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리어 유지, 콩쿠르보다 어려워...궁극적 목표는 ‘나의 곡’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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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가니니 콩쿠르 우승 이후 연주가 아예 없던 것은 아니었지만 갈 곳을 잃어버린 듯한 느낌이었어요.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었어요."
최근 서울 잠실 롯데콘서트홀에서 만난 양인모는 "파가니니 우승 이후 다시는 콩쿠르에 나가지 않아도 될 줄 알았다"며 "콩쿠르 이후 원하는 것을 다 할 수 있겠다는 것은 순진한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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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가니니 콩쿠르 우승 이후 연주가 아예 없던 것은 아니었지만 갈 곳을 잃어버린 듯한 느낌이었어요.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었어요.”
‘인모니니’(양인모+파가니니)라는 별칭이 따라온 것은 ‘제 54회 프레미오 파가니니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2015)에서 무려 9년 만의 우승자로 이름을 올리면서였다. 세계적 권위의 콩쿠르에서 우승했지만, 그곳이 ‘커리어의 끝’은 아니었다. 지난 5월 양인모는 새로운 콩쿠르에 도전했고, 또 다시 우승 트로피를 가져왔다.
최근 서울 잠실 롯데콘서트홀에서 만난 양인모는 “파가니니 우승 이후 다시는 콩쿠르에 나가지 않아도 될 줄 알았다”며 “콩쿠르 이후 원하는 것을 다 할 수 있겠다는 것은 순진한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유럽 지역 콩쿠르 우승자인 양인모는 미국에서 학업을 이어가는 동안 연주 기회가 원하는 만큼 많지 않았다고 돌아봤다.
“콩쿠르 우승 이후에 정체하는 연주자나 잠깐 반짝였다가 사라지는 연주자들을 보게 돼요. 그게 두려워요. 겨루는 것은 콩쿠르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이후 시작하는 것 같더라고요. 커리어를 이루는 것보다 길게 유지하는 것이 더 어려운 것 같아요. ‘꾸준히 커리어를 이어나갈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많이 해요.”
시벨리우스 콩쿠르에서의 우승은 새로운 음악의 길을 열었다. 양인모는 “변화가 필요했던 해에 콩쿠르를 계기로 많은 변화가 찾아왔다”며 “늘 새로운 마음가짐을 가지고 연주하고 있다”고 했다. 다양하고 새로운 현대음악으로 관심의 폭도 확장됐다. 시벨리우스 콩쿠르 당시 현대작품 최고해석상도 받았던 양인모는 “동시대 음악의 중요성을 많이 느끼고 있어 그것에 매진할 생각”이라며 “이것을 (이어가는 것이) 음악인으로의 사명으로 느껴진다”고 말했다. “21세기를 살고 있는 음악가가 21세기 음악에 관심이 없는 건 말이 안된다고 생각해요. ‘우리 사회에서 어떤 음악을 들어야 하는가’가 가장 중요한 질문이라고 생각하고 그에 대해 고민 중이에요.”
양인모는 오는 10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리는 부산시립교향악단의 창단 60주년 기념 무대에서도 진은숙 바이올린 협주곡을 연주한다. 4악장으로 구성된 이 곡엔, 타악기가 27개나 사용된다. “기존 현대음악에선 찾아보기 힘든 ‘스틸 드럼’과 같은 악기도 많이 등장”해, “다른 콘체르토(협주곡)에서 듣기 힘든 음색을 가지고 있고, 흥미로운 경험을 할 수 있는 곡”이다. “이 곡을 연습하다가 베토벤, 모차르트 곡을 연습하면 그 곡들이 쉽게 느껴져요. 보통 콘체르토는 솔로 악기와 오케스트라가 주고 받으면서 여러 주장을 펼치는 대립 관계인데, 이 곡은 솔리스트와 오케스트라가 하나의 새로운 악기를 만들어가는 느낌이에요.”
현대음악의 낯섦은 관객들에게 진입장벽을 높인다. 양인모는 그러나 “서울 거리를 돌아다니면서 들리는 음들이 모두 현대음악”이라며 “이번 연주가 누구나 와서 즐기고 돌아가는 놀이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음악가로의 궁극적인 목표도 생겼다. ‘나의 곡’을 만드는 것이다. 그는 “알고 있는 음악은 많은데 오선지 앞에 앉으면 아무것도 쓸 수가 없다”며 “그럴 때마다 작곡가들의 위대함을 많이 느낀다”고 털어놨다.
“언젠가는 내 음악을 세상에 내놓고 싶다는 생각을 해요. 바이올린 협주곡을 써서 직접 연주할 수 있다면 행복할 것 같아요. 대신 곡을 잘 쓰고 싶어요.”
고승희 기자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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