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 수상자 당신은 틀렸소"..'우주팽창론' 과학대결
10여년간 연구 통해 '천문학계 주류'에 과학적 도전
암흑에너지 없고, 우주 가속 팽창 틀렸을 가능성 제시
해외서도 응원 메일 쏟아져..과학적 근거 자료 추가 필요
[이데일리 강민구 기자] “천문학자로서 제게 논문은 자식과 같고, 목숨을 걸 정도로 중요합니다. 지난 10여 년 동안 밤낮으로 연구하며 노벨상 연구가 틀렸다는 증거를 찾았습니다.” 이영욱 연세대 교수는 지난 25일 가진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설명했다. 파격적인 주장이다. 이 교수 연구팀은 2011년 노벨상까지 받은 이론을 반박하는 논문을 2020년 1월 미국 천체물리학회지에 게재해 국내외 학계의 관심을 끌었다.
최근에는 노벨상 연구팀의 반박이 잘못됐다는 증거를 다룬 논문을 영국 왕립천문학회지에 다시 실어 조명을 받고 있다. 그의 연구가 관심을 끄는 이유는 우주의 70%를 구성한다고 추정되는 암흑에너지의 존재를 뒷받침하는 이론 중 하나인 우주가속팽창이 틀렸을 가능성을 시사하기 때문이다.
천문학계 주류 연구진에 도전
지난 2011년 천문학자 솔 퍼머터, 브라이언 슈밋과 함께 노벨상을 받은 애덤 리스는 미국 천문학계의 대표적인 리더 중 한명이다. 노벨상을 받은 것은 물론, 그와 관련된 연구팀이 주류 천문학계를 이끌고 있다. 영국, 이탈리아 등과 함께 천문학 본고장으로 통하는 미국에서도 인정받는 학자다.
그런 그에게 “틀렸소”라고 한 이 교수. 연구 과정의 어려움을 없었을까. 그는 “30년 연구 인생에서 논문 게재 과정이 가장 힘들었다”면서 “통상 3~4개월이면 통과되는 논문이 15개월 이후에나 통과됐다. 스트레스가 극심해 여러 병도 얻었다”고 했다.
그럼에도 10여년간 이 연구에 집중한 이유는 뭘까. 이영욱 교수는 “학생들에게 암흑에너지 관련 내용을 설명하기 위해 (애덤 리스가)노벨상을 받기 전부터 우주팽창이론을 연구했다”면서 “그가 노벨상을 받은 뒤에도 천문학자로서 잘못된 부분을 지나치고 넘어갈 수 없어서 검증해 왔다”고 설명했다.
노벨상 연구팀 반박 논문에서 시작된 재반박의 길
우주론에서 표준우주모형은 우주가 미지의 암흑에너지에 의해 점점 빠르게 팽창(가속 팽창)하고 있다는 내용을 다룬다. 직접적인 증거는 Ia형 초신성(별의 일생의 마지막 단계에서 핵융합을 일으키며 매우 밝게 빛나는 현상)을 이용한 먼 은하의 거리 측정에서 나오는데 관련 연구를 ‘초신성우주론’이라 한다.
애덤 리스 등 노벨상 연구팀이 생각한 가정은 초신성의 빛의 최대 밝기(광도)가 별의 나이에 관계없이 전부 같다는 것이다. 이 가설이 옳다면 지구에서 측정한 초신성의 밝기 최댓값은 모두 동일해야 한다.
하지만, 이 교수팀의 연구결과 광도가 서로 달랐다. 연구팀은 초신성의 광도와 모항성의 나이 사이에 통계적으로 상관관계가 있다고 봤다. 애덤 리스 연구팀이 2020년 6월에 반박 논문을 게재했지만, 재반박 논문을 이번에 내서 해당 논문이 오히려 연구팀의 연구 결과를 지지해준다는 결론을 이끌어 냈다.
당시 이 교수팀은 초신성의 최대밝기와 모항성의 나이의 상관관계와 효과에 대해 확실하게 파악하지 못했다. 하지만, 애덤 리스 연구팀의 반박자료를 분석한 결과, Ia형 초신성들의 고유 밝기가 광도곡선의 최정점에서 1.2등급 이상의 차이가 있고, 젊은 항성에서 발현한 초신성이 늙은 항성에서 발현한 초신성보다 더 어둡다는 것을 밝혀냈다. 결과는 99.99% 이상의 신뢰도를 보였다. 초신성의 나이와 관계 없이 광도가 같다는 가정은 틀릴 수 있다는 의미다.
이 교수는 “우주가속팽창 학설은 특정 효과(항성천체물리 효과)를 우주론적인 현상으로 잘못 이해해 나왔을 가능성이 있다”며 “우주가속팽창 모델을 지지하는 증거로 쓴 초신성 자료가 오히려 가속 팽창이 아닌 감속 팽창 우주모델을 뒷받침한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팀은 노벨상 수상자가 이끄는 상대 진영의 반박자료에서 발견한 만큼 결과의 신빙성이 높지만, 상대 진영까지 설득하기 위해 연구비를 추가로 확보해 앞으로 9년 동안 후속 연구를 할 계획이다.
암흑에너지가 있다는 사실은 초신성우주론 외에 우주배경복사, 바리온음향진동 연구가 뒷받침하는데, 이러한 부분들도 과학적인 결과를 통해 설득해 나가기를 기대하고 있다.
국내외 천문학계 의견 엇갈려
국내외 천문학계에서는 우주가속팽창론과 암흑에너지의 존재가 초신성의 광도 표준화 과정 속 시스템적 오류가 만들어냈을 가능성이 있다는 내용을 다뤘기 때문에 관련 미칠 파장이 상당하다고 보고 있다. 이 교수 연구가 맞다면, 표준우주모형을 수정해야 할 수도 있다.
다만, 학자 간 의견은 엇갈린다. 연구 절차, 방법론이 맞기 때문에 노벨상을 받은 연구만을 다시 따져봐야 한다는 시각이 있는 반면, 암흑에너지나 우주가속팽창이론이 틀렸다고 보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이영욱 교수에 따르면 논문 발표 이후 프랑스, 독일 등에서 응원 메일을 받았다고 한다. 독일 본대학의 파벨 크루파 교수는 이 교수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이전보다 훨씬 흥미로운 결과를 축하한다”며 “이제는 파급 효과를 모두가 고려해야 한다”고 보내왔다. 반면, 애덤 리스 관련 연구팀들은 이 교수의 연구를 견제하는 분위기다.
박명구 한국천문학회장(경북대 교수)은 “첨단 학문은 불확실성을 가지고 있는데다가 노벨상을 받은 연구에 도전한다는 점에서 이영욱 교수팀의 연구 파장이 크고 내용 자체를 합리적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면서도 “다만, 우주가속팽창은 우주론 다른 분야에서는 필요한 부분이 있고 암흑에너지 없이 설명하기 어려운 분야도 있기 때문에 앞으로 과학적인 논의와 근거 확보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평했다.
강민구 (science1@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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