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렬 그 이상의 ‘같은 속옷..두 여자’[한현정의 직구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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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렬함 그 이상의 파동이다.
영화 '같은 속옷을 입는 두 여자'(감독 김세인)는 서로에게 이해와 사랑을 원했던 모녀가 서로에게서 독립해가는 과정을 세밀하게 그려낸다.
단순히 옳고 그름의 판단 단두대에 그들을 세우는 대신, 그들이 그럴 수밖에 없었던 이유에 대해 깊이 공감하고 생각하게끔 만든다.
배우들의 연기는 경이로움 그 자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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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렬함 그 이상의 파동이다. 이야기, 배우들의 연기, 여운마저도.
영화 ‘같은 속옷을 입는 두 여자’(감독 김세인)는 서로에게 이해와 사랑을 원했던 모녀가 서로에게서 독립해가는 과정을 세밀하게 그려낸다.
여느 날과 다름없이 다투던 중, 마트 주차장에서 ‘수경’이 탄 차가 ‘이정’을 덮치는 사고가 발생한다. ‘수경’은 급발진을 주장하지만 ‘이정’은 고의라고 확신한다. 평소 “죽여버리고 싶다”는 말을 자주 들었던 ‘이정’은 급기야 재판의 증인으로 참석하고, ‘수경’은 그런 딸에게 무척이나 서운하다. 아주 내밀한 속옷마저 공유할 만큼 가까운듯 하지만, 마음의 거리는 그 누구보다도 먼 문제적 모녀다.
딸은 무심한 엄마로부터 마땅히 받았어야 할 마음을 돌려받고자 하고, 엄마는 어린 나이에 딸을 키우기 위해 희생했던 것들을 이해받고 인정받길 원한다. 서로를 온전히 미워하지도 사랑하지도, 함께하지도 떠나지도 못한 상태에서 살아가던, 각기 다른 사이즈의 마음 대신 같은 속옷을 입고 지낸 두 여자의 홀로서기 여정이다.
메가폰은 거침이 없는듯 세심하고, 고르고 치밀하게 날 것 그대로를 담아낸다. 머리와 가슴의 완벽한 발란스랄까.
갈등에 놓인 인물들의 관계, 문제 상황을 냉철하게 직시하고 과정을 날것 그대로 리얼하게 보여주돼, 각자의 상황을 다각도로 관찰해 균형 있게 다룬다. 복잡한 관계성을 단순하게 뭉뚱그리지 않은 채 꼬일대로 꼬이고 어긋난 관계를 억지로 매듭짓거나 봉합하려 하지 않는다. 갖은 풍파와 시행착오를 겪어내며 저마다 단단해진 인물들의 서사를 겹겹이 쌓아올린다. ‘모녀’ 하면 떠오르는 프레임에서 빗겨나, 온전히 하나의 감정으로 표현할 수 없는 관계를 밀도 있게 탐구해낸다.
무조건 싫어할 수도, 사랑할 수도 없는 복잡미묘한 관계의 중심인 ‘모녀’의 이야기를 가져와, 이들에게 학습된 관계의 태도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는지, 그 방향성이 서로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 세심하게 들춘다.
나아가 사회가 ‘모녀’와 ‘모성’에 대한 오해와 선입견 속에 여성들을 가둬두고, 그사이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을 오로지 여성들만이 감당하도록 만들고 있는 현실을 꼬집는다. 단순히 옳고 그름의 판단 단두대에 그들을 세우는 대신, 그들이 그럴 수밖에 없었던 이유에 대해 깊이 공감하고 생각하게끔 만든다. 어떻게든 사랑 받기 위해, 진실로 끈끈해 지기 위해 안간 힘을 쓰지만 돌아오는 건 상처 뿐인 ‘관계’의 어려움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은 던진다.
배우들의 연기는 경이로움 그 자체다. 특히 양말복의 연기는 ‘수경’ 그 자체로 모든 순간이 빛난다. 그와 맞서는 임지호도 만만찮다. 분량에 상관 없이 모든 출연 배우들이 고르게 자신의 역할을 탁월하게 해낸다. 이들의 연기는 작품이 가진 모든 장점과 무기에 숨을 불어넣는다. 오는 10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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