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대기업 금융사의 의결권 행사 24건 위법 여부 조사 중"
계열사 간 자금보충약정도 242건…공정위 "추이 계속 모니터링"
(세종=연합뉴스) 김다혜 기자 = 공정거래위원회는 자산 10조원 이상 대기업인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상출집단) 소속 금융·보험사가 비금융 계열사에 의결권을 행사한 사례 중 24건에 대해 위법성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고 2일 밝혔다.
계열사 간 채무보증 규제를 우회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 계열사 간 총수익스와프(TRS) 거래 규모는 4년 6개월간 약 3조5천억원, 계열사 간 자금보충약정은 242건으로 집계됐다.
상출집단 소속 금융사, 89건 의결권 행사…24건 위법 조사
공정위가 47개 상출집단 중 소속 금융·보험사가 비금융 계열사에 출자한 12개 집단의 의결권 행사 현황(작년 5월∼올해 4월)을 조사한 결과 6개 상출집단 소속 13개 금융·보험사가 17개 비금융 계열사의 주주총회에서 총 89회 의결권을 행사했다.
상출집단 금융·보험사는 원칙적으로 국내 계열사 주식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고 일부 예외만 허용된다. 산업자본인 대기업집단이 금융사 고객 자금을 활용해 비금융 계열을 확장하는 데 따른 시장경쟁 왜곡과 경제력 집중의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서다.
89건의 의결권 행사 중 공정거래법상 예외 조항에 따른 적법한 의결권 행사는 41건, 자본시장법·농업협동조합법 등 다른 법률 특례에 따른 의결권 행사는 24건이었다.
공정위는 나머지 24건에 대해 "의결권이 적법하게 행사됐는지 여부를 현재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조사가 진행 중이란 이유로 기업명은 공개하지 않았다.
'채무보증 우회 우려' 계열사 간 TRS 거래 3조5천억원 달해
공정위는 채무보증 규제 우회 수단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제기된 TRS와 자금보충약정 실태도 올해 처음으로 조사했다.
TRS는 기초자산 거래에서 발생하는 총수익을 교환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파생상품으로, A 계열사가 금융기관에서 자금을 조달할 때 B 계열사가 A가 발행한 채권 등을 기초로 TRS를 체결하면 채무 보증과 유사한 효과가 생긴다.
공정위는 2018년 효성그룹이 TRS 거래 등을 통해 계열사를 지원한 행위를 부당지원 및 총수 일가 사익편취 행위로 제재하고 검찰에 고발한 바 있다.
상출집단 계열사 간 TRS 거래 규모는 2018년 1월부터 올해 6월까지 3조5천333억원(20건)으로 집계됐다. 비계열사와의 거래를 포함한 전체 TRS 거래(6조1천70억원·54건)의 57.9%(건수 기준 37.0%)에 해당한다.
채무자의 여신 상환 능력이 줄어들면 제3자가 출자 또는 대출을 통해 자금을 보충해주기로 하는 자금보충약정의 경우, 같은 기간 31개 상출집단 소속 100개 회사가 1천148건의 거래를 맺은 것으로 나타났다.
계열사 간 자금보충약정은 242건(21.1%)이었고, 비계열사와 맺은 약정은 906건(78.9%)이었다. 특히 상출집단 소속 건설사와 비계열사 간 자금보충약정이 738건(64.3%)이었다.
민혜영 공정위 기업집단정책과장은 "원래의 목적에 맞게 (TRS·자금보충약정) 거래를 하는 것은 위법이 아니다"며 "다만 위법한 목적에 쓰일 수도 있는데 그게 어떤 경우일지, 문제가 있는 사례에 대해 제도적(보완)으로 접근할지 사건으로 구성할지는 좀 더 스터디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올해 5월 1일 기준 상출집단의 채무보증 금액은 1조1천150억원으로 작년보다 3.7% 감소했다.
이 가운데 상출집단 지정 2년 이내에 해소해야 하는 제한 대상 채무보증 금액은 9천641억원(호반건설 등 8개 집단)으로 1년 전보다 11.6% 줄었다.
공정위는 "상출집단 소속 계열사 간 TRS 거래는 대부분 공시돼 최소한의 시장 감시가 이뤄지고 있다"며 "자금보충약정은 계열사 여부와 상관없이 프로젝트펀드(PF) 대출에서 금융기관 요청으로 체결하는 경우가 대다수"라고 평가했다.
다만 "계열사 간 자금보충약정이 상당수 존재하고, 계열사 간 TRS 규모가 상당히 큰 것으로 파악됨에 따라 향후 그 추이를 지속해서 모니터링하고 사안별로 채무보증을 우회하는 수단으로 활용되는지 점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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