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정 든 엄마, 아들 대신 허리숙여 선생님께 ‘마지막 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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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아침 8시, 서울의 한 고등학교 정문으로 '이태원 참사' 희생자 김아무개(17)군의 주검을 실은 운구차가 들어오자 김군의 어머니는 울부짖었다.
며칠 전까지 아들이 다니던 학교, 김군의 어머니는 차에서 내리자마자 세상이 무너진 듯 울기 시작했다.
지난달 29일, 핼러윈 데이를 맞아 이태원에 함께 놀러 갔다 참변을 당한 서울 한 고등학교 2학년 김군과 이군의 발인이 2일 새벽부터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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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웅 나온 친구들·선생님 눈물바다
유족, 윤 대통령 화환 이름 찢어버려
“희생자 아니라니 가슴 답답해 죽겠다”
“어떡해 내 새끼”
2일 아침 8시, 서울의 한 고등학교 정문으로 ‘이태원 참사’ 희생자 김아무개(17)군의 주검을 실은 운구차가 들어오자 김군의 어머니는 울부짖었다. 운구차에 실린 관을 어루만지던 어머니는 가족들의 부축을 받아 겨우 차에 탑승할 수 있었다. 김군의 작은 외할아버지 정인성(62)씨는 “사고 소식을 듣고 쓰러졌던 김군의 아버지는 충격이 너무 커서 발인에도 참여하기 어려웠다”고 전했다.
앞서 발인을 마친 김군의 마지막 등교였다. 이 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이었던 김군은 지난 29일, 핼러윈 데이를 앞두고 친구 이아무개(17)군과 이태원에 놀러 갔다가 변을 당했다.
며칠 전까지 아들이 다니던 학교, 김군의 어머니는 차에서 내리자마자 세상이 무너진 듯 울기 시작했다. 김군의 마지막 등굣길을 배웅하기 위해 나온 50여명의 학생·선생님들은 그런 어머니를 보고 고개를 푹 숙인 채 흐느꼈다.
어머니는 아들의 영정사진을 품에 안고 10여분 간 학교를 둘러본 뒤, 선생님들 앞에 서 이제는 인사를 할 수 없는 아들을 대신해 허리를 숙였다. 운동장은 건너편 산자락에 부딪혀 울리는 울음소리로 가득했다.
지난달 29일, 핼러윈 데이를 맞아 이태원에 함께 놀러 갔다 참변을 당한 서울 한 고등학교 2학년 김군과 이군의 발인이 2일 새벽부터 이어졌다. 유족들은 발인을 마치고 이들이 다니던 고등학교 운동장을 차례로 찾아 노제를 치렀다.
이군의 유족들은 이날 새벽 4시 30분부터 서울 동대문구 삼육서울병원 장례식장에서 발인식을 치렀다. 차분한 분위기에 예배 형식으로 차분하게 진행된 발인식엔 30여명의 가족·친지가 모였다. 발인식 중 지팡이를 짚은 백발노인은 빈소 앞 화면에 띄워진 이군의 사진을 어루만졌다.
어린 고등학생들의 사고에 윤석열 대통령은 화환도 보냈지만, 유족들은 달가워하지 않았다. 김군의 유족들은 윤 대통령이 보낸 조화에 붙여진 이름 표지를 찢어 쓰레기통에 버렸다고 했다. 정씨는 “원랜 조화를 거부하려다 배달원을 생각해 받았는데, 화환에 대통령 이름만 있고 고인의 명복을 빈다는 표시는 하나도 없어 전혀 위로가 되지 않았다”며 “막을 수 있었던 사고에서 생때같은 아이를 보냈는데, 분향소에선 희생자가 아니라 사망자로 표시하는 게 맞나. 가슴이 답답해 죽겠다”고 했다.
고병찬 기자 ki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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