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협치’ 3일 만에…‘이태원 현안질의’ 두고 법사위 파행

변문우 기자 2022. 11. 2.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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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 “협력 운운하면서 현안 질의조차 거부…이율배반적 모습”
與 “참사를 또 정쟁으로 이용하나…애도기간 후 질의해야”

(시사저널=변문우 기자)

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가 여야 간사간 의사 일정 합의가 되지 않아 파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법무부를 상대로 예정됐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가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퇴장으로 파행을 빚었다. "'이태원 참사' 수습을 위해 초당적 협력을 하겠다"며 여야가 한 목소리를 낸지 3일 만이다.

2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회의 퇴장 후, 회의장 앞에서 곧바로 항의 기자회견을 열고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정부와 여당을 향해 "앞에선 초당적 협력을 운운하면서, 뒤에선 기본적인 현안보고와 질의조차 거부하는 이율배반적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비난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정부·여당이 이태원 참사 직후 사고 수습과 위로가 우선이라며 초당적 협력을 요청해 그에 화답했다"며 "하지만 정부·여당 인사들은 부적절 발언을 이어가는 등 애도기간에 걸맞지 않은 태도를 보였고, 나아가 참사 대책을 맡은 부처인 법무부를 상대로 참사 관련 질의도 못하게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을 대신한 국회 질문을 가로 막겠다면, 초당적 협력은 허상에 불과했음이 드러난 것"이라며 "이태원 참사에 대처하는 정부의 자세는 무책임과 무능력이었음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국민의힘은 더는 정부에 무조건적으로 옹호하거나 동조해서는 안 된다. 국회는 본연의 역할로 돌아와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그렇지 않다면 이태원 참사 희생자와 유족을 무슨 낯으로 보려 하는가. 지금이라도 여당이 우리의 정당한 요구와 현안질의 수용한다면 법사위 회의 즉각 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주당 법사위원들이 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실 앞에서 법사위 현안질의 비공개 진행조차 여당이 합의를 해주지 않는다며 항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날 법사위 전체회의는 여야 간사간 의사 일정 합의가 되지 않아 파행됐다. ⓒ연합뉴스

법사위 민주당 간사를 맡고 있는 기동민 의원은 "이태원 참사 관련 현안질의를 요청했다. 국민들이 힘들어하고 어려운 상황이니 필요하다면 비공개로 현안질의를 최소화하자고도 제안했다"며 "그런데 비공개 질의조차 수용할 수 없다는 게 국민의힘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박주민 의원은 취재진과의 질의응답에서 "이전에도 예산 관련 논의할 때 현안질의를 대부분 했었다. 그래서 현안질의를 하겠다는 것이고 참사 관련 부분은 비공개로 하겠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초당적 협력은 참사 원인을 잘 밝히고 재발방지 대책을 잘 수립하는 거다. 그걸 위해서는 저희도 알아야 하지 않나. 비공개로라도 안하겠다는 건 여당에서 초당적 협력을 안 하겠다는 거다.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일갈했다.

기 의원은 법무부 산하에 사고 대책 관련 조직이 설치된 점도 거론하며 "한동훈 장관이 국민에게 약속한 게 있다. 진상규명 경찰과 협력해 철저히 하겠다고 했고, 외국인 희생에 대한 대책, 그 유족들의 이동대책, 이후 과정들을 철저히 준비하겠다면서 대책본부와 대책반을 꾸렸다"며 "거기에 대한 국민적 보고가 있어야 한다. 그래야 정부 대책의 완성도를 높이면서 국민 마음과 함께하는 종합 대책을 마련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제안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쟁을 하겠다는 게 아니다. 법무부의 대책과 보고가 있었기 때문에 거기에 대한 생산적 토론을 하겠다는 것이고 나름대로 준비한 종합적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것"이라며 "그것조차 할 수 없다는 건 국회의 책무를 스스로 부정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법사위원들이 2일 오전 여야 간 의사 일정 합의 불발로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가 파행을 겪자 법사위 회의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에 국민의힘 측도 맞대응에 나섰다. 법사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민주당은 국민의 고귀한 생명이 안타깝게 희생된 상황 속에서 이를 정쟁으로 삼으려 한다"며 회의장 앞에서 반박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법사위에는 이번 참사에 대해 직접적으로 업무를 맡고 있는 부처가 없다"며 "민주당이 일방 처리한 '검수완박(검찰청법 개정안)법'으로 검찰은 대형참사를 직접 수사할 수도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법사위 현안 질의를 8일에 하자고 제안했는데, 국민의힘이 현안 질의 자체를 반대하는 것처럼 몰아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법사위 국민의힘 간사인 정점식 의원은 "지금 가장 시급하게 현안보고를 받고 질의할 상임위는 행정안전위원회"라며 "지난 1일 행안위에서는 (이상민 장관으로부터) 현안 보고만 받고 40분 만에 종료됐다. 왜 (현안 질의를) 행안위에서 안 하고 법사위에서 하자는 것인지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민주당이 요구한 현안질의에 대해 "애도기간이 끝나고 어느 정도 진상 규명 절차에 들어가는 과정에서 법무부나 법사위 소관부처에서는 어떤 조처를 취했으며, 어떤 조처를 취할 계획인지 보고받고 질의하자는 취지로 제가 제의를 드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에 예산안 심사를 위한 법사위 전체회의 개의 협조를 구하겠다는 방침이다. 정 의원은 '민주당이 불참하면 단독 개의할 것이냐'는 질문에 "고민을 깊게 해봐야 하겠지만, 어쨌든 여야 간사 합의에 의해 예산안 상정을 위한 전체회의는 개최돼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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