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고 중국인 국가보안시설에 채용” 블라인드 채용 폐지가 정답?
[헤럴드경제=구본혁 기자] “공정가치보다 인재 확보가 더 중요.”(정부)
“인맥, 학연 등 불공정 채용 문제.”(업계 관계자)
정부의 공공연구기관 블라인드 채용 폐지를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블라인드 채용이란 입사지원자가 입사원서에 사진, 출신지역, 학력, 가족관계 등을 적지 못하게 한 뒤 채용담당자들이 직무능력만으로 인재를 뽑는 형태의 채용 방식이다. 2017년 당시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평등한 기회, 공정한 과정’을 보장한다는 취지로 공공기관의 블라인드 채용이 의무화됐다.
하지만 정부는 블라인드 채용을 통해 이루려는 공정이라는 가치보다 인재 확보를 통한 과학기술 혁신이 더 중요하다며, 폐지 방침을 밝혔다. 실제 대다수 과학기술 분야 정부 출연연구기관은 블라인드 채용으로 인해 인력 보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답했다. 심지어 국가보안시설인 한국원자력연구원이 블라인드 채용을 했다가 중국 국적자를 걸러내지 못한 채 최종 선발하는 논란도 있었다. 하지만 과거처럼 인맥이나 학연 등 불공정 채용 문제가 불거질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국민의힘 홍석준 의원이 2일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 소관 25개 정부출연연구기관에 블라인드 채용에 대한 입장을 묻자 18개 기관이 ‘지원자의 전문성 확인이 어렵다’며 개선을 요구했다.
홍 의원이 받은 답변서를 보면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한국생명공학연구원,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등 각 분야 연구기관이 “블라인드 채용으로 지원자의 전공 적합성, 전문성, 연구역량 및 수월성 등을 파악하기 어렵다”고 했다.
한국재료연구원은 “직장 경력, 자기소개서 내용 이외에 평가위원이 객관적인 평가를 할 수 있는 항목이 거의 없다”며 “정년퇴직한 지원자는 연구원 정년제도로 채용 대상이 될 수 없지만 채용 전형에서 확인할 수 없다”는 사례도 들었다.
실제 지난 2019년에는 국가보안시설인 한국원자력연구원에서 블라인드 채용을 하다가 최종 면접 단계에 중국 국적자가 올라오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국원자력연구원 관계자는 “당시 채용에서는 국적 기재가 필수 사항이 아니어서 판단에 어려움이 있었다”면서 “연구자들의 경우 연구 실적을 잘 파악할 수 있도록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식품연구원은 “채용 시 연구 실적을 확인하는 것이 필수이나 블라인드 채용으로 인해 연구 실적의 진위를 파악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답했다.
연구기관들은 블라인드 채용을 완화하고 예외 사항을 정해야 한다는 의견을 다수 냈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은 “연구 수행인력에 대해서는 이름, 가족관계 등 연구업무 수행과 무관한 개인정보를 제외한 논문 전문, 과제 참여 내용, 연구실 및 학교 정보, 학교에서 수학한 내용을 공개하는 등 전반적으로 블라인드 채용을 완화해 적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최근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모두발언에서 “최근 몇 년 동안 우수 연구자 확보를 가로막았던 공공기관 블라인드 채용은 연구기관에서 우선으로 전면 폐지하겠다”고 말했다.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는 대통령을 의장으로 하는 과학기술정책의 최상위 의사결정기구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전 세계 연구기관은 연구원을 채용할 때 연구 분야와 성과 등을 파악하기 위해 석·박사 학위를 받은 학교와 추천서 등을 중시한다”면서 “이 때문에 과학기술강국을 만들기 위한 국책연구기관의 제1민원이 블라인드 채용 폐지였다”고 말했다.
그러나 연구기관 사이에는 이에 대한 반론도 있다. 출연연 관계자는 “현장에서의 혼란은 이해가 가지만 취업시장에서 학벌 등이 당락을 가르는 결정적인 요소로 작용했다는 것도 누구나 공감하는 사실이다. 이전에 비해 많이 줄어들기는 했지만 블라인드 채용 폐지로 인맥 및 학연 채용 불공정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도교수 추천서도 부활할 수 있는데 이는 채용 시 절대적 요소로 작용할 우려도 크다”고 덧붙였다.
nbgk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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