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엄마 속이라도 썩이고 가지" 눈물로 보낸 효자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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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고생 안 시키고 가난에서 벗어나고 싶다던 효자 아들을 어머니는 눈물 속에서 보냈다.
이태원 참사 희생자 발인이 2일 광주 광산구 모 장례식장에서 열렸다.
고등학교 3학년 때 쌍둥이 형이 백혈병으로 투병하면서 가세가 급격히 기울자 아들은 "형 대신 꼭 성공하겠다. 20년 후에는 우리 어머니 고생 안 시키겠다"며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엄마 집이 좋네요. 이제 엄마도 고생 안 하시고 잘 사시겠어요"라며 뿌듯한 얼굴로 떠난 아들의 모습이 마지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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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전남 희생자 발인식 오늘 모두 마무리
(광주=연합뉴스) 차지욱 기자 = 부모 고생 안 시키고 가난에서 벗어나고 싶다던 효자 아들을 어머니는 눈물 속에서 보냈다.
이태원 참사 희생자 발인이 2일 광주 광산구 모 장례식장에서 열렸다.
영정사진을 앞세우고 빈소를 나갈 시간이 되자 희생자가 평소 아끼던 8살 조카가 천진한 표정으로 "뭐 하는 거야?"라고 물었고, 아이 아빠는 허리를 숙여 눈높이를 맞춰 "이제 보내드려야 해"라며 애써 미소를 지었다.
아이 엄마는 아이의 손을 잡으며 "가자, 엄마 오늘까지만 울게"라며 휠체어를 타고 행렬에 합류했다.
"이제 눈물도 안 나와"라며 빈소를 나서던 어머니는 지하로 내려가 운구함을 마주하자 주체하지 못하고 눈물을 쏟아냈다.
이미 다 쉬어버린 목소리로 어머니는 "그 고생하고. 고생만 하고 어쩔까나"라며 통곡했다.
운구함을 쓰다듬으며 연신 아들의 이름을 부르던 어머니는 "엄마 속 한번 안 썩이더니. 속이라도 좀 썩이지 그랬어. 엄마 마음 아프게 하고"라며 애통해했다.
운구함은 "가지마"라는 가족의 절박한 외침 한 마디와 함께 차에 실렸다.
어머니 옆에서 조용히 손을 잡고 있던 누나도 영구차의 문이 닫히는 순간 흐르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했다.
고등학교 3학년 때 쌍둥이 형이 백혈병으로 투병하면서 가세가 급격히 기울자 아들은 "형 대신 꼭 성공하겠다. 20년 후에는 우리 어머니 고생 안 시키겠다"며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쌍둥이 형은 동생이 해준 두 번의 골수이식을 받고도 먼저 떠났고, 아들은 열심히 공부해 로스쿨에 진학했다.
서울에서 취업한 지 11년 만에 낡은 주택에서 살던 부모에게 새 아파트를 선물했고, 지난 추석에 입주했다.
"엄마 집이 좋네요. 이제 엄마도 고생 안 하시고 잘 사시겠어요"라며 뿌듯한 얼굴로 떠난 아들의 모습이 마지막이었다.
아들의 로스쿨 동기는 지난 1일 페이스북에 추모 글을 게시해 "(그는) 변호사가 되면 누구라도 쉽게 민사소송법을 이해할 수 있는 책을 쓰고 싶다고 했다. 그런데 자신의 인생을 더 살아보지 못한 채, 책 한 권 써보지 못한 채, 우리 곁을 떠났다"며 "먼저 떠난 동기의 선한 미소와 구수한 사투리를 떠올려본다"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휴대전화가 잠겨 있고 통화 이력도 조회되지 않아 아들이 왜 그곳에 갔는지, 누구랑 갔는지 알 길이 없어 답답하다고 호소하던 어머니는 눈물과 애통한 마음으로 효자 아들에게 이날 마지막 인사를 했다.
이날 광주 북구 한 장례식장에는 대학 친구와 함께 이태원을 찾았다가 숨진 20대 늦깎이 여대생 A씨의 발인식도 있었다.
꿈을 실현하기 위해 뒤늦게 대학에 들어간 A씨는 같은 원룸에 거주하는 친구와 이태원을 찾았다가 참변을 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서구 장례식장에는 군대를 다녀온 후 뒤늦게 대학 진학의 꿈을 키운 B씨의 발인식도 엄수됐다.
애교 많고 든든했던 막내 B씨는 고교 동창들과 함께 이태원을 찾았다가 참변을 당했다.
건설 현장 감리자로 서울서 일하던 20대 남성 C씨의 발인식은 모교 대학병원 장례식장에서 진행됐다.
C씨는 입사 기념으로 친구들과 이태원을 찾았다가 밀려드는 인파에 휩쓸려 숨졌다.
광주와 전남지역 희생자 10명 중 타 지역에서 장례를 치를 것으로 보이는 2명을 제외하고 8명의 발인식이 오늘까지 모두 마무리됐다.
u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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