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인근에서 홍보행사 진행 서울시 산하단체 …‘주최 아니라 못 막았다’는 말 부메랑 되나[이태원 핼러윈 참사]

강은 기자 2022. 11. 2.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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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이 1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 이태원 핼러윈 참사 추모공간에서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서울시 산하 단체인 서울관광재단이 이태원 핼러윈 참사 당일인 지난달 29일 참사 현장 인근인 해밀턴호텔 뒤편에서 홍보 행사를 열었던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서울관광재단은 참사 발생 이후 행사를 알렸던 보도자료를 삭제하기도 했다. 서울시는 ‘핼러윈은 주최가 없는 행사’라는 논리로 책임론에 선을 그어 왔지만 산하 단체가 현장에서 홍보 행사를 주최한 이상 축제에 관여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2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관광재단은 이태원 해밀턴호텔 뒤편에 ‘디스커버서울패스’ 홍보부스를 마련하고 28~29일 이틀간 오후 5~8시 행사를 진행했다.

서울관광재단은 당시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핼러윈데이를 맞아 디스커버서울패스 홍보 이벤트를 개최한다”면서 “핼러윈 분위기를 위해 홍보부스에는 ‘오징어게임’ 분장을 한 스텝들이 배치된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핼러윈 이벤트는 거리두기 없는 핼러윈을 맞이해 이태원 일대 축제를 즐기러 나온 외국인 관광객을 겨냥해 기획됐다”고 설명했다.

디스커버서울패스는 2016년 7월 서울관광재단이 출시한 외국인 전용 관광 이용권이다. 이 카드를 이용하면 서울 주요 관광지에 무료입장할 수 있으며 면세점, 공연 등을 할인된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다. 공항철도나 따릉이 등 대중교통을 결제할 때도 사용할 수 있다.

서울시는 이태원 핼러윈 참사 이후 지금까지 핼러윈 축제는 주최가 정해져 있지 않아 서울시 차원에서 안전 계획을 마련하는 등 적극적인 사전 조치를 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고 밝혀왔다. 그러나 서울시 산하 기관이 공식 행사를 주최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서울시도 책임을 면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참사 직후 서울관광재단이 홈페이지에서 보도자료를 삭제한 것도 책임을 피하려는 조치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서울관광재단 관계자는 “보도자료를 삭제한 것은 사고가 발생한 이후 홈페이지에 (희생자를) 애도하는 배너를 걸어놨는데 ‘핼러윈을 즐기자’는 내용의 보도자료가 함께 올라가 있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면서 “재단에서 해당 홍보행사를 주최한 것은 맞지만 테이블 하나 놓고 직원이 두 명 나가 있는 정도여서 구청에 따로 신고할 만한 규모도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핼러윈 행사 자체와는 관계가 없고 핼러윈 당일 이태원에 외국인이 많이 모이기 때문에 그쪽에서 행사를 진행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강은 기자 e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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