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 "이태원 참사, 과밀·통제되지 않은 군중·좁은길 겹쳐 사고로"

이승주 2022. 11. 2.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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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압사 사고로 300명이 넘는 사상자가 발생한 가운데, "과밀함과 통제되지 않은 군중, 길이 갑자기 좁아지는 특징의 조합이 재앙을 야기한다"고 1일(현지시간) 가디언이 보도했다.

그리니치대 소속 군중 행동 전문가 에드윈 갈레아 교수는 가디언에 "서울 이태원에 존재하는 이런 요인들의 조합은 위험한 사건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이 같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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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3.3㎡당 4명 넘으면 위험…당시 이태원 5명 이상"
"좁은 곳, 침착해도 일부만 통과…벽에 부딪혀 사망"
"군중들 앞쪽 위험한지 볼 수 없어…인파관리 중요"
언어표현 주의…"사고책임, 당국 아닌 개인에 전가"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1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 세계음식문화거리에 증축된 해밀턴 호텔 주점 테라스가 보이고 있다. 2022.11.01. jhope@newsis.com


[서울=뉴시스] 이승주 기자 = 이태원 압사 사고로 300명이 넘는 사상자가 발생한 가운데, "과밀함과 통제되지 않은 군중, 길이 갑자기 좁아지는 특징의 조합이 재앙을 야기한다"고 1일(현지시간) 가디언이 보도했다.

그리니치대 소속 군중 행동 전문가 에드윈 갈레아 교수는 가디언에 "서울 이태원에 존재하는 이런 요인들의 조합은 위험한 사건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이 같이 말했다.

갈레아 교수는 "군중 밀도가 평당(3.3㎡당) 4명 이상, 특히 6명이 되면 사고 위험이 높아진다"며 "사람들이 통행하는 한정된 공간에 너무 많은 인파가 밀어 닥칠 때마다 군중 충돌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람들은 더 이상 폐를 부풀릴 수 없을 정도로 압착될 수 있고 그로 인한 질식 위험이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해당 공간에 대해 "군중들이 아무리 침착하게 행동해도 일정한 비율만이 좁은 출구를 통과할 수 있게 한다"며 "종종 군중 충돌로 사망하는 사람들은 벽에 부딪힌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지난 29일 밤 서울 용산구 이태원 일대에서 대규모 심정지 사고가 발생해 30일 새벽 경찰 및 소방구급 대원들이 현장을 수습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이날 이태원에는 10만명 이상의 인파가 몰렸다. 2022.10.30. bluesoda@newsis.com


군중관리 사회 심리학 전문가인 존 드루리 서식스대 교수는 군중 충돌이 일어나는 요소로 "인구 과밀, 그 상태에서 파도 타는 듯한 움직임, 넘어지면서 무너지는 것"을 꼽으며 "여기에 장애물까지 있다면 상황은 더 악화된다. 이 모든 요소들이 이번 핼러윈 기간의 이태원에 있었다"고 진단했다.

구체적으로 "당시 평당(3.3㎡당) 5명 이상 있었다는 점은 명백하다. 매우 위험한 상태"라며 "게다가 사람들을 일으켜 세우는 사람들의 물결이 있었다. 사람들이 빽빽하게 모여있을 때는 작은 움직임도 사람들 사이 파문을 일으키며 더 큰 압력을 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일부가 넘어지고 또 넘어지면서 모인 사람들이 차례로 무너졌다"며 "사람들이 양쪽으로 벽에 둘러싸인 상태도 문제"라고 짚었다.

[서울=뉴시스] 김금보 기자 = 최성범 용산소방서장이 30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이태원 압사 사고 현장 인근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소방당국은 전날 밤 발생한 이번 압사 사고로 인한 피해를 30일 오전 9시 기준 사망 151명, 부상 82명, 총 233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했다. 2022.10.30. kgb@newsis.com


군중 심리도 거론했다. 드루리는 "군중 속으로 들어가는 사람들은 위험이 임박했다는 사실을 의식하지 않는다"며 "인파가 몰린 행사에 참여한 대중들은 앞쪽이 얼마나 위험한 수준으로 꽉 찬 상황인지 볼 수 없는데다, 종종 행사에 참석한 사람들은 인파가 몰린 상황을 찾아가거나 이를 즐기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특성을 고려해 대규모 행사에서는 인파를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전문가들은 구체적인 방법으로 모니터링을 꼽았다.

군중 과학을 전공한 키스 스틸 서픽대 교수는 "사람들이 몰려 있을 때 이들을 수용할 수 있는 한계가 어느 정도인지 파악하는 것과 이들이 움직일 때 사용하는 경로와 일대 자체에 대한 분석, 사람들의 밀도 등을 모니터링하는 것이 포함된다"며 "충돌은 전적으로 예방·예측할 수 있다. 피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사건 발생 후 사용되는 언어가 종종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사람들의 행동을 묘사할 때 '사람이 한쪽으로 몰려 짓밟힌다는(stamped)'는 식의 표현 등을 예로 들었다.

갈레아 교수는 해당 표현을 "틀렸다"고 표현하며 "피해자들이 비이성적이고 자기 파괴적이며 무분별하고 부주의한 방식으로 행동한 것에 책임을 전가하는 과장된 단어"라고 했다.

그러면서 "자기만 생각하는 무모한 무리였고 사람들을 깔아뭉개려 했다는 인상을 준다"며 "사실 이 모든 상황은 사실이 아니다. 일반적으로 치안과 통제에 실패한 당국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언어 표현이 사고의 책임을 당국이 아닌 개인에게 전가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드루리 교수도 "이들 중 누군가 갑자기 폭도(mob)가 되자고 생각했겠나"라며 "그렇지 않다. 그들은 밀도가 높아진 데 반응했다. 탈출하지 못하면서 점차 넘어지며 무너진 것이 큰 재앙으로 이어진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joo4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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