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만에 입 뗀 보우소나루…권력 이양 개시 승인, 선거 패배 수용 여부엔 여전히 침묵
브라질 대선 결선에서 패배한 뒤 이틀 동안 입장을 내놓지 않았던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권력 이양 절차를 승인했다. 그러나 대선 패배 수용 여부에 대해서는 여전히 침묵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수도 브라질리아의 대통령 관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분간 연설했다. 그는 “나는 헌정질서를 계속 준수할 것”이라면서 “나와 마찬가지로 경제적 자유, 종교적 자유, 표현의 자유, 정직, 우리 국기의 녹색과 황색을 믿는 수백만 브라질 국민의 지도자가 되는 건 영광”이라고 말했다.
이날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연설은 지난달 30일 브라질 대선 결선투표 결과가 발표된 지 약 45시간 만에 이뤄졌다. 결선투표에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전 대통령에게 1.8%포인트 차이로 패배한 그는 이틀 동안 대선 패배 수용 여부에 대해 침묵을 지켰다. 이 때문에 그가 선거에 불복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선거 전부터 선거에 패배할 경우 불복할 수 있다고 여러 차례 시사한 바 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도 대선 패배에 대해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았으나 결과에 이의를 제기하지도 않았다고 BBC는 전했다. 시루 노게이라 대통령 비서실장은 연설 후 기자들에게 대통령이 내년 1월1일 룰라 당선인의 취임과 함께 종료될 권력 이양 절차의 시작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브라질 대법원은 연설 직후 성명을 내고 권력 이양을 승인함으로써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선거 결과를 수용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연설은 대선 패배가 확정된 뒤 그의 측근들이 잇따라 패배를 수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을 지지하는 트럭 운전사들은 선거 결과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브라질 경찰에 따르면, 1일 오후 기준 전국 주요 도로 약 200여 개소에서 시위가 벌어져 통행에 지장을 겪고 있다. 상파울루 국제공항을 이용하는 국제선 운항도 일부 취소됐다. 시위대 일부는 군부의 개입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자신을 지지해준 유권자 5800만명에게 감사한다면서 지지자들의 시위는 “선거 과정에서 느낀 분노와 부당함의 표출”이라고 말했다. 그는 시위대에 재산을 파괴하거나 통행을 방해해서는 안 된다고 당부하면서도 해산을 촉구하진 않았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알레샨드르 지모라이스 대법관은 이날 각 주정부에 시위대 해산을 위한 군사 경찰 투입을 승인했다. 대법원은 도로 차단에 사용된 차량에 시간당 약 2만달러(약 2800만원)의 벌금을 부과할 방침이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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