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증권가에 '구조조정 한파' 우려…자산 팔고 감원도

윤선희 2022. 11. 2.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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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채권 등 돈 되는 자산 팔아 현금 확보
증권사들, 금융감독당국에 순자본비율(NCR) 규제 한시 완화 요구
비용축소·부서 없애고 감원도…"내년 보수적 영업·위험 관리 매진"
여의도 증권가 모습 [촬영 류효림]

(서울=연합뉴스) 증권팀 = 증시 부진과 자금시장 경색이 겹치면서 여의도 증권가에 구조조정 한파가 닥쳤다.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증권사들은 유동성 확보에 비상이 걸려 부동산과 채권 등 보유 자산을 내다 팔고 단기차입 한도도 늘렸다. 최근에는 금융감독당국에 단기자금시장 경색을 해소하기 위해 재무건전성 관련 규제를 완화해달라고 호소했다.

회사 규모와 상관없이 대다수 증권사가 비상 경영에 들어가 마른 수건까지 짜면서 비용을 줄이는 등 본격적인 긴축에 들어갔다.

여의도 증권가에선 연말을 앞두고 부서 통폐합과 인력감축 등 구조조정 칼바람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단기차입 늘리고 당국에 재무건전성 규제 완화 건의

정부와 한국은행의 유동성 지원 조치 발표 이후 증권사들은 단기차입금 한도를 늘리는 등 자금 마련에 분주하다.

BNK투자증권은 단기자금 유동성 확보를 위해 한국증권금융 담보금융지원대출 프로그램을 통해 받을 수 있는 액수 한도를 기존 900억원에서 1천700억원으로 늘렸다. IBK투자증권도 전자단기사채와 기업어음(CP) 발행 한도를 5천억원 더 확대했다.

BNK투자증권 관계자는 "정부가 발표한 증권사 유동성 지원 조치에 맞춰 800억원 상당의 차입을 진행 중"이라며 "일부 금액은 완료했고 나머지도 순차적으로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자금줄이 마른 일부 증권사는 현금 확보를 위해 부동산이나 CP, 상장지수펀드(ETF) 등 돈이 될 만한 보유 자산을 내다 팔고 있다.

당장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이 많지 않다 보니 건전성 악화를 우려한 증권사들은 한시적인 규제 완화도 요청했다.

금융투자협회는 최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에 증권사 재무 건전성 지표인 순자본비율(NCR) 규제를 한시적으로 완화해달라고 건의했다.

NCR은 영업용순자본에서 총위험액을 뺀 값을 인가 단위별 필요자본으로 나눈 비율로, 증권사의 재무 건전성을 확인하는 지표다.

금융당국은 NCR 비율이 100%를 밑도는 증권사에 부실자산 처분 등 경영개선 권고, 50% 미만 증권사에 합병, 영업 양도 등 경영개선 요구·명령 등 적기시정조치를 내린다.

증권사들이 규제 완화를 요구한 것은 차환 발행 불발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지급 보증을 자체 자금으로 떠안으면 모두 위험액으로 반영돼 건전성 지표가 나빠지기 때문이다.

업계가 추산한 증권업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채무보증 위험 노출액(익스포져)은 40조원에 이른다.

협회 관계자는 "증권사들이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시장 경색으로 차환 발행을 하지 못하고 물건을 떠안게 되면 NCR 차감 부분이 크다"며 "시장이 정상화할 때까지만 완화해달라고 건의했다"고 말했다.

비용 줄이고 감원 돌입…구조조정 우려감 확산

증권사들은 이미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증시 거래 부진과 금리 상승, 자금시장 경색 등 악재가 겹치면서 급작스럽게 한파가 닥쳤기 때문이다.

업계 전반에서 판매관리비 등 비용을 최대한 줄이고 부서 통폐합, 인원 감축, 비정규직 전환 추진 등 인건비를 줄이려는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

케이프투자증권은 전날 법인부(법인 상대 영업부)와 리서치사업부를 폐지하기로 공식 결정했다.

해당 부서에 소속된 임직원은 약 30명으로, 일부는 부서 폐지에 따라 재계약 대상에서 제외됐다.

케이프투자증권 관계자는 "계약 기간이 남았거나 계속 근로자인 임직원의 경우 유사 업무로 전환 배치해 최대한 수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업황 부진을 고려해 인력을 효율화하고 기업금융(IB)과 자기자본투자(PI) 위주의 전문 투자회사로 나아가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케이프증권의 감원 소식이 전해지면서 금융투자업계에선 이번 불황 국면에 구조조정 한파가 매서울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날 여의도 증권가에선 일부 증권사의 감원 비율이 담긴 정보지가 빠르게 유포되면서 감원 공포가 확산했다.

대다수 증권사가 사실무근이라고 부인했다.

A 증권사 관계자는 "회사가 보유한 현금으로 유동성 문제를 모두 해결할 수 있다"며 "올해 초부터 비상 경영 체제로 돌입해 비용을 통제하고 위험 관리를 강화했다"고 말했다.

B 증권사 관계자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정보지에 오른 회사 대부분이 부동산 PF를 많이 다룬 회사로, 증권업계를 혼란스럽게 하려는 의도가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업계 내에선 우려감이 가시지 않는 모양새다. 올해 3분기 증권사 순이익이 작년 같은 기간의 반 토막 이상 줄면서 고액 연봉을 받는 직원들의 고용 유지 여부가 불투명해졌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금융투자업계에선 한국·NH투자증권을 제외한 대부분 증권사가 연봉제를 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도 연봉제 전환 추진을 위해 직원들의 찬반 의견을 듣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금융시장 전반의 사정이 어려워진 데 따라 중소형 증권사들은 수익이 발생하지 않는 사업 부문을 축소하거나 정리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중소형 C 증권사 관계자는 "대형사만큼의 네트워크가 없어 법인 영업이 쉽지 않아 최근 몇 년간 아무리 뛰어도 운동화값도 안 나온다는 얘기가 나왔다"고 하소연했다.

그러면서 "형식적으로라도 법인영업 조직을 운영해온 증권사 중에선 사업부를 정리할 가능성이 있고, 성과급 미지급으로 스스로 회사를 떠나는 직원들이 나올 것"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D 증권사 관계자는 "작년에 번 돈이 많아 무리하게 구조조정을 할 상황은 아니다"라며 "연말을 앞두고 조직 개편과 내년 경영계획을 수립하는 시기여서 소문이 잘못 확산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만, 내년에는 무리하게 영업하기보다 위험 관리에 매진하는 기조가 되겠으나 인력 조정 여부는 논의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윤선희 배영경 채새롬 송은경 홍유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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