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어진 폰 줍지 말고, 넘어지면 웅크려 머리 보호”…밀집군중서 생존법

오경묵 기자 2022. 11. 2.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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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뭄바이의 시장에 모인 군중들. /AP 연합뉴스

이태원 핼러윈 참사와 같은 다중 밀집 사고는 경기장, 콘서트장, 야외 행사장 등 인파가 밀집한 곳에서는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들뜬 분위기 탓에 현장에 모인 사람들은 위험을 알아차리기가 힘들다.

대규모 인파에 떠밀리는 상황이 됐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최근 전문가들의 조언을 받아 ‘군중 압착(crowd crush)’ 위험성을 미리 알아채고 생존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방법을 질의응답 형태로 정리했다.

◇지금 상황이 위험한지 알 수 있는 방법은

군중들이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한다면 밀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신호다. 움직이던 인파의 흐름이 갑자기 멈추는 경우 밀집도가 위험 수준에 다다랐다는 의미다. 주변 사람들의 소리를 듣는 것도 중요하다. 불편함이나 고통을 호소하는 소리가 들린다면 상황이 통제 불능으로 치닫고 있다는 것이다.

각자의 본능도 중요하다. 이태원 참사 당시에도 상황이 불안해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고 현장을 떠난 이들이 있었다. 군중 관리 전문가인 마틴 에이머스 노섬브리아대 교수는 “행동의 자유를 잃어버렸다고 느끼는 순간이 핵심”이라며 “내 의지와 상관없이 끌려 다니는 상황이 됐을 경우, 움직일 수 있다면 곧바로 빠져나와야 한다. 눈을 똑바로 뜨고 가장 확실한 탈출로를 찾아야 한다”고 했다.

◇인파 속에 갇혔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군중이 움직임을 멈췄다면 우선 팔로 가슴을 보호해야 한다. 밀집도가 너무 올라가면 팔을 꼼짝도 못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상황을 방지하려면 가슴을 보호할 수 있도록 ‘보호막’을 만드는 것이 좋다. 주로 쓰는 손으로 반대쪽 손목 위를 잡거나 팔짱을 껴서 숨 쉴 공간을 확보하는 것이다.

또 두 발로 땅을 곧게 딛고 서야 한다. 인파의 흐름을 역방향으로 거스르지 말고, 흐름에 따르면서 탈출로를 찾는 것이 좋다. 군중 안전 전문가인 폴 베르트하이머는 “복싱 선수처럼 앞뒤로 다리를 벌리고 무릎은 살짝 굽히는 것이 좋다”며 “배낭이 있다면 가슴 앞으로 오도록 메라”고 했다.

키가 작은 사람은 숨쉬기가 더 어려울 수 있다. 인파가 몰린 장소에서 어린아이가 더 위험한 이유다. 만약 아이와 함께 인파 속에 갇혔다면 아이를 어깨 위에 올리거나, 아이를 안아 올려 아이가 다리로 어른의 허리를 감싸도록 해야 한다. WP는 “절대로 아이를 팔로 끌어당기며 이동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고함·비명 등은 에너지와 산소의 낭비다. 침착함을 유지하면서 머리를 들어 산소를 확보해야 한다.

빽빽하게 밀집된 인파 속에서 휴대전화 등 물건을 잃어버렸다면, 바로 포기해야 한다. 무언가를 주우려고 허리를 숙였다가 넘어지거나, 다시 고개를 들지 못하는 위험한 상황에 빠질 수 있다.

만약 넘어졌다면, 곧바로 일어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불가능하다면 왼쪽 옆으로 웅크려 머리를 보호하는 것이 차선책이다. 등이나 배를 대고 눕거나, 엎드리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인파 속에서 어떻게 사망자가 발생하나.

▲압사 사고에서 대부분은 밟혀서 사망하기보다는 선 채로 호흡곤란을 겪다 의식을 잃는다. 주된 사망 원인은 ‘압박 질식’이다. 너무 좁은 탓에 숨을 들이쉴 공간조차 확보하지 못하는 경우다. 전문가들은 약 6분간 이런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질식 상태가 올 수 있다고 본다.

인파 속에서 한 명이 넘어지면 도미노 효과로 다른 이들이 겹겹이 넘어질 수 있다. 이런 경우 깔린 사람이 질식사할 수 있다.

현장에서 빠져나오더라도 끝난 것이 아니다. 일부는 갈비뼈가 부러지거나, 척추 부상을 당하기도 한다. 폐, 심장 등 장기가 손상되거나 내출혈, 근육 손상 등이 일어나는 경우도 있다.

독일 베를린의 브란덴부르크문 근처에 모인 군중. /AFP 연합뉴스

◇인파에 휩싸인 경우 타인을 돕는 것이 안전할까

▲주변에 넘어진 사람이 있다면 최선을 다해 일으켜 세워야 한다. 주변 사람이 제대로 서있어야 나의 생존 확률이 올라간다. 한 사람이 넘어지면 도미노 효과로 다른 이들도 쓰러져 매우 위험한 상황이 될 수 있다.

에이머스 교수는 “다중밀집 사고는 누구와 싸우는 것이 아니다. 살아 나오는 것이 모두의 목표”라며 “넘어진 사람을 도우면, 그 사람의 목숨을 살린 것뿐만 아니라 수많은 사람이 넘어지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고 했다.

◇인파가 몰릴 만한 곳에 갈 때 준비할 것은

▲우선 튼튼한 신발을 신는 것이 좋다. 군중 밀집 상태에서는 서로가 서로의 발을 밟는다. 튼튼한 신발을 신는 것만으로도 발을 보호할 수 있고, 안정성도 확보할 수 있다.

미리 상황을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다. 위급할 때 탈출 경로를 미리 알아놔야 한다. 클럽 등 실내에 있다면 나와 가장 가까운 출구뿐 아니라 모든 출구의 위치를 확인해야 한다. 베르트하이머는 “가장 가까운 출구로 나가는 게 좋지만,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하고 있다면 소용이 없다”고 했다.

야외 행사인 경우 지도를 보고 대피로, 샛길, 좁은 길 등의 포인트를 파악해야 한다.

◇인파 속에서 가장 안전한 장소는 어디인가

▲이태원 참사의 경우 좁은 길에 빽빽하게 들어찬 인파로 인해 사람들에게 선택권이 없었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전한다.

다만 일반적으로는 군중의 앞이나 가운데보다는 주변 가장자리나 뒤에 있는 것이 낫다. 가장 좋은 방법은 군중을 거스르지 않으면서 대각선으로 가장자리를 향해 이동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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