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박영수 인척’ 분양업자 “‘시장 선거가 있어 급하다’는 남욱 말에 3~4억 빌려줘···용처는 몰라”

전지현·이보라 기자 2022. 11. 2.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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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만배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왼쪽부터)와 남욱 변호사, 정민용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전략사업실장. 경향신문 자료사진

남욱 변호사 등 경기 성남시 대장동 민간사업자들에게 2014년 6월 성남시장 선거를 앞두고 거액을 빌려준 인물로 지목된 박영수 전 특별검사의 인척 이모씨가 “남 변호사가 ‘시장 선거도 있고 돈이 너무 급해’라고 해서 돈을 빌려줬지만 어디에다 썼는지는 모른다”며 “2014년 6월 성남시장 선거 전에는 3~4억원을 보내준 게 전부”라고 말했다. 검찰은 이 돈이 당시 성남시장 재선에 도전했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선거자금으로 사용된 게 아닌지 살펴보고 있다.

“2014년 6월 성남시장 선거 전 남욱에 3~4억원 빌려줘…대여금은 총 42억5000만원”

이씨는 지난 1일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2014년 초부터 남 변호사가 ‘시장 선거도 있고. 형, 돈이 너무 급해’라고 해서 돈을 준 게 맞다”고 했다. 다만 이씨는 이 대표가 성남시장 후보로 출마했던 2014년 6월 성남시장 선거 이전에 남 변호사에게 12억원을 빌려줬다는 언론 보도는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이씨는 “2014년 6월은 위례신도시 분양이 시작하기도 전이었다. 그런 거액을 남 변호사에게 줄 이유도 없었고 당시 그럴 만한 돈도 없었다”고 했다. 이씨가 운영 중인 A 분양대행업체는 2014년 대장동 개발 일당이 시행을 맡은 위례신도시 개발사업(A2-8블록)의 분양대행을 맡았다. 이후 대장동 민간사업자로 선정된 화천대유자산관리가 시행을 맡은 대장동 5개 블록 아파트 분양대행도 독점했다.

이씨는 “당시 남 변호사가 (위례신도시) 분양대행 계약을 하게끔 도와주던 상황이었다. 남 변호사에게 신세를 졌고 분양대행 수익도 예상이 됐다보니 남 변호사가 돈이 필요하다, 빌려달라고 해서 3~4억원 사이 빌려준 것이 전부”라고 했다.

이씨는 위례신도시 개발 사업이 본격화된 2014년 8월부터는 남 변호사에게 큰 돈을 빌려준 것으로 기억한다고 했다. 그는 “그때(2014년 9월)는 위례신도시 분양도 잘 되고 수수료도 나오다 보니 돈이 좀 있었다”며 “빌려준 돈은 위례신도시 개발에 대한 대가성이 아니라 대장동 분양을 하기 위해 운영비를 지원해달라고 해서 보낸 것”이라고 했다.

경향신문이 입수한 판교AMC의 경비 내역에도 이씨가 운영하는 A 업체가 2014년 9~10월 총 4억5000만원을 남 변호사 등이 운영하던 판교AMC에 송금한 기록이 있다. A 업체는 2014년 9월3일 판교AMC에 1억2000만원을, 10월7일에는 8000만원과 2억5000만원을 나눠 입금했다.

이씨는 “남 변호사에게 빌려준 자금은 총 42억5000만원”이라며 “이렇게 돈을 주고서 ‘자, 이제 나는 끝이다’라고 생각했다. 대장동 개발 운영비 댄다는 약속은 그걸로 ‘클리어’가 됐던 것”이라고 했다. 구체적으로 언제, 얼마를 남 변호사에게 나눠서 보냈느냐는 질문에는 “돈은 다 쪼개서 보냈다. 현금으로 뽑거나 수표로 뽑아 정확하게 기억할 수 없다. 메모도 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재명 재선 위한 용도로 쓰려고 했을 가능성…용처는 몰라”

이씨는 자신이 남 변호사에게 빌려준 돈이 어디로 흘러갔는지는 알지 못한다고 했다. 그는 남 변호사가 2014년 6월 성남시장 선거 전에 자신에게 빌린 돈 중 1억원이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을 통해 이 대표 최측근인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에게, 5000만원이 정진상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에게 건네졌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듣지 못했다”고 했다.

이씨는 “이 대표가 또 성남시장이 되는 게 남 변호사 등에게 크게 도움이 되니까 시장 선거에 도움을 주려고 그러나 보다는 정도는 생각했다. 그런 식으로 남 변호사가 나뿐 아니라 사방에다 얘기를 하면서 돈을 구할 당시였을 것이다. 남 변호사가 잘 돼야 나에게도 도움이 되니까 이 대표가 성남시장이 됐으면 좋겠다고 속으로 생각했다”고 했다.

이씨는 “건설업계 관행상 인허가를 받으려면 로비도 해야 하는 게 대한민국이다. 남 변호사가 당연히 그런 쪽으로 쓰겠지 하는 상상은 했다. 당연히 그 전부터 하던 모든 프로젝트는 그쪽(이 대표 측)과 뭔가 관계가 있지 않았겠나”라고 했다. 그는 “대한민국 어느 건설 현장에서도 지자체장이 바뀌면 프로젝트에 변수가 엄청나게 생긴다. 새로운 시장이 갑자기 ‘안 된다’고 해버리면 몇 년을 준비했던 프로젝트도 무산된다”고 했다.

전지현 기자 jhyun@kyunghyang.com, 이보라 기자 purpl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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