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히잡 시위’ 눈 돌리러 사우디 침공 임박…초비상 상태”

김미향 2022. 11. 2.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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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히잡 시위’]WSJ “사우디 정부, 이란의 자국 공격 계획 미국과 공유”
1일 이란 보안군이 테헤란의 한 쇼핑몰에서 시위를 진압하고 있는 장면이 촬영된 영상 화면 갈무리. AFP 연합뉴스

9월 중순 시작된 ‘히잡 반대’ 시위의 관심을 밖으로 돌리기 위해 이란이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라크 등을 공격할 계획을 짰다는 보도가 나왔다. 중동의 지정학적 위험이 커지며, 국제 유가가 2% 정도 상승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1일 사우디와 미국 당국자들을 인용해 이란의 공격이 임박해 사우디·이라크군과 현지 주둔 미군 등이 경계 태세를 강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보도를 보면, 사우디 당국자는 최근 미국과 이란의 공격 계획에 관한 첩보를 공유했다. 이란이 이라크 북부에 자리한 쿠르드족 집단 거주지역인 에르빌과 페르시아만을 사이에 둔 사우디 일부를 공격 대상으로 삼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신문은 “이란의 임박한 공격에 대한 경고로 사우디와 미국이 초비상 상태”에 돌입했다고 전했다. 사우디 당국자들은 이란이 9월 이후 나라를 떠들썩하게 한 반정부 시위에 대한 관심을 돌리기 위해 이런 공격 계획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는 만약 이란이 공격을 감행하면 대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대변인은 신문에 “사우디와 군사정보 채널을 통해 꾸준한 연락을 유지하고 있다. 우리의 이익와 파트너를 지키기 위한 방어 행동을 주저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미국과 사우디는 2019년에도 이란이 사우디의 석유생산 시설을 겨냥해 드론과 미사일 공격을 했다고 보고 있다. 이란은 당시 자신들의 소행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이란에선 9월17일부터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종교 경찰에 붙들렸다 숨진 마흐사 아미니에 대한 추모 집회가 진행되고 있다. 아미니는 이란 내 소수 민족인 쿠르드족이어서 쿠르드족 집단 거주 지역인 이란 북부 등에서 격렬한 집회가 진행 중이다. 이에 맞서 이란은 해당 지역에 대한 공격을 강화하고 있다. 이란 혁명수비대(IRGC)는 9월28일엔 자국 국경 밖에 있는 이라크 북부 에르빌을 수십 발의 탄도미사일과 무장 드론으로 공격했다. 현지에 주둔 중인 미군이 이중 일부를 격추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란이 이 지역을 타격한 것은 이라크 등 국외 쿠르드족 분리주의 단체들이 시위를 배후에서 조종하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또 미국·이스라엘·사우디 등 적대 세력이 시위를 선동하고 있다고 비난해 왔다. 호세인 살라미 이란혁명수비대 총사령관은 지난달 사우디를 공개 비난하며, 사우디 왕실의 지원을 받는 것으로 알려진 페르시아어 위성 뉴스채널 <이란 인터내셔널>에게 시위 관련 보도를 중단할 것을 경고했다. 살라미 사령관은 이란 관영매체를 통해 “사우디는 이런 언론을 통해 우리의 내정에 간섭하고 있다. 이것은 우리의 마지막 경고”라고 말했다. 런던에 본부를 둔 독립매체 <이란 인터내셔널>은 이란 국내외 시청자를 대상으로 2017년 설립됐다. 이들은 자사 보도를 통해 “우리는 사우디와 영국 시민들이 소유한 독립 언론이다. 특정 국가 지원을 받지 않는다”고 맞섰다.

지난달 29일 이란 보안군이 쿠르디스탄 사난다지에 있는 쿠르디스탄대학에서 시위를 진압하는 모습이 촬영된 화면. AFP 연합뉴스

관심을 끄는 것은 이번 사태가 현재 악화된 미국과 사우디 관계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이다. 2차 세계 대전 이후 70여년 동안 굳건한 ‘에너지 동맹’ 관계를 유지해 온 두 나라는 2018년 10월 사우디 출신 저명 언론인 자말 카슈크지 암살 이후 관계가 소원해졌다. 미국은 암살의 배후로 사우디의 왕세자 빈 살만을 지목하며 수년째 인권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이에 더해 사우디가 지난달 5일 미국의 기대를 져버리고 ‘하루 200만배럴 감산’이라는 오펙 플러스(OPEC+)의 결정을 주도하자 관계는 더욱 얼어붙었다.

이란의 사우디 공격 가능성이 제기되며 유가도 출렁였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2월 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장보다 1.84달러(2.13%) 오른 배럴당 88.37달러로 마감됐다.

김미향 기자 aro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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