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정점 지났나…근원물가 13년만 최대 상승에 전기·가스 ‘역대 최대’ 올라

세종=김민정 기자 2022. 11. 2. 11:2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통계청 ‘2022년 10월 소비자물가동향’ 발표
석 달 연속 5%대 상승률…전월보다 0.1%p 올라
근원물가 4.8%↑…13년 만에 최대 상승
전기·가스 요금 인상에 공공요금 상승 폭 ‘역대 최대’
“물가 7월 정점” vs “다시 6% 올라설 수도”
서울에 위치한 한 마트를 찾은 시민들이 식자재 등을 구매하고 있다. /뉴스1

석 달 연속 5%대 물가 상승률이 지속되는 가운데 물가 상승 압력을 보여주는 근원 물가(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지수) 상승률이 13년 만에 최대폭으로 치솟았다. 전기·가스 등 공공요금이 인상되자 전기·가스·수도 상승 폭도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한국은행이 내년 1분기까지 소비자물가가 5%대의 높은 상승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면서 지난 7월 6.3%까지 치솟은 물가 정점을 지났다는 판단에 힘이 실리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물가가 이미 정점을 통과했다고 하더라도 환율이나 원자재 가격 등 대외 변수가 작용하는 데다 근원물가 오름세가 심상치 않아 언제 정점으로 치솟을지 모르는 상황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이 2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2022년 10월 소비자물가동향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 전기·가스 요금 인상에 ‘역대 최대’ 상승 폭…근원 물가도 ‘껑충’

2일 통계청이 발표한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10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09.21(2020년 100 기준)로 전년 동기 대비 5.7% 올랐다. 소비자 물가는 6월 6.0%, 7월 6.3%로 1998년 외환위기 사태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뒤 8월 5.7%, 9월 5.6%로 둔화하다가 석 달 만에 오름세로 전환됐다.

전기·가스 등 공공요금이 오르면서 물가를 끌어올렸다. 전기·가스 요금 인상으로 촉발된 전기·가스·수도 지수는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전기·가스·수도는 23.1% 올라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10년 1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도시가스는 36.2%, 지역 난방비는 34.0%, 전기료는 18.6% 줄줄이 올라 두 자릿수 상승률을 보였다. 이에 따라 전체 물가에서 전기·가스·수도가 차지하는 기여도는 9월 0.48%p(포인트)에서 10월 0.77%p 올랐다.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 물가인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지수는 4.8% 올라 전월(4.5%)보다 상승했다. 이는 2009년 2월(5.2%) 이후 13년 8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또 다른 근원물가로 꼽히는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도 4.2% 올라 전월(4.1%)보다 오름폭을 키웠다. 상승률은 2008년 12월(4.5%) 이후 가장 높았다. 자주 구매하는 품목 위주로 구성돼 체감물가에 가까운 생활물가지수는 6.5% 올라 전월 상승률(6.5%)과 같은 수준을 보였다.

서울시내의 한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는 시민. /뉴스1

◇ 정부는 “물가 정점 지났다” 기대하는데…”다시 6%대 올라설 수 있다”

공업제품의 경우 국제 원자잿값 급등 여파로 석유류가 10.7%, 가공식품이 9.5% 각각 오르면서 6.3% 올랐다. 석유류의 경우 휘발유는 2.0% 하락했지만 경유가 23.1%, 등유가 64.8% 치솟았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휘발유는 유류세 인하가 주요하게 작용했다”면서 “경유는 러시아가 유럽에 천연가스 공급을 제한하면서 유럽에서 경유 생산을 많이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등유도 경유와 같은 정제시설로 생산하는데, 경유 생산이 많아지다 보니 등유 생산이 줄고 여기에 항공 수요가 늘어난 것이 상승 요인”이라고 했다.

개인서비스 상승률은 전월(6.4%)과 같은 6.4%로 1998년 4월(6.6%)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외식 물가 상승률은 8.9%로 전월(9.0%)보다는 소폭 하락했지만, 치킨(10.3%)이나 생선회(9.2%) 등을 중심으로 상승세를 이어갔다.

10월 물가 상승률이 전월보다 0.1%p 오르면서 물가 정점론에 힘이 실리는 모양새다. 어 심의관은 “나타나는 흐름을 보면 7월이 정점이었을 가능성이 있다”며 “향후 6%대로 올라가지는 않으리라고 기대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어 심의관은 “석유수출국기구(OPEC) 플러스의 감산 결정으로 인한 국제유가 변동성 확대 가능성, 러시아의 식량 무기화 등에 따라 곡물 가격이 다시 반등하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면서도 “지금까지 흐름을 어느 정도 유지한다는 전제하에 본다면 상승세가 크게 확대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통화정책의 효과를 가늠할 수 있는 근원물가가 계속해서 치솟고 대외적인 불안 요인이 커 물가 상승 압력은 계속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근원 물가지수 상승 폭이 점점 커지는 것은 금리인상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의미”라며 “대내외적인 물가 상승 압력이 큰 만큼 연말이나 연초에 6%대 물가 상승률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