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분노만 키운 ‘관록’ 총리의 가벼움[현장에서]

조용석 2022. 11. 2. 13:37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1일 '이태원 사고 외신 기자단 브리핑'에서 던진 농담에 대한 비판이 거세다.

당시 한 총리는 외신이 던진 '이태원 사태와 관련 한국 정부 책임의 시작과 끝은 무엇이냐'는 질문 이후 통역 통신 오류가 발생하자 이를 빗대 말장난을 했다.

영어와 외교에 능통한 총리가 이태원 사고에 대한 한국 정부 입장과 대응 방안을 해외에 명확히 알려달라는 취지였을 것이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1일 이태원 사고 외신기자단 브리핑 농담·웃음으로 빈축
대통령실 지시로 한 외신 브리핑서 정부 가벼움만 드러내
‘대한민국 최고 관록 공무원’ 한 총리…위기에서 빛나야

[세종=이데일리 조용석 기자] “이렇게 안 들리는 것에 대해 책임져야 할 첫 번째와 마지막은 뭔가요?”

한덕수 국무총리가 1일 ‘이태원 사고 외신 기자단 브리핑’에서 던진 농담에 대한 비판이 거세다. 당시 한 총리는 외신이 던진 ‘이태원 사태와 관련 한국 정부 책임의 시작과 끝은 무엇이냐’는 질문 이후 통역 통신 오류가 발생하자 이를 빗대 말장난을 했다. 한 총리의 한없이 가벼운 농담은 다행히 통역되지 않았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1일 이태원 사고 외신 기자단 브리핑에서 답변하고 있다.(사진 = MBC 중계화면 캡쳐)

이날 외신은 정부의 책임이 무엇인지 반복해 질의했으나, 한 총리는 ‘크라우드 매니지먼트(crowd management·군중 관리) 미비’ 등 제도 탓을 하며 피해 가는 답변만 거듭했다. “올해 (이태원 핼러윈 축제에)현장 경찰은 과거보다 조금 더 많은 숫자가 투입됐다”고도 했다. 한국 정부가 이태원 ‘참사’가 아닌 ‘사고’로 표현한 것까지 지적하는 외신에는 크게 부족한 답변이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한 총리는 비판적 의도가 뚜렷한 ‘정부 책임의 시작과 끝’을 묻는 질의에 농담을 던지고, 인터뷰 중간 웃음까지 지으면서 국민의 분노와 불안감만 키웠다. 정부가 ‘주최 없는 행사’라는 핑계로 책임을 피하려 한다는 지적이 커지는 상황에서 사고를 대하는 총리의 엄중함이 얼마나 가벼운지 전달된 셈이다.

이날 한 총리가 대부분 통역을 거치지 않고 영어로 답변한 것 역시 불안했다. 그가 영어에 매우 능통하고 현장 통역 통신이 원활치 않은 점을 고려해도 국가 비상사태에서 총리 의도가 통역 없이 외신에 잘못 전달됐을 경우 후폭풍은 상당했을 것이다. 특히 이태원 사고의 경우 사망자 156명 중 6분의 1인 26명이 외국인이다.

총리실이 이날 급하게 외신 브리핑을 진행한 것은 대통령실 지시 때문이라고 한다. 영어와 외교에 능통한 총리가 이태원 사고에 대한 한국 정부 입장과 대응 방안을 해외에 명확히 알려달라는 취지였을 것이다. 하지만 쓸데없는 말장난과 웃음만 기억되면서 오히려 정부에 도움이 되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아쉽게도 이태원 참사에서 한 총리의 관록은 빛을 발하지 못하는 모양새다. 중대본 첫 브리핑이었던 지난달 30일, 이상민 행안부 장관의 책임 회피성 발언 당시 바로 옆에 있었음에도 이를 바로 잡지 못했다. 총리가 현장감 있게 수습했다면 여파는 훨씬 작았을 것이다. 지난달 31일에는 “경찰 인력 수고하는 과정에서도 투입됐다는 취지”라며 이 장관을 감싸 오히려 후폭풍을 키웠다.

한 총리는 1~5급, 차관, 장관, 총리까지 모두 역임한 대한민국 역사에서 다시 나오기 어려운 관록의 관료다. 헌정사상 5번째 ‘두 번 총리’ 타이틀도 갖고 있다. 관록은 위기에서 빛나야 한다. 지금은 농담할 때도 웃을 때도 아닌 것은 관록의 한 총리가 제일 잘 알 것이다.

조용석 (chojuri@edaily.co.kr)

Copyright © 이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