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남궁민?'에서 '오~남궁민!'으로 감탄하게 된 순간('천원짜리 변호사')

박생강 칼럼니스트 2022. 11. 2.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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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원짜리 변호사’ 남궁민은 홀로 빛나는 스타가 아니다

[엔터미디어=소설가 박생강의 옆구리tv] SBS 금토드라마 <천원짜리 변호사>는 최근 히트해온 SBS 금토드라마의 공식을 그대로 따른다. 코믹하면서도 정의로운 히어로가 주인공인 드라마인 것. 이들은 사제이거나 혹은 법조인이거나 어쨌든 대중들이 정의롭기를 바라는 직업군의 사람들이다.

다만 <천원짜리 변호사>는 좀 더 가벼운 법정 웹툰의 느낌으로 다가온다. <천원짜리 변호사>은 '병맛' 개그 포인트를 살리는 동시에 사건 기반의 법률 정보를 사이사이 끼워 넣는다. 그리고 이미 알다시피 남궁민은 이런 깨알 같은 개그를 잘 살린다. 말도 안 되는 만화 같은 캐릭터 천지훈 변호사를 남궁민처럼 능청스럽게 그려낼 배우는 많지 않다.

남궁민은 MBC <내 마음이 들리니?>의 연기 잘하는 미남 서브 남주에서 2015년 SBS <리멤버>의 사이코패스 악한을 그려내는 최고의 연기를 보여준다. 악역으로 굳어질 뻔한 남궁민은 이후 SBS <미녀 공심이>의 안단태와 2017년 <김과장>의 김성룡을 통해 자연스런 병맛 개그 연기의 일인자로 시청자들에게 한 걸음 더 훅 들어간다.

이후에도 남궁민은 무거운 스릴러물의 주인공과 가벼운 드라마의 주인공을 번갈아 가며 맡아왔다. 당연히 tvN <낮과 밤>과 MBC <검은 태양>으로 어둠 속을 거쳐 왔으니 이번에는 밝은 캐릭터로 돌아올 차례이기는 했다.

허나 <천원짜리 변호사>는 기본적으로 가벼운 톤에 어이없는 개그가 몇 분 간격으로 터진다. 이 때문에 시청자들은 '또 남궁민?' 같은 느낌으로 식상하게 볼 여지도 많은 작품이었다. 하지만 남궁민은 <천원짜리 변호사>를 통해 다시 한 번 본인의 능력을 보여주는 데 성공한다. 그건 바로 남궁민이 드라마에 녹아들어 인간의 희로애락의 흐름을 자연스레 보여주는 배우이기 때문이다.

이런 남궁민의 연기 덕에 <천원짜리 변호사>은 가벼운 법정 웹툰인 동시에 사람들의 눈물샘을 쏙 빼는 드라마가 되기도 했다. 아버지의 죽음을 목격한 검사 천지훈의 오열 연기는 특별한 대사 없이도 바로 보는 이들을 울컥하게 만들었다. 그 후 유일한 버팀목이었던 주영(이청아)의 허무한 죽음 앞에서 비통해 하는 천지훈의 모습은 또 어떤가? 이 가벼운 드라마에 숨어 있던 묵직한 천지훈의 과거사를 단숨에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뿐만 아니라 남궁민은 평범한 장면을 그의 말투와 표정 변화로 특별한 장면으로 만들어내는 힘이 있다. 10회에 천지훈의 뒤를 몰래 따라오던 백마리(김지은)를 만나 둘이 술을 마시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이 장면은 남궁민 특유의 능청스러운 톤으로 먹태를 자르는 설명을 하면서 시작한다. 이후 두 사람은 서로 거짓말을 하자면서 서로의 속내를 털어놓기 시작한다. 이후 드라마는 뭔가 로맨틱한 분위기로 변한다.

물론 겉으로는 백마리의 진심에 천지훈이 툴툴대는 말투로 능청스레 대답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하지만 시청자는 이미 천지훈의 눈빛이나 표정에서 그가 백마리의 마음을 알고 있다는 것을 볼 수 있다. 이후 백마리가 천지훈의 과거 일을 돕고 싶다는 제안을 한다. 이후 천지훈은 표정이 굳어가면서 그녀의 제안을 거절한다. 말은 하지 않지만 백마리가 위험에 처할까 걱정해서이다. 이처럼 남궁민은 주고받는 대사로 이어지는 평범한 장면에 숨겨진 감정이나 숨은 사건들을 자연스레 시청자에게 보여주는 배우다.

더구나 이 드라마에서는 남궁민의 파트너십도 빛난다. 남궁민은 홀로 빛나는 스타가 아니라 주변인을 빛나게 해주는 조명 같은 주인공이다. 이미 SBS <스토브리그>의 백승수일 때도 이세영(박은빈)과 한재희(조병규)의 역할까지 빛나게 해주었다. 그리고 이번 <천원짜리 변호사>에서는 아예 사무장(박진우)과 백마리(김지은)와 함께 약간은 좀 세 얼간이처럼 보이지만 그러면서도 매력적인 삼총사로 등장한다. 그렇기에 이 삼총사의 유쾌한 호흡으로 자연스레 흘러가는 <천원짜리 변호사>을 킬킬대며 지켜보다, 너무 튀지 않고 상대 배우와 함께 가는 남궁민의 주인공 연기에 문득 '오, 남궁민' 감탄하게 되는 순간이 있는 것이다.

칼럼니스트 박생강 pillgoo9@gmail.com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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