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추지 않는 국가 신용도 하락…해외자금 조달 경고등

류난영 2022. 11. 2.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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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CDS 프리미엄 70bp 돌파…5년래 최고
흥국생명 신종자본증권 콜옵션 연기…13년래 처음

[서울=뉴시스] 박주성 기자 = 추경호(가운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3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 시작 전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기획재정부 제공). 2022.10.23.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류난영 기자 = 국가나 기업의 신용위험 지표인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이 5년래 가장 높은 수준까지 치솟았다. 레고랜드발 자금시장 경색 우려에 국내 채권발행이 잇따라 연기·유찰되고 있는 등 자금경색이 커지고 있는 데다 국내 수출 경기가 악화 되고 있고 미국의 고강도 긴축에 따른 국내 경기 충격 우려까지 커지는 등 악재가 겹친 영향으로 풀이된다.

2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한국의 CDS 프리미엄(5년물)은 지난달 31일 기준 70bp(1bp=0.01%포인트)로 지난해 말(21bp) 보다 세 배 넘게 올랐다. 이는 2017년 11월 14일(70.7) 이후 5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직후인 2020년 3월 57bp까지 올랐던 것에 비해서도 높은 수준이다.

국가신용도의 위험 수준을 보여주는 CDS 프리미엄은 국제금융시장에서 우리나라의 대외신인도를 측정하는 지표다. 특정 채권의 부도 때 거래 상대방으로부터 원금을 받을 수 있는 파생상품으로 한국 정부 채권의 부도에 대비한 보험료 성격이다. CDS 프리미엄이 높을 수록 채권을 발행한 기관이나 국가의 신용위험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지표가 상승하면 우리나라 대외신인도를 떨어뜨려 정부의 외화자금 조달 비용을 높을 뿐 아니라 해외자본의 유출과 국내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실제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10월 27일 이 지표는 699bp까지 치솟았다. 당시와 비교해서는 아직 낮은 수준이긴 하지만 최근 급격한 오름세를 보이고 있어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리나라의 CDS 프리미엄은 올 초만 해도 22~25bp로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으나 6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고강도 긴축 우려에 50bp를 돌파하더니 10월엔 60bp를 넘어섰다. 이후 한 달도 안 돼 10bp 뛰면서 70bp를 돌파했다.

최근 들어 CDS 프리미엄이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레고랜드발 신용불안에 자금경색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 미국과의 금리 역전폭 확대로 인한 달러 유출이 빨라질 수 있다는 우려도 CDS 프리미엄의 상승을 이끄는 요인이 되고 있다. 연준은 치솟는 물가를 제어하기 위해 이번 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자이언트 스텝'(0.75%포인트 인상)을 밟을 것이 확실시 되고 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기자회견에서 12월 긴축 속도를 늦추는 '피봇'(입장선회) 시그널을 내비칠 경우 미 국채 시장 유동성 부족 우려가 완화되면서 국채 금리와 달러화 동반 하락이 나타날 수 있고 글로벌 자금 경색 완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자금 경색 현상을 진정시키기 위한 정부의 유동성 공급정책에도 불구하고 국내 CDS 프리미엄의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다"며 "과거 글로벌 금융위기와 유럽 재정위기 당시 수준에 비해서는 절대적으로 낮은 수준을 보이고 있어 신용위기를 언급할 단계는 아니긴 하지만 국내 각종 신용경색 관련 지표들이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레고랜드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가 국내 신용경색 리스크의 도화선 역할을 했지만 이외에도 수출 역성장에 따른 무역수지 적자 기조 고착화, 경상수지 악화 가능성이 확대되고 있는 등 국내 펀더멘탈 약화도 신용경색 리스크의 또 다른 요인"이라며 "과거에도 경상수지가 적자 전환하거나 흑자폭이 급격히 축소되는 시점에 신용경색 현상이 동반돼 왔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뉴시스] 국제금융센터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10월 국내 수출은 지난해 같은 달 대비 5.7% 감소했다. 2020년 10월(-3.9%) 이후 2년 만에 역성장을 기록하면서 수출 둔화가 본격화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 8월 경상수지는 30억5000만 달러 적자로 2008년 8월(38억4500만 달러) 이후 2년 4개월 만에 최대 적자를 기록했다

레고랜드 사태로 국내 기업들의 펀더멘털 저하 가능성이 커지면서 국내 기업이 발행한 외화채권(KP) 신용프레드가 커지고 있는 등 투자심리가 위축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흥국생명은 오는 9일로 예정돼 있던 5억 달러 규모의 2017년 발행 달러화 신종자본증권에 대한 콜옵션 행사를 잠정 연기했다. 조기상환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추진했지만 투자심리 위축으로 발행이 여의치 않았고, 이로 인해 콜옵션 행사도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국내 금융기관의 신종자본증권 조기상환이 연기된 것은 2009년 우리은행 후순위채 이후 13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전날 중견 건설업체인 한신공영의 회사채 내년 3월 3일 만기 '한신공역 42'의 연 수익률도 한 때 65% 수준에서 거래됐다. 이 채권은 표면금리가 3.784%로 장내에서 8300원에 거래되면서 수익률이 21.715%까지 급등했다. 만기가 4개월 남은 채권임을 감안한 연 환산 수익률은 65.147%다. 만기가 짧은 회사채 수익률이 이 정도로 급등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원금을 돌려받지 못할 것을 우려해 손해를 감수하며 시장에 싼 가격에 채권을 내놓은 것으로 분석된다. 이 채권은 연 환산 수익률 기준 11.845%에서 장을 마감했다.

레고랜드 사태로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에 대한 신뢰가 하락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상황에서 기름을 부은 격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정대호 KB증권 연구원은 "레고랜드 사태라는 이름만 빌린 것일 뿐 이미 기름이 뿌려져 있다"며 "지난해 8월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을 시작으로 신용 스프레드가 확대 양상에 유동성 경색 수준까지 번지고 있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그는 "극단적으로 2008년 금융위기 시절과 유사하다며 최우선적으로 현금 확보에 매진해야 한다는 의견도 등장하고 있어 금융시장의 돈줄이 얼마나 메말라가고 있는지 단적으로 알 수 있다"며 "금리 상승과 이자부담, 빠르게 유출되는 유동성 자금의 큰 흐름 속에서 지자체 신용보강 상품의 부도는 '너마저도'라는 탄식과 함께 시장의 신뢰를 끊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you@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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