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교의 시론>광장에서 ‘거짓 선동’의 촛불을 끄라
이제교 정치부장
한국 정치 보수 · 진보 內戰 상태
권력과 생존을 위한 거짓 난무
李대표, 수사 결과 따라 치명상
이태원 참사, 추모의 시간 필요
촛불행동 광장서 尹 퇴진 요구
민주당 ‘거짓의 산’ 향하면 자멸
대한민국 정치는 내전(內戰) 상태다. 전선의 한편에 보수, 맞은편에는 진보가 서 있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대통령을 내세워 집권 여당 고지를 꿰찼지만, 169석의 더불어민주당은 드넓은 평원을 점령하고 있다. ‘죽기 아니면 살기’ 싸움은 3개월째로 접어든다. 검찰은 성남 백현동 부지 용도변경 허위사실 공표 수사에 나섰고, 지난 9월 1일 김현지 보좌관은 소환장을 받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게 ‘전쟁입니다’라는 문자를 보냈다. 이 대표는 대장동 개발 대선자금 유입 의혹의 ‘윗선’으로도 지목된다. 검찰의 포탄이 제대로 터지면 치명상을 입는다.
전쟁은 사실이 무엇인지 관심이 없다. 대중이 어떻게 믿는지가 중요할 뿐이다. 독일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로드 호호’와 ‘액시스 샐리’라는 닉네임을 가진 영국인과 미국인 등을 통해 연합국이 전장 곳곳서 패배했다는 가짜 선무방송에 나섰다. 방송 중간에 포로 근황을 섞어 주목도를 높였다. 현재의 우크라이나 전쟁도 마찬가지다.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은 우크라이나가 재래식 폭탄에 방사성 물질을 채운 ‘더티 밤’ 도발을 노린다고 외친다. 러시아의 거짓 주장에는 서방 지원 확대로 전세가 불리해질 경우 핵무기 사용의 정당성을 대내외적으로 확보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
민주당도 동일한 프로파간다 전술을 구사한다. 김의겸 대변인의 ‘청담동 술자리 의혹’ 국감 발언이 대표적이다. 윤 대통령이 한동훈 법무부 장관, 김앤장 변호사 30명과 지난 7월에 새벽까지 술을 마셨다는 녹취록이 있는 만큼, 사실일 경우 국정농단이라는 논리다. 가정법 전제가 달렸지만 무책임·무개념 ‘술꾼’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고 있다. 국정을 감당할 위인이 못 된다는 이미지를 노리는 암수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특검, 박찬대 최고위원은 진상규명 태스크포스(TF) 카드를 꺼냈다. 조금만 생각해 보면 사실과 거리가 멀다는 합리적 추론에 도달하지만 별 신경을 쓰지 않는 분위기다. 거짓이라도 반복 노출되면 진실로 믿게 된다는 나치 선전·선동술을 따르고 있다.
이태원 핼러윈 참사는 정치권에 휴전을 몰고 왔다. 지금은 서울 한복판 골목길 압사의 희생자를 추모하고, 동일한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사회 안전 시스템 점검에 나설 때다. 휴전은 오래가지 않을 것이다. 10월 31일 민주당 최고위원 회의는 그 전조다. 이 대표는 “정부는 책임이 없다는 태도를 보여 국민을 분노하게 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박 원내대표는 2일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남영희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청와대 이전 원인론 주장은 전략적이다. 그는 페이스북에 용산경찰서가 대통령 경호에 경찰을 700명, 핼러윈 축제에는 200명을 투입해 참사를 야기했다는 글을 올렸다. 가짜뉴스 비판이 커지자 글은 삭제됐다. 물론 “참사는 윤 대통령 경호 때문”이라는 ‘카더라’식 루머가 천리만리와 사방팔방으로 흩어진 뒤였다.
제도권 외곽에 포진한 극좌 강경파들은 세월호 촛불을 다시 꺼내고 있다. 촛불행동은 국가애도기간이 끝나는 오는 5일 청계광장 13차 촛불대행진 개최 공지를 띄웠다. 명분은 희생자 추모지만 내용은 윤석열 퇴진이다. 회원들은 ‘윤석열 1명 경호에 경찰 700명 vs 핼러윈 50만 명 안전에 경찰 200명’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를 제작하자는 통문을 돌리고 있다. 사실과 비사실의 영역 구분은 의미가 없다. 그들은 이태원 참사의 슬픔이 정권에 대한 분노로 이어지기를 원한다. 군중의 함성을 모아 출범 갓 6개월 된 정부를 파괴시키려 한다.
이태원 참사 원인에는 비좁은 공간에 밀집한 인파와 행정 당국의 무사안일한 태도, 두 측면이 존재한다. 압사를 우려해 적극적 조치를 취했다면 통탄의 가슴을 치지 않았으련만, 어이없게도 한국의 안전 시스템은 이번에도 오작동했다. 112 경찰 신고 부실 대응 책임자인 윤희근 경찰청장과 책임 회피성 발언을 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즉각적 경질이 필요하다. 사고 수습 후가 아니라 지금 바로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안전사고의 모든 책임을 전적으로 국가에 돌리는 것은 비이성적이다. 이 대표 방탄에 올인한 민주당은 당장 거리로 뛰쳐나갈 기세다. 민주당이 ‘거짓의 산’으로 국민을 오도하는 광장의 대열에 합류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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