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112 최초 신고자 “평소 ‘압사’라는 단어 안 써… 쓸 정도로 무서웠다” [이태원 핼러윈 참사]

남정훈 2022. 11. 2.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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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자 156명을 낸 '이태원 압사 참사' 발생 약 4시간 전 112에 신고전화를 걸어 처음으로 '압사'란 단어를 언급했던 신고자가 당시 상황을 전했다.

사고가 난 골목 근처에서 가게를 운영한다는 112 최초 신고자 박모씨는 2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지난달 29일 저녁의 이태원 상황을 설명했다.

박씨는 소방당국에 사고 신고가 접수된 29일 오후 10시15분보다 4시간여 전인 오후 6시34분 112에 신고해 경찰에 위급 상황을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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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 신고자 박모 씨, 라디오 인터뷰
참사 발생 4시간 전 112에 위급 상황 알려
“압사란 표현 가급적 안 써 긴가민가했다
나중에 딸이 ‘엄마 그 단어 썼어’ 하더라”
경찰, 출동했지만 일반 불편신고로 판단
이후 사고 가능성 신고 10건 중 4건 출동

사망자 156명을 낸 ‘이태원 압사 참사’ 발생 약 4시간 전 112에 신고전화를 걸어 처음으로 ‘압사’란 단어를 언급했던 신고자가 당시 상황을 전했다.

사고가 난 골목 근처에서 가게를 운영한다는 112 최초 신고자 박모씨는 2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지난달 29일 저녁의 이태원 상황을 설명했다.

2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 앞에 마련된 '이태원 참사' 희생자 추모 공간에서 한 시민이 기도를 하고 있다. 뉴시스
박씨는 소방당국에 사고 신고가 접수된 29일 오후 10시15분보다 4시간여 전인 오후 6시34분 112에 신고해 경찰에 위급 상황을 알렸다. 신고 녹취록에 따르면 당시 박씨는 “사람이 내려올 수 없는데 계속 밀려 올라오니깐 압사당할 거 같아요. 겨우 빠져나왔는데 이거 인파 너무 많은데 통제 좀 해 주셔야 할 거 같은데요”라고 신고했고, 112 신고를 받은 경찰이 “교행이 잘 안되고 밀려서 넘어지고 압사, 사고 날 것 같다는 거죠?”라고 묻자 박씨는 “네 네, 너무 소름 끼쳐요”라고 답했다.

박씨는 신고 배경에 대해 “위에 많은 사람이 정체돼서 꼼짝도 못 하는데 (이태원역) 1번 출구에서 웃으면서 나오는 인파를 보니까 너무 무서웠다. 그 골목으로 올라가는 걸 보니 끔찍한 생각이 들어서 전화했다”면서 “인파 속에 아이를 목마 태운 아빠도 있었고, 유모차 미는 엄마 도 있었다. 그때 가만히 있으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박씨는 신고 전화에서 ‘압사당할 것 같다’는 표현을 썼느냐는 질문에 “그 단어를 썼는지, 압사란 표현이 머릿속에 있었다는 건 분명히 아는데 가급적 입 바깥으로 안 쓰기 때문에 긴가민가했다”며 “나중에 딸이 ‘엄마 통화할 때 그 단어 썼어. 내가 들었어’ 그러더라”고 답했다.

2일 핼러윈데이 압사 사고가 발생한 이태원 골목길에서 경력이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은 박씨의 신고에 현장에 출동하긴 했지만, 이 신고를 일반 불편 신고로 판단했다. 이에 대해 박씨는 “속이 많이 상한다. 제가 전화했을 때는 통제가 어느 정도 가능했지만 그 이후에 인구가 점점 많아졌다”고 했다. 이어 “(신고 후) 택시를 타고 집에 오면서 사고 현장에서 젊은 사람들한테 ‘위험해요’라고 하면서 인간 띠라도 만들어서 경찰이 올 때까지 기다리고 있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후회가 남는다”고 한탄했다.

경찰은 오후 6시34분 박씨의 신고를 시작으로 압사 사고 가능성을 언급한 10건의 신고를 더 받았으나 이 중 4건에 대해서만 출동했다. 게다가 서울경찰청 상황실에서 코드0, 코드1으로 분류한 신고 8건 중엔 1건만 출동했고, 코드2로 다소 긴급성이 덜하다고 판단한 신고 3건은 모두 출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일보는 이번 참사로 안타깝게 숨진 분들의 명복을 빌며, 유족들의 슬픔에 깊은 위로를 드립니다.

남정훈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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