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박진만’은 포수 마스크 썼던 수모를 잊지 않고 있다

정철우 2022. 11. 2.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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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가을 어느 날, 수원 구장에서 있었던 일이다.

박 감독은 "경기 마치고 집에 가려 하는데 매니저가 다가와 보강 훈련을 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려니 했는데 포수 마스크를 쓰고 나오라고 했다. 그라운드에 나가니 적지 않은 사람들이 몰려 있었다. 창피했다. 정말 하기 싫은 훈련이었다. 나름대로 수비에 자신감을 갖고 있을 때였기 때문에 더욱 그랬다. 공 받는 내내 속이 많이 상했다. 한참 시간이 흐른 뒤에야 그 때 감독님이 왜 그러셨는지가 이해가 됐다. 내게 자극이 필요한 시점이었다고 판단하신 것 이다. 그 이후로 더 이를 악물고 수비했던 것 같다. 그날 훈련이 내겐 전환점이 됐다. 실제로 그날 이후로 수비 집중력을 잃는 경우가 많지 않았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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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가을 어느 날, 수원 구장에서 있었던 일이다.

일요일 낮 경기를 마치고 모두가 집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을 때 우스꽝스러운 모습의 선수 한 명이 그라운드로 나왔다. 포수 마스크를 쓴 내야수였다.

그 선수는 유격수 자리에 서 있었고 잠시 후 김재박 당시 현대 감독이 노크 배트를 들고 등장했다.

박진만 삼성 감독이 선수들의 훈련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김재현 기자

흔히 보기 힘든 장면에 짐을 싸던 취재진이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김재박 감독은 그 선수에게 펑고를 치기 시작했다.

마스크를 쓰고 펑고를 받던 선수는 바로 박진만이었다.

1996년 데뷔해 당시엔 이미 한국 최고 유격수라는 평가를 받고 있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박진만 이전에 최고 유격수라는 평가를 받던 김재박 감독의 눈에는 박진만의 수비가 성에 차지 않는 듯 했다.

둘은 그렇게 한참을 공과 씨름을 했다. 김재박 감독은 훈련이 끝난 뒤 “(박)진만이가 공을 무서워하기 시작한 것 같아서”라는 짧은 이유만 설명했다.

당시 박진만은 아무 말도 남기지 않고 그라운드를 떠났다.

박진만 감독이 코치가 된 뒤에서야 그때 이야기를 자세히 들을 수 있었다.

박 감독은 “경기 마치고 집에 가려 하는데 매니저가 다가와 보강 훈련을 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려니 했는데 포수 마스크를 쓰고 나오라고 했다. 그라운드에 나가니 적지 않은 사람들이 몰려 있었다. 창피했다. 정말 하기 싫은 훈련이었다. 나름대로 수비에 자신감을 갖고 있을 때였기 때문에 더욱 그랬다. 공 받는 내내 속이 많이 상했다. 한참 시간이 흐른 뒤에야 그 때 감독님이 왜 그러셨는지가 이해가 됐다. 내게 자극이 필요한 시점이었다고 판단하신 것 이다. 그 이후로 더 이를 악물고 수비했던 것 같다. 그날 훈련이 내겐 전환점이 됐다. 실제로 그날 이후로 수비 집중력을 잃는 경우가 많지 않았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후 박 감독은 거액에 삼성 유니폼을 입고 FA 이적을 했고 이후 SK(현 SSG) 등을 거치며 한참이나 선수로 활약했다.

박 감독은 아직도 그날의 수모를 잊지 않고 있다. 감독에 선임 된 뒤 “선수들을 원점에서 재평가하겠다. 자신의 자리가 정해져 있는 선수는 없다. 모든 선수들이 살아남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같은 실력이라면 수비가 앞서는 선수를 쓸 것이다. 수비에서 집중력을 잃지 않기를 바란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포수 마스크 훈련의 성과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박진만 감독이다. 그가 감독이 된 뒤 김재박 감독이 달았던 백넘버 70번을 선택한 것만 봐도 박 감독이 그날의 훈련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를 잘 알 수 있다.

박 감독은 선한 인상과는 달리 냉철한 카리스마를 가진 감독이 될 가능성이 높다. 스스로도 김재박 선동열 김성근 등 자신이 거쳤던 명장들의 장점만 살려 보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그날의 포수 마스크 훈련은 ‘유격수 박진만’이 성장하는데 커다란 힘이 됐다. 그 경험은 고스란히 삼성의 선수들에게 전수될 것이다.

최고라는 자부심도 집중력을 잃은 실수 앞에선 용서가 없을 것이다. 살아남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선수들에게 먼저 기회가 돌아갈 것이다.

감독 박진만은 여전히 포수 마스크 수모의 날을 잊지 않고 있다. 그 초심만 잃지 않는다면 박진만 감독은 명장이라는 이름으로 제2의 성공기를 열어갈 수 있을 것이다.

[정철우 MK스포츠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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