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파출소 직원 폭로 “지원 요청 거절당해···더 살리고 싶었다"

박신원 기자 2022. 11. 2. 11:25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이태원 파출소 현직 직원이 이태원 참사 당시 현장 대응이 미흡했다며 감찰과 수사를 진행하겠다고 한 윤희근 경찰청장의 발언에 대해 "핼러윈을 대비해 용산경찰서에서 서울청에 기동대 경력(경찰병력) 지원을 요청했으나 거절된 것으로 안다"며 파출소 경력만으로는 역부족이었다고 토로했다.

A씨는 "몰려든 인파로 압사가 우려된다는 112신고는 매해 핼러윈과 지구촌축제, 크리스마스 시기마다 있었다"면서 "이번 사고와 관련해 접수된 압사 우려 112신고는 사고 발생지 골목길뿐만 아니라 이태원역 주변 일대 여러 곳에서 접수됐다. 오후 6시부터 10시까지 79건의 신고가 접수됐으며 당시 근무 중이던 약 20명의 이태원 파출소 직원들은 최선을 다해 근무했다"고 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압사 우려 신고 매년 있었다···직원들 최선 다해 근무"
"경찰청·서울청·서울시·용산구, 대비책도 관심도 없어"
"현장 젊은 경찰들, 자책하며 괴로워하고 있어"
윤희근 경찰청장이 1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이태원 참사' 관련 입장을 표명을 표명하며 사과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경제]

이태원 파출소 현직 직원이 이태원 참사 당시 현장 대응이 미흡했다며 감찰과 수사를 진행하겠다고 한 윤희근 경찰청장의 발언에 대해 "핼러윈을 대비해 용산경찰서에서 서울청에 기동대 경력(경찰병력) 지원을 요청했으나 거절된 것으로 안다"며 파출소 경력만으로는 역부족이었다고 토로했다.

이태원 파출소 직원 A씨는 지난 1일 오후 8시 51분 경찰 내부망에 '이태원 파출소 직원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A씨는 "몰려든 인파로 압사가 우려된다는 112신고는 매해 핼러윈과 지구촌축제, 크리스마스 시기마다 있었다"면서 "이번 사고와 관련해 접수된 압사 우려 112신고는 사고 발생지 골목길뿐만 아니라 이태원역 주변 일대 여러 곳에서 접수됐다. 오후 6시부터 10시까지 79건의 신고가 접수됐으며 당시 근무 중이던 약 20명의 이태원 파출소 직원들은 최선을 다해 근무했다"고 했다.

이어 112신고 11건 가운데 4건에 대해서만 출동했다는 보도에 대해 "나머지 신고는 신고자에게 인파 안쪽으로 들어가지 말고 귀가하라고 안내했기에 해당 내용으로 마감한 것"이라며 "용산서 교통직원들도 현장 곳곳에서 인파를 통제 중이었고, 파출소 직원들은 다른 여러 신고를 출동하는 중에도 틈틈이 시민들에게 해산을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A씨는 "해산시키는 인원보다 몰려드는 인원이 몇 배로 많았고, 안전사고 우려 신고 외 다른 신고도 처리해야 하기에 20명으로는 역부족이었다"고 토로했다.

A씨는 특히 사고 당일 밤 9시 38분 112상황실장이 안전 우려로 이태원역에 무정차 통과를 전화로 요청했고, 핼러윈과 보름 앞서 열렸던 이태원 지구촌 축제를 대비하기 위해 기동력 경력 지원을 요청했지만 모두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또 "올해 초 용산구청은 이태원 관광특구란 명목으로 일반음식점 춤 허용 조례를 통과시켰고, 이로 인해 일반음식점에서 클럽 음악을 틀어놓고 춤을 춰도 단속할 수 없었다"며 관할 지자체의 대비 역시 미흡했다고 지적했다.

A씨는 윤 청장을 향해서도 "'112신고 대응이 미흡했다’' 발언으로 누구보다 열심히 일한 용산서 직원들은 무능하고 나태한 경찰관으로 찍혀 언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며 "어떤 점을 근거로 그런 발언을 했는지, 그냥 '감찰 후 문제가 있으면 원칙대로 처리하겠다' 이런 발언만 할 수 없었는지 궁금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불과 몇 달 전 취임사에서 '일선 경찰관은 슈퍼맨이 아니다. 경찰 만능주의를 극복하겠다'는 말은 전부 거짓말이었느냐"고 꼬집었다.

또 다른 이태원파출소 직원 B씨는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글을 올려 “이태원파출소 직원의 90%가 20, 30대 젊은 직원이고 그 중 30% 이상은 시보도 끝나지 않은 새내기 직원과 기동대에서 현장 경험 없이 일선으로 나온 직원들로 채워져 있다”면서 “항상 인원에 대한 고충이 있었고 늘 더 많은 인원이 필요했다. 인원 충원을 제대로 해주셨는지 관련 부서에 먼저 묻고 싶다”고 말했다.

B씨는 “주말마다 있는 금, 토 야간근무와 이태원지구촌축제에 연이은 이태원핼러윈행사, 주간 연장근무와 3일 연속 야간근무에 대기시간도 없이 112신고에 뛰어온 파출소 직원들이다. 112신고는 시간당 수십건씩 떨어진다. 112신고 뛰어다니며 처리하기도 바쁜 상황에서 압사사고를 예상해 통제하고 있었다면 112신고는 누가 뛰나요"라고 되물었다.

아울러 B씨는 “경찰청, 서울청은 뭐하셨나요. 예상 못하셨나요? 일이 터졌고 112신고가 있었으니 책임을 일선 경찰관이 져야 되는 것입니까"라며 “한 명이라도 더 살리고 싶었습니다. 살려달라 손 내밀던 모든 손을 잡아주지 못해서 그 기억들이 채 가시지 않아 괴로워하는 젊은 경찰관들이다”라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자신을 자책하며 괴로워하는 현장 경찰관들에게 사고에 대한 책임까지 짊어지게 하는 것이 최선이냐. 아무 대비책도 관심도 없던 서울시장, 경찰청장, 용산구청장 및 윗선 본인들 스스로 먼저 감찰을 받으시길 바란다”라고 밝혔다.

박신원 기자 shin@sedaily.com

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