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 애도로 시작한 11월…블랙팬서·마동석 위로 힘 보탤까
가슴 아프게 시작 된 11월이다. 핼러윈 축제 기간 이태원에서 발생한 대규모 압사 참사로 인해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한 '국가 애도 기간'이 5일 자정까지 지정되면서 영화계도 계획 됐던 모든 행사를 취소하고 올스톱 단계에 돌입했다. 다만 단 일주일 만에 충격적이고 슬픈 마음이 다 추슬러 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 실제로 떠들석한 행사들은 애도 기간은 물론, 이후까지도 자정 되는 분위기다. 당분간 위로가 공존하는 사회에서 살아가게 될 일상에서, 이 달 여느 때보다는 조용히 관객들과 만나게 될 다채로운 영화들이 한 줄기 위로의 빛이 되어줄 수 있을지 주목된다.
12월 여름 시즌과 맞먹는 겨울 성수기 시장에 앞서, 11월 국내외 많은 작품들이 개봉을 준비 중이다. 마블 페이즈4를 마무리 짓는 블록버스터 '블랙팬서: 와칸다 포에버(라이언 쿠글러 감독)'를 비롯해 마동석의 '압꾸정(임진순 감독)', 김래원·이종석·차은우 '데시벨(황인호 감독)', 여진구·조이현 '동감(서은영 감독)', 류준열·유해진 '올빼미(안태진 감독)' 등 다양한 장르의 상업 영화와, 의미 있는 메시지를 담은 독립영화도 관객과 만날 채비를 마쳤다.
11월 스크린 포문을 여는 첫 개봉작은 2일 공개 된 '고속도로 가족(이상문 감독)'이다. '고속도로 가족'은 모두가 스쳐 지나가는 고속도로 휴게소에 자리를 잡을 수밖에 없는 한 가족과, 그들에게 손을 내민 또 다른 가족의 이야기를 그린다. 코미디 장르에서 벗어난 라미란, 한국 영화로는 약 13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한 정일우가 '사람다움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이야기 한다.
3일에는 홍상수 감독의 28번째 장편 신작 '탑'이 스크린에 걸린다. 7년째 불륜을 이어가고 있는 김민희와는 11번째 협업한 작품이다. 2021년 가을, 서울 논현동의 한 건물을 주 무대로 촬영됐으며, 권해효 이혜영 송선미 조윤희 박미소 신석호 등 배우들이 출연했다. 홍상수 감독은 연출을 비롯해 제작·각본·촬영·편집·음악, 김민희는 제작실장과 스틸 스태프로 이름을 올렸다. 이혜영은 "그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던 나의 모습을 볼 수 있다"며 흡족해 했다.
9일에는 대망의 '블랙팬서: 와칸다 포에버'가 한국에 상륙한다. 전 세계 최초 개봉이다. 지난 2018년 개봉해 마블 유니버스의 한 축을 담당하며 새로운 새계관의 탄생을 알린 '블랙팬서'는 4년 만에 새 시리즈로 돌아온다. 와칸다의 왕이자 블랙 팬서 티찰라(채드윅 보스만)의 죽음 이후 거대한 위협에 빠진 와칸다를 지키기 위한 이들의 운명을 건 전쟁과 새로운 수호자의 탄생을 전한다. 실제로 세상을 떠난 고(故) 채드윅 보스만을 추모하면서 동시에 세계관의 확장성, 여성 연대의 눈부신 활약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10일에는 '첫번째 아이(허정재 감독)' '같은 속옷을 입는 두 여자(김세인 감독)'가 나란히 개봉한다. '첫번째 아이'는 육아휴직 후 복직한 여성이 직장과 가정에서 겪는 무수한 딜레마를 통해 의지할 수도 홀로 설 수도 없는 세상과 마주한 우리 시대 여성의 이야기를 다루고, '같은 속옷을 입는 두 여자'는 마땅히 받아야 할 마음을 원하고 기대했던 이정과 수경 두 사람이 갑작스러운 사고 이후 서로의 마음을 마주하면서 벌어지는 드라마를 섬세하게 포착한다.
그간 드라마 '며느라기' '산후조리원'을 선보인 박하선은 사실 '첫번째 아이'를 통해 엄마 역할을 처음 맡았다. 특히 당시 남동생이 심근경색으로 세상을 떠나고, 아이는 한 달 정도 병원에 입원했던 시기라 힘든 마음을 그대로 품고 촬영에 임했다고. 박하선의 진정성이 고스란히 담겼다. '같은 속옷을 입은 두 여자'는 26회 부산국제영화제 5관왕을 비롯해 유수 해외 영화제에서 각광 받았다. 국내에서는 어떤 평가를 들을지 관심이 쏠린다.
