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바논에 빵마저 부족하면…“우크라발 식량 위기 반복되나”

신기섭 2022. 11. 2.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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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가 지난달 29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 협정 참여 중단을 선언한 뒤, 레바논 베이루트의 빵가게 주인 엘리아스 파레스는 덜컥 겁에 빠졌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는 1일 파레스처럼 많은 레바논 사람들이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이 다시 차질을 빚어 식량 위기가 더욱 심각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p>

지난 2월 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흑해를 통한 곡물 수출이 중단되면서 올해 봄과 여름 극심한 곡물 가격 폭등과 빵 부족을 겪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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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우크라 침공]러시아의 곡물 협정 참여 중단 발표 뒤 불안 증폭
공급 차질 빚으면 레바논, 수단, 예멘 등 큰 충격
우크라 수출 곡물의 절반 가량 유럽이 사들여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극심한 식량 위기를 겪고 있는 레바논의 트리폴리에서 주민들이 빵을 사기 위해 빵집 앞에 줄을 서 있다. 트리폴리/신화 연합뉴스

“이제 무슨 일이 벌어질까?”

러시아가 지난달 29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 협정 참여 중단을 선언한 뒤, 레바논 베이루트의 빵가게 주인 엘리아스 파레스는 덜컥 겁에 빠졌다. 우크라이나산 밀 수입이 안 되면 빵을 만들 수가 없고, 손님들은 빈손으로 돌아서야 한다. 앞으로 몇주 동안 쓸 밀가루는 확보하고 있다는 그는 “올여름처럼 사람들이 다시 가게 앞에 길게 줄을 서게 될까 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레바논 사람 대부분이 요즘엔 빵만으로 버티고 있어요. 곡물이 다시 부족해지면 견딜 수 없습니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는 1일 파레스처럼 많은 레바논 사람들이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이 다시 차질을 빚어 식량 위기가 더욱 심각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레바논은 전체 밀 수입량의 60%가량을 우크라이나에서 들여온다. 지난 2월 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흑해를 통한 곡물 수출이 중단되면서 올해 봄과 여름 극심한 곡물 가격 폭등과 빵 부족을 겪었다.

게다가 2019년 가을 이후 경제가 무너지면서 달러 대비 자국 통화의 가치가 지금까지 95%나 폭락한 상태다. 그로 인해 현지인들이 피부로 느끼는 곡물 수입 가격은 더 치솟았다. 아흐마드 호테이트 레바논 제분협회 회장은 지난 8월 흑해를 통한 곡물 수출이 재개되면서 상황이 그나마 나아졌다며 현재 업계가 두달 정도 견딜 수 있는 밀을 확보하고 있다고 전했다.

세계 밀과 옥수수 수출량의 10%가량을 책임져온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이 다시 차질을 빚으면, 레바논 외에 튀르키예(터키), 수단, 예멘 등도 큰 충격을 받게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튀르키예는 지난 9월 식품 가격이 한해 전보다 93%나 폭등하는 등 극심한 물가고에 시달리고 있다. 수단과 예멘은 오랜 분쟁에서 비롯된 인도주의 위기를 겪고 있다. 특히, 예멘은 전체 밀 수입량의 25%가량을 우크라이나에 의존한다.

미국의 비영리 연구단체 ‘국제식량정책연구소’의 다비드 라보르드 선임연구원은 “이들 나라의 식량 수입이 줄 경우 식량 위기는 물론 정치적 긴장도 고조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의 아리프 후사인 수석 경제학자도 “빚더미에 앉아 있는 가난한 나라들은 식량은 물론 비료와 연료도 수입에 의존하기 때문에 이미 심각한 어려움에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11월 중순에 끝나는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 협정을 연장해 공급을 안정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우크라이나 사태 여파로 국제 곡물 가격도 다시 꿈틀거리고 있다. 미국 시카고 상품거래소에서 거래되는 12월 인도분 밀 선물 가격은 러시아의 협정 참여 중단 발표 뒤인 지난달 31일 하루 동안 6.4% 올랐고, 1일에도 다시 2.3% 오른 가격에 거래를 마쳤다. 현재 가격은 5월 중순 부셸당 13달러에 육박했던 때보다는 30% 정도 낮지만, 8월 이후 최고 수준이다. 옥수수와 콩 선물 가격도 이틀 연속 상승하는 등 불안한 모습을 보이는 중이다.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이 끊기면 중동과 아프리카 나라들이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지만, 정작 8월 수출이 다시 시작되며 풀린 곡물은 주로 유럽 나라들이 사들인 것으로 집계됐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이 집계한 자료를 보면, 지난 8월 초부터 지금까지 우크라이나 흑해 항구를 통해 수출된 976만t의 곡물 가운데 45% 정도가 유럽으로 수출됐다. 스페인(180만t), 튀르키예(130만t), 중국(90만t), 이탈리아(86만t), 네덜란드(62만t), 이집트(43만t), 독일과 방글라데시(27만t) 등이 주로 곡물을 수입했다. 식량 위기가 심각한 예멘(6만7천t), 수단(6만5천t), 레바논(6만4천t)의 수입 물량은 이보다 한참 적었다.

한편,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식량 위기를 겪고 있는 약 50개국을 지원하기 위한 식량 충격 지원 사업을 내년 9월 말까지 시행하기로 했다. 세계은행도 레바논, 이집트, 튀니지 등에 대한 긴급 자금 지원 계획을 발표했다.

신기섭 선임기자 mari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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