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와 시각>‘내복 입기’로 겨울나기

박수진 기자 2022. 11. 2.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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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겨울은 어찌어찌 넘기더라도 지금 같은 에너지 대란이 이어지면 내년엔 정말 핫팩으로 버텨야 할지 모릅니다."

최근 만난 한 에너지 공기업 임원은 "선진국을 다 둘러봐도 솔직히 우리나라처럼 한겨울에도 집 안에서 반팔 티 입고 지내는 경우가 많지 않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유럽의 에너지 한파를 '강 건너 불구경'하기에는 우리 앞에 닥친 위기가 심상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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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진 경제부 차장

“올겨울은 어찌어찌 넘기더라도 지금 같은 에너지 대란이 이어지면 내년엔 정말 핫팩으로 버텨야 할지 모릅니다.”

최근 만난 한 에너지 공기업 임원은 “선진국을 다 둘러봐도 솔직히 우리나라처럼 한겨울에도 집 안에서 반팔 티 입고 지내는 경우가 많지 않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2020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에 따르면, 한국은 에너지 순수입 세계 4위, 에너지 자급률(17%) 세계 125위다.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에너지 빈국(貧國)이다. 하지만 같은 기간 전력 소비량은 에너지 부국(富國) 수준인 세계 7위다. 전력원단위(GDP 1달러를 생산하는 데 소요되는 전력량)도 달러당 0.359㎾h로 일본(0.234㎾h), 미국(0.219㎾h)을 앞섰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1970년대 오일쇼크에 버금가는 에너지 대란이 전 세계를 강타했지만, 불행히도 국내 에너지 위기 체감도는 여전히 그리 높아 보이지 않는다. 올 상반기 에너지 수입액은 878억 달러로 전년 동기(468억 달러)와 견줘 2배에 가깝게 폭증했다.

러시아 천연가스 공급 중단의 직격탄을 맞은 유럽 국가들은 필사적인 에너지 절약 대책 시행에 한창이다. 대표적인 예가 프랑스다. 프랑스는 10월 초 ‘에너지 절제’(Energy sobriety)로 불리는 에너지 절감 계획에서 향후 2년 내 에너지 소비량을 10% 줄이고, 2050년까지는 40% 줄이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프랑스의 상징인 에펠탑 소등,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터틀넥 스웨터는 이 같은 의지의 표명으로 읽힌다. 유럽의 에너지 한파를 ‘강 건너 불구경’하기에는 우리 앞에 닥친 위기가 심상치 않다. 어떻게 보면 지금은 가격이 치솟은 에너지를 사와야 하는 부담이 늘었을 뿐이지만, 에너지 자원화·무기화가 지속하면 에너지 확보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 최악의 경우 공급난으로 인한 블랙아웃(대규모 정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전기를 만들거나 겨울철 난방에 쓰이는 천연가스의 경우 우리나라가 수입의 60% 이상을 의존하는 미국·호주·카타르가 유럽으로의 수출을 늘리거나 수출 자체를 줄일 방침이라고 한다. 에너지 업계에서는 “장기계약을 했더라도 가격이 계속 뛰면 위약금을 내고라도 값을 더 쳐주는 쪽에 팔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에너지 씀씀이를 줄일 때다. 다행히 정부도 최근 학교나 병원 등을 제외한 공공기관 난방 온도를 17도로 제한하고 공공기관 근로자의 근무시간 중 개인 난방기 사용을 금지하는 내용 등의 에너지 사용 제한 조치를 내놨다. 철강·정유·시멘트 등 에너지 소비량이 많은 30대 에너지 다소비 기업들과 파트너십을 맺고 매년 1%씩 2027년까지 5년간 에너지 효율 개선 목표도 달성키로 했다. 10년 전 이명박 정부는 겨울철 전력 공급 비상에 대통령이 직접 나서 ‘내복 입기’를 제안하는 등 대대적인 에너지 절약 대국민 홍보를 벌인 바 있다. ‘전 국민이 동참하는 에너지 절감’ 구호가 지금 시점에서 보면 조금 촌스럽게 느껴질 수도, 다소 불편할 수도 있겠다. 전대미문의 에너지 위기를 극복하려면 공공·기업을 비롯해 온 국민이 함께 에너지 수요부터 줄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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