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없는 우리에게 뒤집어씌우려해"…일선 경찰들 '불만 표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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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6명이 숨진 이태원 참사에서 경찰의 초기 대응이 부실했다는 윤희근 경찰청장의 발언에 일선 경찰관들이 반발하고 있다.
전날 오후 이태원파출소 소속 직원이라 밝힌 한 경찰관은 "어떤 근거로 112 신고 대응이 미흡했다고 발언했느냐"고 윤 청장에게 묻는 글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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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동규 김정현 기자 = 156명이 숨진 이태원 참사에서 경찰의 초기 대응이 부실했다는 윤희근 경찰청장의 발언에 일선 경찰관들이 반발하고 있다.
윤 청장은 1일 국회에 출석해 "사고 당일 오후 6시34분쯤부터 현장의 위험성과 급박성을 알리는 112신고가 11건 접수됐으나 사고 예방 및 조치가 미흡한 것을 확인했다"며 초동 대응 문제를 인정했다.
그러나 일부 일선 경찰관들은 이 발언이 치안 현실을 도외시한 것이라며 수긍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112 접수 시스템을 너무 단편적으로 해석한데다 경찰력 배치와 현장 운용은 서울경찰청 등 윗선에서 결정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서울 일선경찰서의 한 경찰관은 "비슷한 시간대에 같은 내용의 112신고가 들어오면 몇 건을 묶어 '동일건'으로 분류해 한꺼번에 처리한다"며 "신고가 들어오면 출동하는 게 원칙이지만 동일건으로 몇 개를 묶어 출동하면 한 건만 출동한 것이 된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경찰관은 "참사 당시 현장과 가장 가까운 이태원 파출소는 인파 때문에 순찰차 출동이 힘들었을 것"이라며 "파출소 직원이 팀당 12명 정도인데 그 인력으로 현장 대처가 미흡했다고 비판하는 것은 무리"라고 지적했다.
지방 경찰청의 한 간부급 경찰관은 "이태원상인회 같은 곳이 경찰과 용산구에 질서 유지를 적극 요청하고 그것을 근거로 대책을 세웠어야 했다"면서도 "질서유지를 위해서는 경찰력이 훨씬 더 많았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서울 경찰서의 한 경찰관도 "이태원, 홍대, 강남역 등 핫플레이스의 대응책을 세울 때 질서 유지보다 폭력, 마약 등 강력사건을 우선시한다"며 "어떤 임무로 얼마나 많은 경찰을 배치하는지는 현장 근무자가 아니라 윗선이 판단한다"고 말했다.
경찰 내부망에도 윤 청장을 비판하는 글이 올라왔다. 전날 오후 이태원파출소 소속 직원이라 밝힌 한 경찰관은 "어떤 근거로 112 신고 대응이 미흡했다고 발언했느냐"고 윤 청장에게 묻는 글을 올렸다.
해당 경찰관은 "인파로 압사가 우려된다는 112신고는 매해 지구촌축제, 핼러윈, 크리스마스 시기마다 있었다"면서 "용산경찰서가 서울경찰청에 (핼러윈 축제에 대비해) 기동대 지원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지적했다.
이 경찰관은 당시 이태원파출소 직원들은 비번임에도 오후 11시부터 모두 출근했으며 용산경찰서 교통과 직원들도 현장 곳곳에서 인파를 통제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한 경찰관은 "왜 모든 책임을 힘없고 불쌍한 지역경찰관들에게 뒤집어씌우려고 하는지 너무 슬프고 분하다"고 말했다.
d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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