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분기도 꽃길 예상했는데"…中 애플 생산기지 대탈출에 韓부품업도 비상

오문영 기자 2022. 11. 2.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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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저우 폭스콘 공장을 탈출해 고향으로 향하는 근로자들/ⓒ도우인 캡처


애플 아이폰의 최대 생산기지인 중국 폭스콘 공장에서 노동자들이 대규모로 탈출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코로나19(COVID-19) 봉쇄 조치로 외부와 차단된 채 생산 라인에 투입되는 방식을 견디다 못해 직원들이 대거 빠져나간 것이다. 이달 아이폰 출하량이 30~50% 감소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애플에 아이폰 부품을 납품하는 국내 기업들의 피해도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2일 외신과 업계에 따르면 중국 허난성 정저우 폭스콘 공장에서 다수의 노동자가 탈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폭스콘 공장을 탈출한 직원들이 짐과 이불 등을 들고 고속도로나 밀밭을 가로질러 걷는 모습을 담은 영상과 사진이 올라오고 있다.

직원들은 공장 안에서 24시간 생활하는 현실에 불만이 커지면서 탈출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폭스콘 공장이 있는 정저우 방역 당국은 코로나19가 확산하자 이달 중순부터 지역에 따라 전면 외출 금지나 주거 단지 출입 금지 명령을 내리고 비필수 사업장을 폐쇄했다. 폭스콘 공장도 외부와 차단한 채 내부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생산 라인을 가동하는 폐쇄 루프식으로 시설을 운영해왔다.

공장을 떠난 노동자 숫자가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았으나, 현지 언론과 SNS에서는 최대 수만 명이 탈출했을 것이란 추측이 나오고 있다. 폭스콘이 공장 직원들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노동자들에게 보너스를 4배로 늘리는 비상조치를 내놓은 점도 상황의 심각성을 대변해주고 있다는 평가다.

업계에서는 아이폰 생산 차질을 불가피한 상황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폭스콘 정저우 공장은 세계 최대의 아이폰 생산기지로, 전 세계 아이폰 생산량의 절반가량을 책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로이터통신은 이번 사태로 인해 애플의 11월 아이폰 생산량이 기존 계획보다 30% 감소할 것이라 보도했고, 익명의 폭스콘 생산라인 관리자는 중국 현지매체에 당초 생산 목표의 50% 정도를 달성할 것이라 전했다.

애플의 신작인 '아이폰14' 시리즈 14, 14 플러스, 14 Pro, 14 Pro Max가 공식 출시된 7일 서울 중구 명동 애플스토어를 찾은 고객들이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아이폰에 부품을 공급하는 국내 기업들 역시 영향권이다. 애플의 2021회계연도 공급망 목록에 따르면 삼성전자·SK하이닉스·LG화학·LG디스플레이·LG이노텍·LX세미콘·삼성SDI·서울반도체·영풍그룹·덕우전자·범천정밀 등 11곳이 애플과 거래 중이다. 이들 기업과 거래하는 국내의 2·3차 협력사까지 포함하면 영향을 받는 기업 수는 더 늘어난다.

애플 공급망에 속한 한 업체의 인사는 "아직까지 애플로부터 생산 조정 등 통보는 없었다"면서 "현지 상황을 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라 말했다. 이 인사는 "이른바 애플 공급망은 최근 경기 불황 속에서도 나홀로 성장을 보여온 생태계"라며 "성수기인 하반기 중에서도 통상 4분기가 3분기 대비 물량이 많아 꽃길을 기대하던 입장에선 날벼락 같은 소식"이라 전했다.

다만 주로 아이폰 상위 모델(프로·프로맥스)에 고부가 부품을 공급하는 삼성디스플레이, LG이노텍 등에 대한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애플이 직원들의 탈출로 출하량 목표를 전면 수정해야 하는 상황이 오더라도, 애플이 수요가 높게 유지되고 있는 상위 모델 생산은 최대한 유지하기 위해 주력할 것이란 관측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아이폰14 프로 라인업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패널을 전량 공급하고 있다. 프로맥스는 LG디스플레이와 삼성디스플레이가 함께 패널을 공급하고 있다. LG이노텍은 아이폰 고급 모델에 트리플 카메라, ToF(비행시간) 3D 센싱 모듈 등 고부가 카메라 모듈을 공급 중인데, 아이폰14 프로 시리즈 기준으로 LG이노텍 점유율은 75%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업계 관계자는 "아이폰14의 프로·프로맥스 등 상위모델 판매 비중은 역대급"이라면서 "물가 상승과 경기 불황으로 스마트폰 시장 전반의 수요가 침체됐지만, 이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는 고소득층의 프리미엄 제품 소비가 견조하게 유지되고 있는 것"이라 말했다. 이 관계자는 "애플은 수요가 높은 상위 모델 생산량을 유지하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둘 것"이라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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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문영 기자 omy0722@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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