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저히 이해가 안돼"…경찰 부실대응 논란에 유족·시민들 분통
기사내용 요약
"누군가 안일하게 생각해서 딸 살릴 기회 놓쳤나"
"신고를 그렇게 했는데 왜 제대로 듣지 않았는지"
"짚고 넘어가야 할 일이라고 생각"…분통 터뜨려
"신고 받고 8시에만 왔어도 부상으로 끝났을 것"
초등생 자녀 데리고 추모·묵념…절 올리는 시민도
[서울=뉴시스]이소현 윤정민 이수정 임철휘 기자 = 지난달 29일 발생한 이태원 핼로윈 참사 당일 사고 4시간여 전부터 압사 위험성을 알리는 112신고가 11건 접수됐으나 경찰 현장 출동은 4차례에 그친 것으로 드러나 부실대응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사고를 막을 기회가 있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랑하는 이를 잃은 유족들은 물론 분향소를 찾은 시민들까지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2일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장례식장에서 만난 20대 여성 희생자 부친은 "(대응이) 부실해서, 누군가 안일하게 생각해서 우리 애가 살 수 있는 기회를 놓친 거라면 조금 화가 많이 날 것 같다"고 울음을 삼켰다.
코로나19로 대학 생활을 제대로 즐기지 못했던 딸은 사고 당일 이태원에 놀러 간다며 한껏 들떠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변을 피하지 못했고, 병원으로 옮겨진 뒤에 한동안 의식이 있었으나 결국 세상을 떠났다.
아버지는 "가족들이 다 같이 모이면 어른들한테 먼저 다가와서 '이런 일이 있었는데요'하고 말을 붙이던 따뜻하고 다정했던 아이"라며 "마지막까지 혼신을 다해 치료해준 의료진에게 감사하다"고 전했다.
중상자였던 조카가 하루아침에 사망자가 됐다는 비보를 접한 고모는 "엄마, 아빠 목소리 들으려고 의식을 끝까지 놓지 않고 버틴 것 같다"고 울먹였다.
이날 서울 곳곳에 마련된 합동 분향소를 찾은 시민들도 경찰의 미온적 대처가 사고를 키웠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직장 동료를 잃고 서울광장 분향소를 찾은 직장인 박모(45)씨는 "상을 당한 마음으로 찾았다. 112 신고 녹취록을 봤는데 너무 안타깝더라"며 "신고를 그렇게 했는데 왜 무시하거나 제대로 듣지 않았는지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다"고 울먹였다.
또 "녹취록에 '압사당할 것 같다'는 식의 신고가 다수 있던데 그런데도 어떻게 그렇게 부실하게 대응했는지 당황스럽다"며 "신고가 들어왔을 때 조금 더 철저히 대응했더라면 이런 일이 발생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들을 데리고 분향소를 찾은 김모(55)씨도 "화가 나서 왔다. 뉴스에 112 신고 관련해서 많이 나왔는데 이건 짚고 넘어가야 된다는 생각을 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경찰청에 따르면 사고 당일 오후 6시34분께 인파가 너무 많아 "압사당할 것 같다"는 최초 신고가 접수되는 등 사고 직전까지 11차례에 달하는 시민들의 112신고가 있었다. 신고자들은 인파가 몰려 위험하다며 현장 통제를 호소했으나 경찰이 현장에 출동한 것은 4건에 그쳤고, 결국 사고가 발생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윤희근 경찰청장 등이 잇따라 사과했지만 진정성에 의문을 표출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출근길 묵념을 마친 직장인 지모(55)씨는 "신고를 했음에도 왜 출동하지 않았는지 의문"이라며 "누가봐도 떠밀려서 하는 사과"라고 쓴소리했다.
헌화와 분향을 마친 박모(30)씨도 "경찰청장이 초동 대응에 미흡했다고 사과하던데 관할 경찰 한 분 한 분 정말 고생하셨을 것 같다"며 "책임져야 할 사람들이 책임지지 않고 여전히 약한 사람들이 죽어나가고 약한 사람들만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 반복되는 것 같아서 안타깝다"고 했다.
용산구 녹사평역 광장에 마련된 합동 분향소에서 연신 눈물을 훔치던 이모(36)씨는 "대비할 수 있는 사고였는데 그렇게 하지 못해서 너무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한 70대 여성도 "뉴스 보니까 오후 6시부터 신고 접수가 들어왔다고 하더라. 그렇게 신고를 했으면 대처를 잘했어야지"라며 "8시에만 왔어도 누군가 부상은 당했겠지만 이런 사고는 안 났을 거다. 부상은 치료하면 되지만 죽은 목숨은 어쩌나"라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또 "지금 여기 경찰이 와서 서있으면 뭐 해. 그날 없었는데"라며 고개를 저었다.
한편 이날로 합동분향소가 설치되고 사흘째를 맞았다. 여전히 조문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서울광장 분향소에는 초등학생 또는 유치원생 자녀를 데리고 온 시민도 많았다. 한 할머니는 10번 절을 올리고 부축받기도 했다.
배우 최불암씨도 조문한 뒤 "젊은 사람들이 더 편안하고 좋은 곳으로 갈 수 있는 데를 만들어주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김호철 국가경찰위원장, 찌릉 보톰 람세이 주한 캄보디아 대사 등이 서울광장 분향소를 찾아 조문했다. 간디 술리스티얀토 주한 인도네시아 대사는 녹사평역 분향소를 찾아 조의를 표했다.
김 위원장은 취재진과 만나 "모든 대응을 샅샅이 살피는 한편 부족한 부분은 잘 찾아내서 보완할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라며 "향후 유의하고 유념해야 할 것은 무엇인지 숙고해서 경찰과 긴밀한 상의를 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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