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 공개되자 국민의힘 "책임물어야" 그 범위 어디냐 질문에 내놓은 답
정진석 "응당한 책임 물어야 한다" 주호영 "112 녹취록 충격, 책임 불가피"
박정하 수석대변인 '정부 책임 어느선까지 물을 거냐' 묻자
"가치판단 안한다"→"아무도 자유롭지 않아"
[미디어오늘 조현호 기자]
이태원 참사 직전 압사 위험을 알리며 조치를 호소하는 112 신고 전화 녹취록이 공개되자 그동안 애도 기간엔 애도만 하자던 국민의힘이 국민에 죄송한 마음이라며 응당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정부 책임의 범위가 어디까지냐고 묻자 “가치판단은 하지 않겠다”고 반복적으로 답변하다 거듭된 질문에 “그 누구도 자유롭지 않는다는 공개 발언을 인용해달라”고 밝혔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2일 오전 국회 본관 228호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전날 공개된 참사 당일 직전 112 신고 녹취록 내용을 들어 “사고발생 4시간 전에 이미 사고 현장에서 압사를 우려하면서 경찰의 현장 통제를 요청하는 112 신고가 있었고, 11차례의 급박한 구조신호가 있었다”며 “몹시 당혹스럽고 유감스럽다. 국민 여러분께 너무도 죄송한 마음”이라고 사과했다.
정 위원장은 “4번이나 현장에 출동한 경찰의 현장 판단이 왜 잘못됐는지 기동대 병력 충원 등 충분한 현장조치가 왜 취해지지 않았는지, 그 원인은 반드시 밝혀져야 한다. 그리고 응당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밝혔다. 정 위원장은 “정부의 제1책무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일이며, 정부와 여당은 156명이 숨진 이태원 사고에 대해 무한 책임이 있다”며 “우리는 책임을 어디에도 미루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정 위원장은 그러나 “지금 필요한 것은 속도와 방향”이라며 “사고 직후라 기발하고 과격한 제안도 많이 나온다. 우리의 법체계, 사회 운영 시스템에 맞는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지금은 애도 기간이고 사건 수습과 유족들 보호 위로가 급선무이지만 철저한 원인규명과 상응하는 책임추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여 진다”며 “112신고 녹취록을 듣고 많은 국민들이 충격을 받고 분노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주 원내대표는 “어제 보니 신고를 받고도 무려 4시간 전에 신고를 받고도 사건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11차례 신고가 있었음에도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것이 드러났다”며 “추도 기간이 끝나면 철저한 원인 조사와 상응하는 책임 추궁, 그에 따른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태도는 전날까지 애도 기간 중 정쟁을 중단해 달라고까지 한 애초 국민의힘 입장과는 거리가 있다. 112 신고 녹취록이 공개된 이상 분출하는 책임규명 요구를 외면할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정진석 위원장은 2일 오전 국회 본관 백브리핑에서 이번 녹취록 공개 경위를 두고 “제가 듣기로 112 신고 녹취록 공개도 대통령 지시에 의해 이뤄졌다고 들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진석 위원장은 철저한 진상규명을 하겠다고 밝힌 뒤 기자들의 질문도 제대로 받지 않고 서둘러 자리를 떴다. 이어 박정하 수석대변인이 추가로 백브리핑을 했으나 정부 책임론에 대해 '가치 판단을 하지 않겠다'는 말을 반복하는 등 여전히 소극적인 태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박 수석대변인은 '정부의 책임은 어느 선까지로 판단하고 있느냐'는 미디어오늘 기자 질의에 “제가 말씀드렸듯이 사실관계만 말씀드리겠다”고 답했다. '그러니까 사실관계 차원에서 (책임을) 어느 어느 선까지 생각하고 있다는 거냐'는 이어진 질의에 “당 차원에서는 이미 공개 발언에서 말씀하셨고, 개인적인 얘기 물어보는 것 아니냐. 오늘 가치 판단이 필요한 건 답변 안 드린다고 말했다”고 강조했다.
'그런데 어느 정도 가치판단 필요한 것 아니냐. 지금 상황에서'라는 반론을 제기하자 박 수석대변인은 “개인적인 가치 판단은 나중에 전화 달라”며 “지금 여기서 공개적 말하는 건 아니라고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박 수석대변인은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모든 책임에 대해서 아무도 자유롭지 않고 그런 말씀 하지 않았나. 그걸 인용하면 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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