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노동자 63.8% "강제 일감 거부했다 일거리 끊겨"
베일 속 '플랫폼 알고리즘'이 장시간·저임금 일감 강요…거부하면 일감 배정 않는 등 불이익 줘
플랫폼 업체들이 플랫폼 노동자에게 강제로 일감을 배정하고, 이를 거부하면 각종 불이익을 준다는 실증 조사 결과가 공개됐다.
플랫폼 업체들이 공개하지 않는 알고리즘 탓에 플랫폼 노동자들이 장시간·저임금 노동을 사실상 강요받는다는 내용이다.
한국노총 중앙연구원은 한국플랫폼프리랜서 노동공제회와 함께 2일 '플랫폼알고리즘 실태와 노동환경 개선방안' 정책토론회를 진행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한국노총 중앙연구원 장진희 연구위원은 플랫폼 노동 알고리즘에 대한 실태조사 결과를 내놓았다.
장 연구위원은 플랫폼 기반의 음식배달, 대리운전, 택시, 가사노동자 600명에 대해 실태조사를 진행하고, 8명의 음식배달노동자에게는 일감을 강제·자율배정으로 구분해서 5일간 실제 주행자료를 분석했다.
그 결과 플랫폼 노동자들이 플랫폼 알고리즘이 강제로 배정하는 일감을 수행하지 않는 경우, 앱 접속을 제한받거나(45.2%), 앱에 접속할 수 있더라도 일감이 배정되지 않는(63.8%) 불이익을 경험하고 있었다.
이렇게 플랫폼 알고리즘이 강제로 배정되는 일감은 플랫폼 노동자들이 가장 꺼리는 수입대비 시간이 오래 걸리거나, 대기시간이 긴 과업으로 조사됐다.
실제로 강제배정만 수행하는 플랫폼 노동자는 하루에 평균 20.8건을 수행한 반면, 강제배정과 자율배정을 혼합해서 수행하는 경우 일평균 22.0건을 수행해 더 많은 일감을 따낼 수 있었다.
또 혼합해서 수행하는 경우 수행한 일감은 자율배정은 14.9건(67.7%), 강제배정은 7.2건(32.3%)으로 선택권을 가진 노동자들은 자율배정을 선호하고 있었다.
일감마다 걸리는 시간을 살펴보면 자율배정 일감의 평균 과업 소요시간은 53.3분인데 강제배정은 이보다 약 15.7분이 더 소요되는 68.9분이었다.
그 결과 음식배달노동자의 경우 강제배정의 월평균 총수입이 혼합배정보다 29만 5천 원 더 낮을 정도로 차이가 났다.
즉 알고리즘에 의한 강제배정이 플랫폼 노동자의 과업수행 건수는 줄이고, 과업수행 시간이 길게 만들어 장시간 저임금 노동을 하도록 하는 구조적인 문제를 가진 셈이다.
문제는 최근 플랫폼기업은 자율 배정보다 강제 배정에 더 많은 일감을 할당(51.3%)하고 있다는 점이다. 장 연구위원은 "플랫폼기업이 노동자를 통제하고, '고강도-저임금' 노동자를 확보하기 위한 하나의 방안으로 알고리즘을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플랫폼노동자의 82.7%는 '일감 배정원리와 불이익 기준 등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고 응답했지만, 실제 설명을 들은 비중은 불과 11.8%에 그쳤다.
'설명받을 권리'와 플랫폼 알고리즘의 공정성·투명성을 확보하는 전세계적인 흐름에 역행하는 상황으로, 플랫폼 알고리즘의 투명성 제고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플랫폼 노동자 역시 플랫폼 알고리즘이 기업의 고유재산임은 인정하지만, 자신들의 생계와 밀접하게 연관된 알고리즘에 대해 공개가 필요(94.3%)하다고 봤다.
또 알고리즘 공개에 대해서는 오픈소스 등의 완전 공개(37.3%)보다는 원칙만 공개(57.0%)해야 한다는 비중이 높아 합리적인 수준에서 공개하자는 입장을 보이고 있었다.
이날 연구자들은 연구자들은 플랫폼 노동자의 노동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플랫폼 알고리즘 공정성과 투명성 확보방안으로 △플랫폼 알고리즘 규제를 위한 법 제정 △알고리즘 규제 독립적 감독기구의 설치 △사회적 대화를 위한 거버넌스 구축 △가격 알고리즘 공정경제에 대한 문제의식 확산 등을 제안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장 연구위원 외에도 노성철 사이타마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음식배달노동자의 알고리즘 강제배차와 지역 배달대행사 콜 수행 특징 및 배달료의 비교', 현종화 이륜차안전문화연구소 소장은 '플랫폼노동자의 알고리즘 관리에 대한 대응과 노동조합의 숙제'에 대해 발제했다.
이어 정흥준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경영학과 교수가 좌장을 맡아 오민규 노동문제연구소 '해방' 연구실장, 김준영 한국고용정보원 연구위원, 송명진 한국플랫폼프리랜서 노동공제회 사무국장, 김서원 고용노동부 디지털노동 대응 TF 사무관, 선동영 한국노총 연대노조 배달플랫폼지부 위원장이 토론자로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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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김민재 기자 ten@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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