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 ‘핑크 타이드’에 미국의 ‘베네수엘라 고립 정책’ 무너지나

박병수 2022. 11. 2.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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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롬비아 대통령이 1일(현지시각) 베네수엘라 방문해 정상회담을 했다.

라틴 아메리카에 잇따라 좌파 정부가 잇따르며 '분홍빛 물결'(핑크 타이드)이 넘실대자, 베네수엘라가 오랜 고립을 벗고 국제무대 복귀를 서두르는 기지개를 켜고 있다.

미국의 오랜 맹방인 콜롬비아는 도널트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2018년 베네수엘라의 대선을 부정선거라고 규정하고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의 후계자인 마두로를 대통령으로 인정하지 않자, 그 뜻을 이어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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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스타보 페트로 콜롬비아 대통령(왼쪽)과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1일(현지시각) 베네수엘라 카라카스의 미라플로레스 대통령궁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카라카스/AFP 연합뉴스

콜롬비아 대통령이 1일(현지시각) 베네수엘라 방문해 정상회담을 했다. 라틴 아메리카에 잇따라 좌파 정부가 잇따르며 ‘분홍빛 물결’(핑크 타이드)이 넘실대자, 베네수엘라가 오랜 고립을 벗고 국제무대 복귀를 서두르는 기지개를 켜고 있다.

구스타보 페트로 콜롬비아 대통령은 이날 베네수엘라의 수도 카라카스에서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만났다. <에이피>(AP) 통신은 두 정상이 이날 만남에서 양국 간 교역과 안보 협력을 강화하고 관계 정상화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고 전했다. 페트로 대통령은 보수우파의 기반이 탄탄한 콜롬비아에서 탄생한 최초의 좌파 대통령이다.

페트로 대통령은 정상회담 뒤 “이웃나라인 두 나라가 소원하게 지내는 것은 자살 행위”’라며 두 나라의 협력을 강조했다. 또 베네수엘라가 2006년 탈퇴한 지역협의체인 ‘안데스 공동체’에 재가입하는 방안과 콜롬비아 정부와 반군 간 대화를 베네수엘라가 지원하는 방안 등에 대해서도 협의했다고 밝혔다. 마두로 대통령도 성명을 내어 “집중적이고 생산적인 회담이었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두 나라의 ‘밀월’은 올 초만 해도 상상하기 어려웠다. 미국의 오랜 맹방인 콜롬비아는 도널트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2018년 베네수엘라의 대선을 부정선거라고 규정하고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의 후계자인 마두로를 대통령으로 인정하지 않자, 그 뜻을 이어받았다. 미국의 뒤를 따라 베네수엘라 정부와 관계를 끊은 것이다.

변화가 시작된 것은 지난 6월 좌익 게릴라 출신인 페트로 대통령이 당선된 뒤였다. 8월 취임한 페트로 대통령은 전날 정상회담을 앞두고 “두 나라 사이에는 6년간 공백이 있었기 때문에 할 이야기가 많다”고 말했다.

이날 회담은 베네수엘라를 고립시키려는 미국의 정책이 한계를 드러내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런 흐름은 최근 몇 년 사이 주변 라틴 아메리카 나라에서 좌파 진영이 차례차례 집권하면서 분명해졌다. 2020년엔 볼리비아의 루이스 아르세 정부, 지난해 페루의 페드로 카스티요 정부, 올 초 아르헨티나의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정부가 차례로 마두로 정부와 관계 정상화에 나섰다. 특히 지난달 30일 라틴 아메리카 최대국 브라질에서 좌파 정치인인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가 대통령에 당선되며 이 흐름이 더 분명해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마두로 정부를 둘러싸곤 여전히 인권 탄압과 부정부패 등의 논란이 남아 있다. 2014년 이후 경제난으로 베네수엘라 인구의 거의 4분의 1에 이르는 700만명 이상이 베네수엘라를 떠났다. 이들은 칠레·페루·콜롬비아 등으로 흩어져 해당 국가에서 여러 사회적 문제를 일으키는 중이다. 이들이 고향을 등진 것은 미국의 가혹한 경제제재 때문이기도 하지만, 베네수엘라 정부의 부정부패와 정치적 탄압 등의 요인도 무시할 수 없다. 베네수엘라의 이런 ‘어두운 면’에 대해선, 가브리엘 보리치 칠레 대통령 등 일부 좌파 진영도 비판적이다.

이번 회담에 대해 베네수엘라의 야당 지도자 후안 과이도는 소셜미디어에 “페트로 대통령이 독재자 마두로를 만나 대통령이라고 부르는 것은 베네수엘라 정부의 인권 탄압과 최악의 이민 위기를 정당화할 수 있는 행위”라고 반발했다. 국제 인권단체 ‘휴먼라이츠’도 베네수엘라에 정치범 240명 이상이 남아 있다며 페트로 대통령이 양국관계 정상화 이전에 구체적인 인권보호 약속을 받아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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