16일에는 '데시벨'과 '동감'이 출격한다. 테러 액션물과 레트로 멜로물로 극과 극의 장르를 자랑한다. '데시벨'은 소음이 커지는 순간 폭발하는 특수 폭탄으로 도심을 점거하려는 폭탄 설계자와 그의 타깃이 된 전직 해군 부함장이 벌이는 사운드 테러 액션. 브라운관에서 활발히 활동한 김래원과 이종석이 오랜만에 스크린 나들이에 나서고, 차은우가 첫 장르물에서 남성미 가득한 이미지로 스크린 데뷔 신고식을 치른다.
'동감'은 2000년에 개봉했던 동명의 멜로 명작을 리메이크한 작품. 유지태 김하늘 하지원 박용우의 얼굴은 여진구 조이현 김혜윤 나인우 배인혁으로 변화 돼 조금 더 젊어진 감성을 뽐낼 전망이다. 1999년의 용과 2022년의 무늬가 우연히 오래된 무전기를 통해 소통하면서 벌어지는 청춘 로맨스로, 원작에서 1979년을 살고 있는 여자와 2000년대를 살고 있는 남자의 사연을 20년 후로 옮기고, 과거와 현재의 주인공 성별도 바꿔 흥미로움을 높인다.
이어 17일에는 결혼식 당일 사라진 연인(이이경)을 찾아 나선 윤(채서진)이 밤 12시부터 해 뜰 때까지 문을 여는 시공간이 초월된 '심야카페'에 초대되며 펼쳐지는 로맨틱 판타지 '심야카페: 미씽 허니(정윤수 감독)'가 흥행 경쟁에 참여한다. 드라마, 예능, 공연 할 것 없이 전천후 활약을 펼치고 있는 이이경이 스크린에서도 존재감을 뽐낼 예정. 깜짝 흥행 복병으로 각광받은 '육사오'에 이어 '심야카페'도 성공시킬지 대세의 운이 신뢰를 더한다.
23일에는 밤에만 앞이 보이는 맹인 침술사가 세자의 죽음을 목격한 후 진실을 밝히기 위해 벌이는 하룻밤의 사투를 그린 스릴러 '올빼미'가 대기 중이다. 세자의 죽음을 목격한 '맹인 침술사'라는 신선한 설정으로 새로운 스타일의 현대적인 스릴러를 예고한다. 데뷔 이래 처음으로 왕 역할을 맡은 유해진의 도전, 맹인 침술사로 분한 류준열의 세 번째 만남이 믿음직하다. 연기력을 담보로 충무로 사극 영화계의 진일보한 결과물과 완성도를 기대케 한다.
30일 개봉하는 '탄생(박흥식 감독)'은 조선 근대의 길을 열어젖힌 개척자 청년 김대건의 위대한 여정을 그린 대서사 어드벤처로 바다와 육지를 넘나들었던 모험가이자 글로벌 리더, 역사를 바꿀 수 있었던 선구자였던 김대건의 진취적인 면모와 성 안드레아로의 탄생과 안타까운 순교를 그린다. 한국 최초의 사제 성 김대건 신부의 삶과 죽음을 다룬 최초의 극영화. 김대건 신부의 탄생 200주년과 유네스코 선정 세계기념인물 선정 기념으로 기획 돼 국내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관심이 지대해 바티칸 교황청 시사도 준비 중이라는 후문이다. 윤시윤 안성기 윤경호 이문식 등이 김대건 신부의 여정을 함께 했다.
아직 개봉일을 확정 짓지 않은 '압꾸정'은 1000만 '범죄도시2' 제작진과 마동석이 만난 작품. '압구정 리포트'라는 제목으로 2020년 11월 크랭크업 했지만 팬데믹 여파로 쉽게 개봉하지 못하다 꼬박 2년 만에 관객 앞에 서게 됐다. '압꾸정'은 샘솟는 사업 아이디어로 입만 살아있는 압구정 토박이 대국(마동석)이 실력 톱 성형외과 의사 지우(정경호)와 손잡고 K뷰티 시조새가 되는 이야기. 마동석의 메가 히트 흥행 타율이 11월 유일한 코미디 영화로 웃음 보따리를 선물할 '압꾸정'까지 이어질지 주목된다.
이와 함께 태어난 지 21일이 채 되지 않은 아기의 아빠 우진(서현우)이 외부의 출입을 막고 부정한 것을 조심해야하는 세이레의 금기를 깨고, 과거의 연인 세영(류아벨)의 장례식장에 다녀온 뒤부터 벌어지는 기이한 일들을 그린 미스터리 심리 스릴러 영화 '세이레(박강 감독)', 유인영의 4년만 스크린 컴백작이자, 인생의 가장 눈부신 순간을 함께했던 두 여자가 통영에서의 하루를 보내며 찬란했던 과거를 위로하는 힐링 드라마 '통영에서의 하루(한경탁 감독)', 사이버 범죄의 추악한 실체를 그리며 유포자들을 향한 강력한 경고의 메시지를 담은 '유포자들(홍석구 감독)'도 11월 극장에 자리를 마련한다.
조연경 엔터뉴스팀 기자 cho.yeongyeong@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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