 하지 않았다. 이 자리에서 '압사 사고 가능성'이 언급됐다는 주장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하지만 경찰이 이날 이태원 현장에 배치한 인원은 137명으로 지역경찰(지구대·파출소) 32명, 수사 50명, 교통 26명 등으로 구성됐다. 특히 질서유지·안전관리 업무에 주력하는 지역경찰은 2019년(39명), 2018년(37명)보다 외려 적었다.

특히 용산경찰서는 보도자료에서 "추가로 경찰기동대를 지원 받아 총 200여명 이상을 이태원 현장에 배치하겠다"고 했는데 실제론 이보다 적은 인원이 투입됐다는 점에서 관련 조사가 필요하다.

질서유지와 혼잡 관리를 위한 기동대나 경비인력이 추가로 투입되지 않은 점도 반드시 밝혀야 할 문제다. 이날 경찰 내부망에는 이태원파출소 소속 직원이라고 밝힌 한 경찰관이 "용산경찰서가 서울경찰청에 (핼러윈 축제에 대비해) 기동대 지원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압사' 위험 등 사고 전 11건 신고 출동은 4건만…조치 안해 사고 책임

참사 직전 사고의 위험성을 알리는 11건의 신고에서 '압사'라는 단어가 9번이나 언급됐지만, 경찰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이유도 중점적으로 다뤄야 할 문제다.

경찰이 참사 3시간 40분전쯤인 오후 6시34분 접수한 최초 신고에는 "압사당할 것 같다"는 다급한 내용이 담겨 있다. 이후에도 경찰은 "사람 많아서 인원 통제 필요하다" "이러다 사고 날 것 같다" "아수라장이다" 등 위급 상황을 알리는 신고를 10건 더 접수했다.

하지만 경찰은 11건 중 4건만 출동하고 나머지 6건은 전화상담 후 종결, 1건은 불명확으로 처리했다.

신고 녹취록을 보면 경찰관 통화 중 신고자가 욕설을 내뱉고 비명을 지르는 등 현장이 아수라장이었음을 충분히 추측할 수 있다.

그러나 경찰은 여섯번째 신고 접수 이후엔 아예 현장 출동을 하지 않았다. 경찰이 보행로 통제 등 최소한의 조치만이라도 했다면 사고를 충분히 막을 수 있다는 점에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다.

이태원 일대의 112신고는 먼저 서울경찰청 112상황실에 접수되고, 신고 위치를 확인한 후 관할경찰서인 서울 용산경찰서에 하달된다. 이후 서울 용산경찰서는 가까운 관내 파출소·지구대 등에 출동 관련 지령을 내리게 된다.

신고접수와 중요사항 전파·보고, 관리자 판단·조치, 현장부서 대응 등 이 과정에 관여하고 있는 실무자부터 지휘관까지 모든 경찰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

또한 같은 신고가 반복됐음에도 서울경찰청 등 상급관서가 인력 추가 투입 등의 조치를 하지 않은 이유도 밝힐 필요가 있다.

윤희근 경찰청장이 30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이태원 핼러윈 압사사고 현장을 찾아 경찰의 설명을 들으며 살펴보고 있다. (경찰청 제공) 2022.10.30/뉴스1

◇107분 지나서야 경찰청 인지, 서울청장도 81분 걸려…지휘 보고 체계 무너져

'늑장 보고' 등 이태원 참사 상황을 알리는 보고·지휘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이유도 명확히 조사해야 한다.

경찰 보고 체계는 관할 경찰서→시도경찰청→경찰청으로 이뤄진다.

하지만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은 사건 발생 1시간21분이 지난 29일 밤 11시36분에야 용산경찰서로부터 해당 사고와 관련된 보고를 받았다. 자택에서 전화를 받은 김 청장은 택시를 타고 밤 12시쯤 현장에 도착했다.

경찰청은 신고접수 1시간47분 뒤인 30일 0시2분에야 서울경찰청으로부터 이태원 참사 관련 '치안 상황 보고'를 받았다. 윤희근 경찰청장에 보고된 시점은 이보다 더 뒤일 가능성도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경찰이 참사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해 기본적인 보고체계조차 지키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상급 경찰청장에 제때 보고가 됐다면 더 체계적인 대응 방안이 나올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이번 지휘 체계 붕괴 문제는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

songs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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