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습 나섰지만…총리·장관 잇단 실언·녹취록 공개로 與 '혼돈'
행안부 장관·경찰청장 경질론 속 尹대통령 사과 주장도
(서울=뉴스1) 한상희 이균진 기자 = 국민의힘이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하겠다"고 수습 의지를 천명한 와중에 정부·여당 인사들의 연이은 실언에 술자리 의혹까지 불거지면서 '정부 책임론'이 부각될까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여기에 참사 발생 4시간 전부터 "압사당할 것 같다" 등 위급 상황을 알리는 112 신고가 접수됐다는 경찰청 녹취록까지 공개되자 당은 더욱 혼돈에 빠졌다. 말을 아끼던 당 지도부도 경찰 대응이 미흡했던 것에 대해 공식 사과하고, 책임 규명을 철저히 하겠다고 약속했다.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은 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이태원 사고 발생 4시간 전에 이미 사고 현장에서 압사를 우려하면서 경찰의 현장통제를 요청하는 11차례의 급박한 구조 신고가 있었다. (경찰이 이에 대한 조치를 하지 않은 데 대해) 몹시 당혹스럽고 유감스럽다"며 "국민 여러분께 너무도 죄송한 마음"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애도 기간이 끝나는 즉시 여야와 정부, 그리고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이태원사고조사특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한다"며 "별도로 애도 기간 직후 당내 특위도 구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찰청이 전날(1일) 공개한 '이태원 사고 이전 112 신고 내역'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이태원 참사가 발생하기 약 4시간여 전부터 압사 사고를 우려하는 112 신고 전화가 총 11차례 접수됐다. 하지만 경찰은 4차례만 현장 출동했고, 나머지 신고는 '미출동 종결처리'했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사과했다.
이를 두고 여권 일각에선 주무 부처 수장인 이상민 행안부 장관과 윤희근 경찰청장을 경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경찰 출신의 권은희 의원은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이 장관과 윤 청장이 거취 결정을 빨리 해야한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의 사과 시기와 관련해서도 "가장 중요한 부분들이 사전에, 그리고 (112) 신고가 들어왔을 때라도 정부의 역할이라는 것이 없었다는 부분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사과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고 본다"고 했다.
이언주 전 의원도 YTN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 나와 "녹취록이 나왔는데 무슨 얘기를 할 수 있겠나. 그건 법적 책임도 거의 인정된다"면서 "그 전에 아예 본인의 공직자로서 무한 책임 얘기도 좀 하셨으면 훨씬 나았을 텐데 매를 버는 것 같다"며 이 장관과 윤 청장의 거취 표명을 촉구했다.
한 다선의 중진 의원은 뉴스1과 통화에서 "집권당은 어느 부분이 문제가 생기면 그 문제 하나만 가지고 풀려고 하면 안 되고 모든 걸 책임져야 한다"며 "(사고가) 발생하면 잘못했다 죄송하다 국민에게 위로하고 그 자리에서 시인을 해야 하는데, 계속 이렇게 잘못된 것들이 누적돼 쌓이면 결국은 대통령에게 간다.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런 와중에 여권 인사들의 잇단 실언도 입길에 올랐다.
"소방, 경찰 인력을 미리 배치하는 것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었다"고 말해 논란을 빚은 이 장관은 참사 사흘 만에 대국민 사과를 했고, 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장은 지난달 31일 국가애도기간에 술을 곁들인 저녁 자리를 가진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일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전날 '이태원 참사' 외신기자 간담회에서 정부 책임을 묻는 질문에 "이렇게 잘 안 들리는 것에 책임져야 할 사람의 첫 번째와 마지막 책임은 없나요"라고 웃으며 농담을 건네 문제가 됐다.
연이어 실언이 터져나오자 당 지도부는 '함구령'을 내렸다. 정 위원장은 전날 당 의원들이 모인 단체대화방에 "정부의 진상규명 의지는 확고부동하다. 경찰 신고 녹취 공개만 보더라도 숨길 것도 피할 것도 없이 철저히 원인 규명을 하겠다는 것"이라며 "우리 당은 중심을 잡고 정부의 사태 수습과 원인 규명 과정을 지켜보면서 가급적 개별 의원의 앞서가는 대언론 입장 표명은 자제해 주실 것으로 부탁드린다"고 공지했다.
야당은 국가애도기간이 끝나는대로 본격적인 대여 공세모드로 전환할 것으로 보인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도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장관의 뒤늦은 사과로 덮을 수 없다. 결코 막을 수 없던 참사가 아니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내년도 예산안 심사를 두고도 극심한 진통이 예상된다. 당장 4일 예산안 공청회를 시작으로 7~8일 종합정책질의, 9~10일 비경제부처 예산심사, 14~15일 경제부처 예산심사 등이 줄줄이 예정돼 있다.
정부 책임론이 격화될 경우 여당이 내후년 총선에서 치명타를 입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대통령 지지율은 수개월째 30%대 초·중반에서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angela020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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