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M ‘지나친 몸값’...삼성·SK 관망 모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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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IP·팹리스(설계전문) 기업인 ARM 공동인수와 관련해 국내 대표 반도체 기업들이 한발 물러선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손 회장이 공동인수를 추진하려는 기업들에 ARM의 몸값을 매우 높게 제시하면서,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 사이에서 딜이 진척되고 있지 않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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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 공동인수 추진 중단
삼성도 지분인수에 소극적 행보
업계 “몸값 안낮추면 매각 힘들것”
딜 중단 아닌 ‘잠재적 매물’은 유효
글로벌 IP·팹리스(설계전문) 기업인 ARM 공동인수와 관련해 국내 대표 반도체 기업들이 한발 물러선 모습을 보이고 있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ARM의 몸값을 실제 가치보다 지나치게 높게 요구하면서, ARM이 매물로서 매력을 잃고 있다는 평가가 제기된다.
2일 SK하이닉스에 따르면 회사는 지난달 28일 ARM에 대한 공동인수를 추진하지 않겠다는 공시를 새롭게 냈다. 지난 3월말 “사업경쟁력 강화 및 기업가치 제고를 위하여 ARM 공동인수 등 다양한 전략적 방안을 지속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밝힌 지, 7개월만에 이에 대한 추진을 접겠다는 의사를 전한 것이다.
아울러 지난달 5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손 회장이 양사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했지만 이 자리에서 ARM 지분 매각 등의 구체적인 내용이 오가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ARM과 소프트뱅크가 다양한 범위의 협력 방안을 삼성전자에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ARM 지분 인수에 대한 삼성전자의 관심이 기존부터 크지 않았고, 지분 인수를 위한 구체적인 행보 역시 보이지 않았다는 해석이 업계에선 우세하다.
올해 2월 엔비디아에 ARM을 매각하는 방안이 실패하자 팻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와 크리스티아누 아몬 퀄컴 CEO 등이 공동인수 추진 의사를 전한 바 있다. ARM의 사업 특성을 고려할 때, 어느 한 기업만이 이 회사를 인수하도록 반도체 생태계에서 허용하지 않기 때문에 공동으로 지분을 인수하는 것이 낫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그러나 손 회장이 공동인수를 추진하려는 기업들에 ARM의 몸값을 매우 높게 제시하면서,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 사이에서 딜이 진척되고 있지 않다는 지적이다.
재계 복수의 관계자는 “손 회장이 ARM의 기업가치에 대한 기대치를 낮추지 않고, 매우 비싼 값을 고수해 공동인수가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안다”며 “ARM의 몸값을 낮추지 않고서는 매각이 힘들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ARM에 대한 공동인수를 추진하기로 기업들이 뜻을 모아도 각국의 규제당국 심사를 통과하기 쉽지 않은 데다, 일부 지분 인수에 대한 실효성을 정확히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도 인수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ARM과 관련해 마음이 급한 쪽은 손 회장일 수밖에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손 회장의 소프트뱅크는 비전펀드의 잇단 투자 실패로 올 2분기 창사 이래 분기 기준 최대 적자를 기록했다. 급한대로 우버와 알리바바 등의 지분 매각으로 투자 손실을 줄이고 있지만, 최근엔 ARM 주식을 담보로 대규모 차입금을 유치해 자금을 조달할 정도로 재무사정이 녹록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ARM의 기업가치가 예전만 못하다는 점도 시장에선 지속적으로 부각되고 있다. 현재 ARM의 가격은 엔비디아가 인수를 추진할 당시 400억달러(약 56조6000억원)보다 최소 200억달러가 오른 600억달러(85조원)를 상회하는 수준이 거론된다. 하지만 ARM은 연매출은 27억달러(3조8000억원) 수준에 불과하다. 최근엔 사이파이브 등 오픈 소스 방식의 리스크 파이브 기술이 등장하면서 ARM의 경쟁력을 위협하고 있다. 업계에선 ARM이 500억달러(약 70조원)를 넘어선 기업가치를 인정받기 어렵다는 분석 역시 제기된다.
다만 이같이 국내 기업들이 ARM에 대한 공동인수 추진을 멈추는 것이 완전한 딜 중단을 선언한 것은 아니라는 시각도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ARM의 가격에 대해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이 되면, 충분히 매물로서 다시 매각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지헌 기자
ra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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