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참사 원인과 책임 규명에 집중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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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자 156명을 포함, 300명이 넘는 젊은 사상자가 발생한 황망한 일이 벌어졌다.
이번에도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SNS나 신문방송에서의 무책임한 비난과 추측성 발언 그리고 남 탓 기사 등으로 유족들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에게도 2, 3차 상처를 겹겹이 덧내는 일이 반복되기 때문이다.
지금은 참사 발생 불과 4일째인 공식 장례 기간이며 국가애도기간이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책임 공방 못지않게 참사 고통을 겪는 우리네 마음을 어루만지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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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이종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웰다잉단체협의회 운영위원장
사망자 156명을 포함, 300명이 넘는 젊은 사상자가 발생한 황망한 일이 벌어졌다. 현장 근처에 있다가 처참한 광경을 목격한 시민들은 물론 하룻밤에 자녀를, 친구를, 이웃을 잃은 국민도 큰 충격에 빠졌다. 뉴스 후 자녀의 안부를 묻는 전화 세례가 빗발쳤다는 사실은 우리 국민 모두가 받은 충격을 잘 말해준다.
우리 사회에서는 빠른 경제성장의 후유증으로 크고 작은 사회적 참사가 잇따르고 있다. 발생빈도보다 더 심각한 것은, 이런 사회적 참사를 대하는 우리 사회의 미숙한 태도와 대응이다. 이번에도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SNS나 신문방송에서의 무책임한 비난과 추측성 발언 그리고 남 탓 기사 등으로 유족들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에게도 2, 3차 상처를 겹겹이 덧내는 일이 반복되기 때문이다. 절대 건강한 사회라 할 수 없다.
사회적 참사를 대하는 성숙한 사회라면 우선 추모와 애도를 해야 한다. 넓은 의미에서 아픔을 공감하는 것이다. 특히 이번 희생자들은 젊은이들이다. 생때같은 자녀를 잃은 충격은 정신적으로 부모나 가족들에게뿐만 아니라 학교나 이웃을 통해 전 사회적으로 훨씬 더 심각하고 오래 간다. 이러한 복합적 상처(트라우마), 즉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를 풀어내지 못하면 우리 사회의 정신적 건강은 심각하게 위협받는다. 그래서 추모와 애도의 시간을 가질 뿐 아니라, 그러한 마음을 공감하고 함께 지지하는 것이 먼저다. 그것이야말로 상실의 고통을 이겨내는 지름길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한심하다. 공감 표현도 없이 책임을 회피하고자 한 행정안전부 장관의 언급도 그렇지만, SNS나 인터넷·신문방송을 통해 알려지는 시민사회의 행태는 더욱 가관이다. 사건 발생 경위도 제대로 파악되지 않은 상태에서 비난성·추측성 발언을 마구 쏟아내고 있다. 공감은커녕 왜 그 자리에 갔느냐고 질책하는 것은 2차 가해다. 누구나 어디든지 갈 수 있다. 특히 젊은이들은 활동적이다. 핼러윈 축제 행사 자체에 대한 비난도 2차 가해다. 그 연원이 무엇이든지 다양한 문화는 존중돼야 한다. 특히, 축제는 젊음의 에너지를 승화시키는 역동적(dynamic) 코리아의 초석이기 때문이다.
애도 과정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일은, 섣부르게 해결책을 내놓는 것이다. 다시는 이러한 참사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는 대책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대책은 사인에 대한 정확한 분석과 해명이 선행돼야 한다. 지금은 참사 발생 불과 4일째인 공식 장례 기간이며 국가애도기간이다. 이러한 시기에 추모와 애도는커녕 해결책이라는 미명 아래 남 탓 논쟁이나 책임 공방, 심지어는 정치적 집단행동도 명백한 2차 가해다. 좀 더 애도의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차분한 분위기와 자세가 필요하다.
추모와 애도 기간 이후 성숙한 사회가 할 일은, 사고 경위를 밝히고 개선책을 마련하며 동반·동행하는 것이다. 동행하고 지지함으로써 상처를 딛고 정상적인 사회적 복귀를 도울 수 있다. 당연히 개선책 논의도 뒤따를 것이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책임 공방 못지않게 참사 고통을 겪는 우리네 마음을 어루만지는 일이다. 유족들이나 국민의 상처는 뒷전으로 한 채 정치적 투쟁 거리로 삼았을 뿐 뚜렷한 개선책도 제시하지 못한 지난 세월호 참사의 교훈을 되새길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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