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 “한국의 초연결성, 핼러윈 참사 트라우마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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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밤, 핼러윈 축제가 진행 중이던 서울 이태원에서 참사가 발생했다.
한국의 탁월한 인터넷 환경과 온라인 공간의 특성으로 인해 시민들은 참사 현장을 실시간으로 지켜보며, 가슴 아파했고, 상처를 받았다.
미국 <월스트리트 저널> 은 1일(현지시각) "한국인들은 스마트폰과 초연결성을 통해 온라인에서 끔찍한 장면을 소비하고 전파"했다며 "이것이 (이번 참사에서) 더 많은 두려움을 만들어냈다"고 보도했다. 월스트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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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
29일 밤, 핼러윈 축제가 진행 중이던 서울 이태원에서 참사가 발생했다. 13만명의 인파가 몰린 극도의 혼잡 속에서 사람이 사람에게 깔려 150여명이 숨졌다. 현장 상황을 담은 사진과 영상이 고작 클릭 몇 번에 사회 전체에 빠르고 광범위하게 퍼졌다. 한국의 탁월한 인터넷 환경과 온라인 공간의 특성으로 인해 시민들은 참사 현장을 실시간으로 지켜보며, 가슴 아파했고, 상처를 받았다.
미국 <월스트리트 저널>은 1일(현지시각) “한국인들은 스마트폰과 초연결성을 통해 온라인에서 끔찍한 장면을 소비하고 전파”했다며 “이것이 (이번 참사에서) 더 많은 두려움을 만들어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핼러윈 참사가 시민들에게 사실상 “생중계됐다”고까지 지적했다.
이 분석대로 참사 소식을 처음 알린 것은 기성 언론이 아니었다. 언론 보도가 나오기 전에 현장 목격자들이 트위터 등을 통해 현장 소식을 퍼 날랐다. 처음 시민들이 올린 사진과 영상에는 희생자의 얼굴 등이 그대로 노출돼 있었다. 경찰관, 소방관, 평범한 시민들이 길거리에서 절박하게 심폐소생술(CPR)을 하는 영상이 트위터에서 만 차례 넘게 ‘리트윗’됐다. 신문은 “한국의 인터넷 속도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고, 광범위한 초연결성 덕분에 견고한 디지털 생태계가 만들어졌다”며 “거의 모든 사람이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다”고 전했다.
당시 ‘날것’의 영상을 직접 접한 대학생 정현지(21)씨는 <월스트리트 저널>에 참사 소식을 “보고 싶지 않았지만 다른 소셜미디어 플랫폼에도 계속 올라왔다”며 “참사 이후 매일 새벽 4시에 깨고 멍한 상태에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회사원 황에스더(36)씨는 “(참사 소식을 올리는) 트위터 계정의 팔로우를 취소했다”며 “그게 내가 지금 괜찮다고 느끼는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온라인상에서 본 사진이나 영상이 시민들에게 트라우마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백종우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장(경희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은 “외상 후 스트레스는 사안에 직접 관여한 이들에게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며 “예상치 못한 장소에서의 비극적인 죽음을 목격하는 것은 사진과 영상을 통해서 이뤄지더라도 엄청난 트라우마와 스트레스를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앨리슨 홀맨 캘리포니아대 심리학과 교수도 “미디어 콘텐츠를 과도하게 소비하는 사람이 스트레스를 많이 받기 쉽고, 더 많은 콘텐츠를 찾아보게 하는 유인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핼러윈 참사 상황을 담은 온라인 콘텐츠가 문제가 되면서 주요 소셜미디어 기업들은 사용자들에게 주의를 당부했다. 참사 다음 날인 10월30일 트위터코리아는 “민감한 게시물의 리트윗 자제를 부탁한다. 문제 트윗을 발견하면 신고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카카오와 네이버도 공지를 통해 참사 관련 게시물 작성에 유의하고, 희생자의 신원이나 확인되지 않은 사실의 유포 등을 자제해달라고 당부했다.
조해영 기자 hy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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